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대 김수인, 대학생 국토대장정 참관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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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대 김수인, 대학생 국토대장정 참관기-4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9.1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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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의 불씨는 지금부터 타오르리라.

▲두손을 번쩍들고 환호하고 있는 대장정 단원들

내 젊은 날의 찬란한 한 페이지
모두 함께 이루어낸 도전의 성공
21일 여정의 끝, 이별 아닌 새로운 시작

아침이 밝아오고 그날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오늘만 걸으면 내일이 완주라 하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부모님과의 만남 때만해도 새벽에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가야할 길이 어두운 새벽만큼 깜깜했는데 말이다.

중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체력이 붙은 만큼 가지 않던 시간들도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우리 국토의 아름다운 풍경들도 두 눈에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작렬하는 태양도 예고 없이 내리는 비도 이젠 여유롭게 받아들일 만큼 적응해 있었다. 아니 이젠 모든 게 아쉽게 느껴졌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드디어 성남으로 입성하였다. 믿기지 않았다.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우린 마치 완주라도 한 것 마냥 복잡한 거리에서도 성취의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목이 터져라 외쳤던 구호가 진정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자가 되었고, 우리는 하나가 되었고, 말 그대로 젊음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마음속엔 기쁨과 아쉬움이 함께 자리했다.

모든 대원들은 쉬는 시간을 비롯해 낮잠시간까지 서로의 조끼에, 모자에 글을 적기에 바빴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대장정도 이젠 안녕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로를 떠나 각자의 길로 돌아가야 할 시간들이 다가온 것이다.

마지막 숙영지에 도착을 했다. 텐트를 치는 것도, 늘 전쟁이던 샤워텐트에서의 샤워도 능숙했다. 낯설고 불편했던 대장정도 능숙해질 만큼 시간이 흘렀고 내일 끝이 난다. 그러나 우리의 웃음은 끝을 몰랐다. 행복해서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날 저녁, 전야제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이제껏 함께 해왔던 시간들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영상을 보며 울고 웃었다. 지나온 자리는 어느새 추억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어색한 첫 만남, 순천에서의 베이스캠프, 출정식, 마니또, 조별 자기자랑, 부모님과의 만남, 보이스 오브 대장정, 철갑산 자락 등등. 순간순간 가슴에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대장정 식구 모두가 손에 양초를 밝히고 돌아가며 서로에게 마음을 전했다. 평생 가장 치열했던 순간을 함께 보낸 동료들…….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단 말 밖에는 건넬 수가 없었다. 울며 웃고 안았다. 그리고 악수를 끝으로 그들은 행복만 추억할 것이다. 마지막 밤 텐트 안에 누운 내 귓가로 노랫말이 흘러들어왔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완주의 기쁨보다 함께했다는 뿌듯함과 헤어져야한다는 아쉬움으로 대장정의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아침이 밝아오고 마지막 행진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21일간의 여정을 끝낼 최종 목적지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믿기지가 않았다. 새로운 시작이 저 멀리서 나를 향해 손짓했다. 서울 올림픽 공원 가까이 향할수록 내 심장은 떨려만 갔다. 드디어 완주식장이 보였다. 환호하는 수많은 사람들, 완주를 알리는 아나운서의 음성, 출정식 날과 비슷한 무대……. 그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은 이루어 말할 수가 없었다.

눈물만 흐를 뿐이었다. 눈물도 잠시 우리는 마지막 저 끝 완주식장을 향해 달렸다. 모두가 환호의 함성을 내 질렀다. 손에 손을 잡고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리고 한마음이 되어 춤을 췄다. 터질 듯한 가슴을 안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춤을 췄다. 그래, 난 이 여름 정열의 불씨 속으로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하늘을 향해 힘차게 던진 모자를 받은 순간, 가슴은 조여 왔다. 벅차올랐다. 내 눈물은 태어나서 가장 진했다.

우리들은 우리들이 살아갈 세상을 걸었고 세상의 파도를 넘으며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함께 넘어야 수월하고 함께 넘을 때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이젠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함께 찾아낸 정열의 불씨는 지금부터 타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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