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철작가와 함께 떠나는 목포 백년의 골목길 투어-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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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철작가와 함께 떠나는 목포 백년의 골목길 투어-②
  • 류용철
  • 승인 2018.02.2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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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해안로 루트를 따라서-5
 

[목포시민신문=유용철기자]두 번째 연재로 목포의 심장을 걷는 ‘목포 해안로’루트를 구상해 본다.
△오거리(吾居里)에서 시작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해운사 건문 △옛)조선은행(현 목포문화원 건물) △옛)화신백화점 △갑자옥 모자점 △목포 백반의 거리 △목포 민주화 산실 고 안철 장로 약국 △옛 수문통 거리 △민어의 거리 △옛 힛빠리 골목(항동시장)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유년시절 집터 △만호진 △여객선터미널 △금화동 유곽 △ 서산동 조금새끼 골목 △할매집 △보리마당까지 오르는 길이다.
이번 ‘목포 해안로’ 골목길 연재는 다섯번째로 △할매집 △보리마당까지 오르는 길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막걸리 한 잔의 할매집

서산동 골목길을 오르면 작고 야트막한 작은 상점이 있다. 이곳에 서면 목포가 항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멀리 대불공단의 삼각산이 손에 잡힐듯이 보인다. 늙은 부부가 지키고 있는 골목 상점은 어느새 목포항의 풍경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명소가 됐다. 입소문을 타고 이곳은 이미 목포의 주요 관광명소가 됐다. 목포출신 출향인사들과 문학인들이 하나둘 이곳을 찾으면서 이곳은 주말 등엔 북새통을 이룬다. 비좁은 상점엔 성인 남성 5-6명만 들어가도 발 딛을 틈 없이 좁다. 서로 등을 맞대고 스스럼없이 앉아 막걸리를 마신다. 안주는 할머니가 매일 선창에서 가져온다는 조기와 멸치 등 신선한 생선이 전부이다. 호주머니 사정이 좋은 손님은 목포의 별미 민어찜을 먹는다. 큼직한 말린 민어를 20여분 솥에 쩌 나오는 맛은 일품이다. 신선도와 가격에 이곳을 찾는 손님은 놀란다.

누구라도 생각하는 그 이하의 음식 값으로 사람들의 감동을 배가시키며 두 노인네의 계산 없는 투박한 마음에 오히려 먹고 가는 사람들이 미안해하기도 한다.

김 할머니가 하는 요리는 생선을 말려서 찌거나 마른 국을 끓여 주는 건정 요리를 한다. 건정이란 사전에도 없는 단어로 전라도 해안가의 사투리다. 냉동시설이 없던 시절 천일염과 해풍을 이용해 자연 그대로 제철 생선을 말리던 방식을 말한다. 할매집 평상 위에 걸린 빨랫줄에는 건정 요리에 쓰일 생선들이 꾸득꾸득 말라가며 널려 있다. 건정 요리를 하게 된 사연이 재밌다.

하지만 앉기에도 불편한 이곳이 문학인과 외부 인사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이곳만이 갖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목포항의 전경은 아름답다. 안개와 능개비가 내리는 날이면 60~70년 산업화가 비켜간, 개발이 멈춰버린 목포항의 전경과 인근 일제강점기 일본 가옥이 겹쳐진 이곳은 이상야릇한 풍경과 추억에 잠기게 한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 할머니는 “오르막길에 있는 마트라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가는데 제사를 지내고 양념한 마른 생선을 사람들에게 꽁짜 안주로 내 주었더니 맛있게 잘 먹고 또 먹고 싶다고 해 달라 하는 바람에 마른 생선이 있는 날에는 한 번씩 해 주던 것이 이렇게 되었제”라고 말한다.

할매집의 주인은 이장기 할아버지(77)와 김금순(78) 할머니이다. 이들은 자신의 생활하는 공간 전부를 개방해 찾아오는 손님접대를 한다. 할매집에서는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맛을 판매하기에 술값에 김 할머니가 대접하는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맛에 대한 값을 지불하면 된다.

이장기 할아버지는 진도 율도에서 태어났으며 4남 5녀 중 넷째, 목포로 시집 온 누나를 따라 이사해 22살 쯤 배를 타기 시작 갑판장, 사무장, 선장 목포에서 완도로 오고 가는 여객선 광영호, 영진호, 옥소호 등을 타고 50년을 몸 바쳐오던 바다 위의 삶을 정리하고 만 70세로 퇴직한 바다사람이다.

김금순할머니는 진도에서 태어났으며 5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하고 집안일을 돕다가 이장기님을 만나 결혼을 하고 3남1녀의 아이들을 키워 다 출가시키고 노년에 간판도 없는 가게를 운영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고하도 용머리를 돌아 긴 하얀 꼬리를 달고 목포항에 들어오는 여객선은 이난영이 불러 인기를 모은 ‘목포는 항구다’ “동그라미 영산강 안개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아래 갈매기 우는 그리운 내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똑딱선 운다 유달산 잔디위에…”를 읊조릴 수 있다.

보리마당

이곳을 돌아 오르면 언덕빼기 위해 평평한 마당이 보인다. 보리마당이다. 예전에 이곳에 보리를 말렸다고해서 보리마당이란 지명이 생겼다.

바다를 보고 바다를 이고 바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항구는 도시 목포에 숙명과 같은 존재이다. 바다에 사람이 있다. 바닷사람에게 바다는 동경의 대상이자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새벽 쓰린 가슴에 소주를 붓고 일터에서 돌아와 돌아누운 이들에게 바다는 한시도 잃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 바다를 바라보고 눕고 싶은 사람들.

1897년 개항으로 번성했던 항구 도시 목포의 자취가 남아 있는 도심. 누구는 이곳에서 향수를 느끼고 누구는 이곳에서 도시의 몰락을 보고 산다. 이런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보리마당이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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