'학교전담경찰관 이대로 괜찮나'…개선 대책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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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전담경찰관 이대로 괜찮나'…개선 대책 무용지물
  • 이효빈
  • 승인 2017.09.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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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학생과 친밀감 높인다며 상담 제한 규정 함부로 어겨

[목포시민신문=이효빈기자]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막아야 할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자신이 맡은 학교 학생들을 성추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담당 여고생들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난 이후 경찰은 전문가들과 함께 SPO 제도 개선책을 마련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이 5일 여중생들을 강제 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전남 모 경찰서 소속 A 경위의 사례도 SPO 제도 개선책이 무용지물임을 드러냈다.
A 경위는 지난 6월 말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자신이 담당한 모 중학교 여중생 자매 2명의 신체 일부를 강제로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 학교전담경찰관 사건이 발생한 이후 1년 만에 또 학교전담경찰관의 성 비위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사건과 이번 사건 모두 학생을 보호해야 할 학교전담경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미성년자인 중·고생들에게 피해를 줬다.

지난 1년 사이 달라진 점은 부산 사건의 경우 내부에서 은폐 및 사실관계 확인을 게을리했다가 뒤늦게 질타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경찰이 해당 경찰관을 신속하게 피해자와 격리 조치하고 조사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SPO를 학교폭력 대응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시키고 도덕성을 높이는 방안을 골자로 한 개선책을 마련했음에도 유사한 비위가 반복된 점은 개선안이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된 SPO 세부 운영 지침은 SPO 활동을 학교폭력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사항에 집중하고 학생 상담은 피해를 확인하는 '면담' 수준으로 제한했다.

학교 부적응, 심리 불안 등 폭력과 무관한 상담은 전문기관이 수행하도록 했다.

면담이 부적절한 관계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담 장소도 교내로 제한했다.

교외 면담이 필요하면 공공 상담소를 이용하거나 학교와 경찰에 사유를 통보하도록 했다.

여학생 면담은 여경이 맡고 인력 부족으로 남성 SPO가 여학생을 면담하는 경우 사전에 승인받은 다른 경찰관이 반드시 동석하도록 했다.

이 같은 운영 지침에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기 학생들과 과도하게 친밀한 관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교육이나 도덕성 점검 장치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A 경위는 SPO 운영 지침을 대부분 어기고 피해 학생들과 수시로 상담하고 학교 밖에서 만났다.

지난해 9월 학교 측의 위기청소년 면담 의뢰로 처음에는 정상적인 학생 상담에 그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중생들이 요청하면 수시로 밥을 사주거나 차에 태워 집에 데려다주고 교복을 세탁해주며 친분을 쌓는 등 규정을 어겼다.

이후 친근감의 표시가 추행과 헷갈리는 수준의 신체 접촉으로 이어지자 피해 학생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결국, 추행 수위가 점점 더 불쾌해지자 뒤늦게 상담사에게 이 같은 내용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전남에는 총 108명의 학교전담경찰관이 1천152개의 초·중·고등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경찰관 한 명당 10곳이 넘는 학교를 맡아 범죄예방교육·순찰 등을 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의 활동에도 심각한 폭력이 발생했을 때 열리는 학교폭력위원회 안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활동은 물론 면담이나 상담을 통한 학생접촉이 필요 이상의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상담·조사 과정에서 위기청소년이나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들의 마음을 열고자 현장 경찰관들이 친분을 돈독히 하는 경우가 많다"며 "SPO들이 운영 지침을 준수해 학생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효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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