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와 올해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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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와 올해 2018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01.3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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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해양대학교 한원희교수
   목포해양대학교 한원희 교수.

‘올해의 사자성어’는 2001년부터 교수신문에서 연말기획으로 공표하는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말한다. 따라서 그 사자성어만 보면 해당 연도에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입장을 간단하게라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전국 대학교 교수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알아듣기에 다소 어렵고 생소한 말들도 있지만, 그 의미는 대체로 직관적인 경우가 많다. 올해의 사자성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까지 선정된 사자성어는 전부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말이 선정되었다.

2002년은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선정되었는데 일없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무위한 일을 한다는 뜻이다. 그해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헤쳐모여’와 철새 풍조를 풍자한 말이다. 2004년에는 당동벌이(黨同伐異)가 선정되었다. 같은 무리와는 당을 만들고 다른 자는 공격한다는 뜻이다. 2004년에는 대통령 탄핵이 있었다. 대통령 탄핵이 합리적인 이유와 명분보다는 당파적인 이해를 근거로 시도된 사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07년 사자성어는 자기기인(自欺欺人)으로,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인다는 의미이다. 2007년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이다. 선거에서도 말 바꾸기가 성행하고, 대통령당선자를 비롯한 사회지도층들의 언행이 정직하지 못했다는 것을 꼬집은 말이다.

2008년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사자성어는 더욱 어둡고 암울해진다. 2008년에 선정된 호질기의(護疾忌醫)는 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문제가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꺼려 듣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과 촛불시위 등의 사건이 있었다. 2009년 방기곡경(旁岐曲逕),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을 거쳐 대선이 있었던 2012년에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이 선정된다.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으로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다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박근혜정부인 2014년에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그해에는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되었는데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일컫는다는 뜻으로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이는 정부를 비판했다. 2015년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가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거쳐, 2016년 드디어 촛불집회를 통하여 대통령을 탄핵하고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뜻하는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선정된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말이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되었다. 불교에서 나온 용어로 '사악함을 부수고 정의를 구현'하라는 가르침이다. 파사현정은 2012년 교수신문이 선정한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에도 선정된 바가 있다. 총선과 대선을 연이어 치르게 되는 2012년을 시작하면서 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희망을 사자성어에 담은 것이다. 긍정적인 의미의 사자성어가 연말에 선정되는 사자성어로 다시 선정된 것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시작한 이래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2017년에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중 하나인 적폐청산이 파사(破邪)에 해당된다면, 올해 2018년은 현정(顯正)을 실현해야 하는 해가 분명해 보인다. 2018년 6월에 대한민국 제7회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내용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주인이 마땅히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바로 ‘성실하고 믿음직한 일꾼’을 스스로 뽑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봤던 영화 ‘1987’에 나왔던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에 대한 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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