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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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9.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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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 이성관 작가

감꽃

새벽처럼 일어나 골목길을 누볐네
골목길 돌아들면 순아네 집 감나무
별처럼 널린 감꽃이 환히 웃어주었지

밤내 내린 감꽃을 들랑날랑 들고 나서
실에 꿰어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면
아아아, 감꽃목걸이 방 안 가득 향내가.


 
감나무!
예로부터 남도의 시골집에는 집 안 또는 주변에 감나무 한두 그루는 어느 집이나 있게 마련이어서, 감나무는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사시사철 기쁨을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월도 중순 쯤 접어들면 피어나는 연둣빛 감잎을 시작으로, 신록이 싱그러움을 더해가는 5월이 오면 감나무는 가지마다 촘촘히 별꽃모양의 샛노란 감꽃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이때다 싶을 만큼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한다고나 할까?

당시의 시골은 가게는 물론 시장까지 멀어 먹거리가 있을 리 만무했다. 아니, 설령 가까이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정황상 쉽게 간식거리를 구할 수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이유는 배고픈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그래서 주변의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나 먹거리라고 생각되면 이름 모를 풀잎이나 나뭇잎을 포함하여 이들을 뜯거나 꺾어 허기를 때웠으니, 어떻든 이러한 간식거리는 무언중에 자연에서 스스로 구하는 것이 그저 일상으로 반복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름 하여 봄철에는 부드러운 찔레순을 꺾어 든다거나, 진달래 꽃피는 시절이 오면 다투어 마을 뒷동산에 올라 진달래 꽃잎을 입술이 새파래지도록 따 먹는 일 등등---.

이렇게 손수 구한 간식거리 중 봄철 집 안이나 주변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감꽃이었다.

감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하여 순이 비교적 늦게 나는 편으로, 잎이 제법 넓게 퍼지고 나면 감나무마다 별처럼 많은 감꽃이 피기 시작, 집 안의 감꽃으로는 모자라다싶은 조무래기들이 새벽처럼 눈 비비고 일어나 마을에서 제법 커다란 감나무집 담장 밑을 찾아가면 밤내 맨흙에 떨어진 감꽃들이 골목길 가득 상큼한 향내를 날리며 널려 있었다.

문제는 이것도 시간을 다투는 것이어서 다행히 자신보다 먼저 다녀간 아이가 없으면 보다 많은 양을 주을 수가 있지만, 평소보다 늦잠을 자거나 또는 일찍 간다고 해도 자신보다 더 빨리 누군가가 다녀간 뒤의 감나무 밑은 여의치가 못하여 헛걸음질을 당하고 마는 날은 해종일 기분이 유쾌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다음날 밤엔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은 더 일찍 일어나야지 하고 잠자리에 들곤 하기를 반복하였던---.

감꽃은 먹거리뿐 아니라 놀잇감 또는 장식용으로도 사용했으니 그게 바로 감꽃목걸이였다. 먹고 남은 감꽃을 모아 줄줄이 실에 꿰어 목에 걸거나 벽에 걸어두면 방안 가득 향기로 가득하였으니, 세상 어느 값비싼 보석목걸이가 여기에 비할 수 있을까.

이 감꽃목걸이는 목에 걸기도 하고, 손목에 걸면 팔찌가 되고 이마에 두르면 화관 이 되어 귀한 대접을 받는 등. 어디에 두르냐에 따라 명칭이 달라지기도 하였으니 드물긴 하지만 발목에 두르면 발찌라고도 부를 수 있는―.

아울러 이렇게 용도를 마친 목걸이를 벽에 걸어두고 한 이삼일쯤 지나면 감꽃이 검붉은 색으로 말라 약간 떫은듯한 감꽃에 단맛이 더해지는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다.

어디 감꽃 뿐이랴.

추석을 앞 둔 칠팔월쯤이 되면 풋감이 제법 살이 올라 감꽃에 이어 이 또한 여름철의 간식거리로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과 달리 그 시절은 떫은 감이 많아서 앞의 감꽃 줍기와 마찬가지로 저마다 더 많이 줍기 위하여, 새벽처럼 일어나 풋감 줍기 경쟁이 다시 또 시작되었으니,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아득한(?) 옛날이야기. 무슨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 아니냐’고 핀잔이나 주지 않을까.

그러나 풋감은 맛이 떫기에 그대로는 먹을 수 없어, 새벽에 주워온 감들은 엄마가 아침을 지으면서 나온 쌀뜨물이나 물이 담긴 옹기 등에 주워온 감을 담가놓으면 한여름의 뙤약볕을 받아 적당히 말랑해지면서 단맛이 배어들었다.

그러나 쇠도 녹인다고 할 정도로 식욕이 왕성할대로 왕성한 아이들에게 여름날 한낮은  길고 길어서 금방 찾아오는 허기가 오기 마련. 풋감에 단맛이 베어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도 자꾸만 궁금해진 아이들이 행여 우려졌을까 하고, 참새 방앗간 드나들 듯, 아침에 담가둔 감들의 맛을 보기 위하여 이빨로 살짝 맛을 보다가는 다시 통 안에 넣어두기를 하루에도 몇 차례 형제들끼리 번갈아 반복하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떫은 풋감에 단맛이 들 때쯤이 되면 고만고만 이빨자국이 나 있었지만 어떻든 이 떫은 감은 집 안에서 뿐 아니라, 때로는 초가을 올벼논에 새보기를 할 때도 논물에 담가두고 궁금함을 달래기 위한 대용으로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던 간식거리 구실을 톡톡히 하였다.

감의 용도는 이 외에도 겨울철 최고의 간식으로 귀한 대접을 받던 홍시 하며, 까치 등의 겨울새들의 겨울양식까지 배려하는 시골 사람들의 훈훈한 인심을 대변하는 까치감에 이어, 잘 익은 감을 깎아 가을햇볕에 말려 만든 곶감.  곶감은 전래동화 ‘곶감과 호랑이’ 이야기로도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사시사철 제사나 차례 상에 놓여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조상님들 모두가 맛보시고 계시는 호사(?)를 누리고 명품음식으로도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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