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개인전 여는 늦깍이 화가 이귀님···30년만의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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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개인전 여는 늦깍이 화가 이귀님···30년만의 나들이
  • 최지우
  • 승인 2017.11.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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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이 한마디보다 더 큰 위안 세상에 없다”
▲ 이귀님 화가.

[목포시민신문=최지우기자]'엄마’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가슴 저 밑바닥에서 부터 올라오는 울컥거림을 동반한다.

생각만으로도 아련해지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애잔함은 많은 작가들과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예술로 표현된 영감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으로 보답한다.

엄마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표현은 각자의 능력대로 각자의 생각대로 천차만별이지만, 엄마를 향한 가슴깊은 사랑은 부정하지 못할 진실한 따뜻함으로 다들 간직하고 있다.

특히 낳아주고 키워준 엄마에 대해 느끼는 딸의 감정은 또 다르다. 그 딸이 엄마가 되고 엄마와 같은 생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딸이기에 엄마의 마음을 더 헤아릴 수 있고, 더 보듬어 줄 수 있고, 더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같은 여자로서 엄마가 되어 바라보는 내 엄마에 대한 이해와 안타깝고도 고마운 마음은 엄마들에게 전해져, 어르신들의 딸 예찬론이 되기도 한다.

삶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편안한 안식처 엄마를 생각하며, 그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해온 화가인 딸이 엄마를 위한 생애 첫 전시회를 연다.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 목포문화예술회관 제4전시실에서 ‘어머니 나, 그리고 시작’ 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귀님 화가가 그 주인공. 50살 지천명의 나이에 설레임 가득한 첫 전시회를 준비 중인 이귀님 화가를 만나 전시회 얘기를 들었다. 

“내 나이가 50이 되면서 막연하게 느껴왔던 엄마 아버지가 아니라, 그분들의 노고나 치열하게 사는 모습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싶어 작품으로 표현했다. 예전엔 단체전 주제에 맞춰 엄마라는 컨셉을 잡았는데, 이번 개인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어머니들이 일할 때 입던 일바지 형태에 엄마에 대한 여러 가지 마음을 표현 했다.”고 작품 설명을 했다.

이귀님 화가의 작품은 모두 거친 질감의 닥종이에 커피를 이용해 발색을 한다. 닥종이의 거친 질감이 질곡 있던 자신의 인생을 물론이고, 우리네 어머니들의 살아온 인생과 닮아 친근함 때문이란다. 커피는 우리한테 오는 정서적인 느낌이 아주 좋아서 즐겨 사용하고 있다. 처음엔 황토나 물감, 여러 가지를 사용해 봤는데 커피는 단번에 색도 나오고 농도조절이 가능하고 발색력이 아주 좋아서 즐겨 사용하게 되었다. 이귀님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엄마의 거친 손이나 얼굴의 주름이 아주 잘 표현되기 때문이라며 만족 해 했다.

아직 우리나라의 작가 중에 이 작가처럼 닥종이에 평면으로 작품을 하는 작가는 없다고 한다. 누군가 하는 이가 있었다면 발색과정이나, 발색용품 등에 대한 도움을 받았을텐데 아무도 없어 혼자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나마 커피를 소재로 쓰는 작가들이 더러 있어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귀님 작가의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예술혼이 더 빛나고 값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작가가 화단의 주목을 받는 이유이다.

한국미술센터 이일영 관장은 이귀님 작품에 대해 ‘생명을 그려낸  시’ 라는 극찬과 함께 이런 평을 했다. 

‘신성한 삶의 흔적을 추슬러가는 이귀님 작가의 작품은 섬세한 숨결들이 놀라울 만큼 뛰어난 감성으
로 표현되어 있다, 이는 일상적인 삶의 터전을 소재로 자연과 생명 그리고 인간의 삶이라는 구조적인 실체들을 헤아려가는 작가의식이 언어를 함축한 시와 같은 기법으로 표현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작가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전체적인 조형 속에 메시지를 담아가는 보편적인 그림이 아닌 마치 확대경으로 어느 부분을 클로즈업한 제한된 조형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구체적인 행위의 동작이나 형태를 묘사하는 것이 아닌 생명의 근원이며 바탕인 숨결을 담아내려는 작가의 분명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마치 퇴적처럼 화면에 쌓인 질감을 세세하게 살펴보면 한올진 빛깔로 승화시킨 작가의 작품이 뛰어난 감성 속에서 그림으로 그려진 詩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자연에 담긴 관념적인 심미적 풍경을 그려내었던 예향 목포의 화맥이 지난 100년간의 시대적 상황을 이끌어온 선구적 업적이었던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이와 같은 바탕에서 이귀님 작가와 같은 승화된 의식과 현대적 작품을 통하여 전통의 계승과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예향 목포의 지식인들은 깊게 헤아려야 할 것이다’라고.

 

전라남도 도의회 강성휘 도의원은 “색채나 질감이 친근하면서도 조금은 어둡고 투박합니다. 여성들에게 결코 녹록지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느꼈습니다. 주인공은 일하는 여성들, 어머니들입니다. 가사와 노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여성들의 어제이자, 오늘이기도 합니다. 일하는 여성들, 어머니들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작품 속 담쟁이와 나비를 보며, 녹록지 않은 세상을 이겨내는 이 땅의 어머니를 느낍니다.  결코 끊어지지 않을 여성과 어머니의 힘을 느낍니다. 더 멋진 작품 활동으로 이어가리라 믿습니다.”라며 첫 개인전을 축하했다.  

하지만 전시회에 임하는 이작가의 마음은 아직도 부족하고 어설픈 부끄러운 첫 고백처럼 느껴진단다.

“결혼과 함께 중단했던 그림을 20여 년 전 목포로 돌아와 민미협 활동을 하면서 다시 시작했다. 처음엔 어떤 작품을 해야 할 지 정립이 되어 있지 않았었다, 그저 친구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서 시작했던 것 같다. 작업을 계속 하면서도 항상 기술적인 부분과, 뭔가를 표현해내는 것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40세 때 개인전을 한 번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자신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내 그림을 내 놓는다는 게 쑥스러웠다” 며 “하지만 50이 되면서 80세가 되어 가는 엄마의 손과 얼굴을 보면서 더 늦어서는 안되겠다 생각했다. 지금껏 부모님이 그림 그리는 딸에 대한 물적, 심적 지원을 많이 해 주었기에 갚고 싶은 간절한 욕심도 한 몫을 했다”고 했다.

이귀님 작가는 목포 동명동에서 생선도매상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2남 1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공부 잘하고 그림 잘 그리는 기특한 딸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는 특별했다.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 작가는 광주예고와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부모님이 바라는 교사가 되어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시국은 그녀를 책상 앞이 아닌 거리의 투사로 만들었다. 대학생활 내내 젊음을 담보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는 그것만이 바른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가끔 내가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면 어찌 됐을 까 생각하지만 후회 하지는 않는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결혼과 함께 잠시 외지에서 살던 이 작가는 20여 년 전 목포로 돌아와 부모님 곁에서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작업을 다시 시작하며 작가로 명성을 쌓고 있다. 

이 작가는 “앞으로 작업을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 대외적인 명분이라기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만족을 추구할 것이다. 개인전을 하지만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내거만 고집하지 않고 눈을 크게 뜨고 다른 여러 가지 일도 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의 딸로 딸의 엄마로 느껴지는 감정을 예술로 표현하고 있는 이귀님 작가의 감성전시회와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지…….
최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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