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고양이 흰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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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 흰고양이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04.0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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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해양대학교 교수 한원희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는 뜻의 흑묘백묘(黑猫白猫)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중국의 경제 논리이다. 원래는 중국 속담인 흑묘황묘(黑猫黃猫)에서 유래한 말로 1980년대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이 즐겨 쓰던 용어이다.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최고라는 실용주의적 경제관이 잘 나타나 있다.

‘경제 살리기’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로 가장 많이 들어온 말 중 하나이다.

특히 목포를 비롯한 우리지역에서는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다. 매년 목포 시민을 대상으로 ‘시정 및 의정’ 평가를 해온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가장 절실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늘상 ‘경제 살리기’가 선두에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그동안 쥐를 잡는 고양이가 없었단 말인가? 전 세계 경기의 위축 추세라든가 목포·서남권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선 및 해운산업의 쇠퇴는 차치하고라도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지 않은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1991년에 지방선거를 통하여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에 지방자치단체장도 민선으로 뽑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그 동안 지방자치제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끊임없이 겪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우리 목포와 같이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중소도시에서는 지방정부의 실책이 곧바로 민생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는 개연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도정 및 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하여 실책의 기회를 줄이고 올바른 정책을 검증하기 위한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감시·견제 역할을 하는 기구로서 가장 실질적인 기관이 바로 ‘지방의회(도의회 및 시의회)’이다. 지방의회가 제대로 된 감시·견제 기구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지방의원(도의원 및 시의원)들의 자질과 소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지방의회가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구조적으로 검토해야 할 제도적 문제가 바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이다. 2012년부터 이루어진 시민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에 대한 의견은 찬성보다 ‘반대’가 두 배가 넘게 많았다. 특히 기초의원(시의원) 정당공천은 반대의견이 70%에 달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에 반대한 주요한 이유는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의 시의원이 다수가 포진된 시의회로서는 시정에 대한 감시·견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시의원 대다수와 시장이 같은 당이라고 해서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수당에 의한 책임정치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고 시야가 좁아지면 우물속의 하늘 밖에 보지 못하는 진리를 우리는 늘 경계해야 한다. 특히 목포를 비롯한 우리지역은 전통적으로 지역색이 매우 강한 당이 다수당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이제는 그러한 고정적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도지사는 도지사로서 시장은 시장으로서 맡은바 책임을 다하고, 도의원 시의원들도 각자가 제대로 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우리지역의 경제와 민생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현재 우리 국민은 국가 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우리가 겪는 심적인 허탈감은 접어두고라도,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이때 우리 모두가 손해 본 경제적 손실은 누가 어떻게 되돌려 줄 것인가?

6.13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요즈음 많이 회자되고 있는 ‘지방분권개헌’이 실현된다면 지방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 우리는 지금 여당이니 야당이니, 진보니 보수니를 따질 것이 아니라 쥐를 잘 잡는 고양이를 고르는 일에 눈을 부릅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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