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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조 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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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9  17: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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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이 얼마 남지 않았던 지난해 말 전라남도에서 주관하는 ‘인구정책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인구정책위원회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ㆍ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생애주기별 지원정책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제 저출산과 고령화는 하나의 사회문제가 아니라 우리 지역의 존립을 좌우할 수 있는 지역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그날의 첫 회의를 통하여 깨닫게 되었다. 여러 가지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이 그날 제시되었으나 마음 한 편을 불편하게 했던 것은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노인인구의 증가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서 논의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었다.

저출산과 평균수명의 증가로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이다. 고령화는 ‘노인’들이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그들의 책임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사회를 경고하는 많은 보도와 사회적인 논의들에서 ‘노인’들은 사회적인 죄인이 되고 있다. 원치 않은 은퇴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 질병, 빈곤, 그리고 ‘언젠가’에 머물러 있던 죽음이 어느새 손에 잡히는 거리에서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하는 ‘불안’한 현실을 사는 그들에게 기초연금 몇 만원 인상해 주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될까하는 것을 자문해 보아야 한다.

노인들이 느끼는 이 불안감과 소외감을 보다 근본적으로 완화시켜 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필자는 ‘인정받음’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자신의 지나온 인생이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있음을 알 때, 다른 이의 삶에서 그것이 적어도 하나의 의미였음을 확인할 때, ‘노인’들은 적어도 삶의 불안감과 소외감으로부터 얼마간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이점에 관하여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노인의 경험이 젊은 세대로부터 인정받고 있는가? 나이든 세대의 지혜가 여전히 젊은이들을 인도하는 등불이 되고 있는가?

유명한 미국 영화감독 코엔 형제가 2007년에 만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an)〉라는 영화가 있다. 마약상들이 서로 총격전을 벌이다 전멸한 현장에서 우연히 돈가방을 주워 도주하는 사내와 그를 쫓는 마약조직이 고용한 킬러 그리고 이 둘을 추적하는 보안관의 이야기이다. 보안관은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25살 때부터 그 직을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3대째 보안관을 지내고 있는 베테랑이다. 이런 경력에 걸맞게 그는 자신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범인들의 행적을 추적해나간다. 하지만 범인, 특히 킬러의 행동은 이 베테랑 보안관의 경험칙(經驗則)을 번번이 배반한다. 동전 던지기를 통해 사람을 죽일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사건이 돈가방을 챙긴 사내의 죽음으로 일단락되자 그는 할아버지의 부관을 지냈던 자기보다 더 나이든 노인을 찾아가 차를 마시며 은퇴를 이야기한다. 상대하기 힘겨운 ‘강적’을 만났기 때문이라는 농담같은 진담을 이유로 들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유감스럽게도 자신의 평생에 걸친 경험이 더 이상 지혜가 되지 못함을 이 늙은 보안관은 깨달은 것이다. 이 달관(?)의 과정을 진즉에 거쳤을 부관 노인이 무심히 받아 건네는 대사 - “네가 옛날을 되찾으려고 애쓰는 그 시간에 더 많은 것들이 저 문밖으로 나가버린다”- 는 말은 등불은커녕 시대를 따라잡기에도 버거워하는 우리 시대 노인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이젠 없다. 노인문제에 대한 모든 접근들이 직시해야 하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이 듦의 마지막 훈장인 경험과 지혜마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강적’ 앞에서 무력하게 권위를 잃어가는 시대에 우리 모두에게 다시 묻는다. “무엇이 노년의 삶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가?”.  2018년 새해에는 ‘인정받고 존중받는’ 노인들이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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