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다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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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다산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9.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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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다산전(茶山傳)

판소리는 우리 겨레의 전통음악입니다. 우리들이 어린 시절에 마을에 잔치가 열린 집안에서는 대체로 판소리 굿판이 열릴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6·25를 겪고 미국문화가 나라 안에 널리 퍼지면서 판소리의 노랫가락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았습니다. 60년대 말에서 70년 대 초반, 강고한 독제체제가 구축되면서, 신음하던 민중의 목소리를 풍자와 해학의 창법으로 노출시켜보려던 의도에서 민중의 노래이자 민족고유의 전통음악 판소리가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우리나라에는 12바탕의 판소리가 전해졌으나, 언제인가 7바탕은 슬금슬금 사라져버리고 5바탕의 판소리만 살아남아 있답니다. 춘향전·흥보전·심청전에 적벽가와 수궁가가 합해져 다섯 바탕이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민중의 풍자와 해학이라도 없으면 백성들의 가슴이 터져버릴 혹독한 독재 밑에서 전통 판소리와 함께 창작판소리가 새롭게 탄생되었으니 70년대 초엽이었습니다.

박동진옹의 <옹고집전>·<가루지기타령>이 그 시절의 대표적 창작판소리였고, 80년대에 들어와 임진택의 <오적>·<소리내력>·<똥바다>를 판소리로 만들어 민중들의 애환이 판소리로 불러지기 시작했습니다.

2003년 판소리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유네스코에 선정되어 우리민족만의 문화유산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유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 금년은 다산탄생 250주년으로 유네스코에서 선정된 역사기념 인물의 한사람이 바로 다산이었습니다. 더구나 다산은 음악학자이자 『악경(樂經)』에 해당하는 『악서고존(樂書孤存)』이라는 음악의 경서를 저술한 음악 전문가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민중의 애환과 풍자 및 해학이 판소리의 주제라면, 다산의 시나 문학 및 그의 사상에는 백성들의 아픔을 풀어주고, 그들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희망과 꿈이 담겨 있기 때문에 판소리와의 연관성이 정말로 근접되어 있습니다.

지난 9월4일 밤,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다산탄생 250주년 기념 창작판소리<다산전>이 폭우가 쏟아지는 바깥과는 관계없이 상당한 청중이 모여 멋들어지게 공연되었습니다. 창본을 쓴 우리연구소의 연구실장 김세종 박사, 명창 정회석, 고수 박정철에 국악방송 진행의 명인 최종민 교수의 해설로 4박자가 맞아떨어진 <다산전> 판소리는 근래에 없던 창작판소리에 새로운 문을 여는 구실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의 문화유산 판소리에 세계의 기념인물 다산이 만나면서 다산의 세계화가 날개를 단 희망적인 문화행사가 바로 <다산전> 판소리의 공연이었습니다. 진양조로 읊어지는 다산의 암행어사 시절의 시, “시냇가 헌집 한 채 뚝배기 같고, 북풍에 이엉은 날아가 서까래만 앙상하다. 개꼬리 같은 조이삭 석 줄 매달아 놓고, 닭 창자같이 말라비틀어진 고추 한 꾸러미 걸어두었네…”라는 농가의 가난이 생생하게 묘사될 때는 청중들이 숨소리를 멈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뜨거운 마음으로 보듬던 다산의 사상이 판소리로 살아나는 모습은 정말로 예술은 저런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지니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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