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살아가는 ‘혼족 문화’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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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살아가는 ‘혼족 문화’의 불편한 진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04.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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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제는 당당하게 혼자 밥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혼자 즐기는 모든 것들이 외로움을 표현하기 보다는 당당함을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자신만의 여가생활을 하며 즐기는 이들을 말하는 용어들이 생겨나며 ‘혼족 문화’, ‘1인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다. 이는 불편한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어 하는 솔로들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의 제목까지 혼족 문화를 다룰 만큼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뚜렷한 흐름은 단연 ‘혼자 살기’가 아닐까 싶다. 방송마다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는 대표 연예 프로그램은 대부분 혼자 생활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며 즐기는 리얼 예능들이다. ‘나 혼자 산다’나 ‘미운 우리 새끼’ 같은 프로가 지상파 예능을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이 현실의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프로가 득세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비혼, 독신 풍조가 이미 일반화했다는 방증이다. 특히 ‘미운 우리 새끼’는 예능 사상 처음으로 늙은 자식의 노모들이 등장하여 혼자 사는 모습에 안쓰러워하며 안달하지만, 나이 50 전후의 늙은 아들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즐긴다. 엄마들의 결혼 걱정과 상관없이 어느덧 이 프로는 역설적으로 홀로 사는 즐거움을 홍보한다.

이러한 경향은 TV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서점가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의 분석에 따르면  ‘싱글 라이프’를 풀어낸 '혼자' 키워드 도서가 매년 꾸준히 출간되고 있으며, 자유로운 삶을 다룬 책이나 냉혹한 세상에서 스스로 다독이고, ‘나’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한 조언이 담긴 책들이 인기라고 한다. 특히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답게 살아가는 법을 설명해주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등의 도서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우리 주변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주위에는 이미 결혼 채근을 포기한 지 오랜 젊은(?) 자식들이 즐비하다. 과거에는 결혼하여 아기 낳고 가정생활 속에서 재미와 행복을 찾았다면 지금은 그것 말고도 즐길 일이 널려 있어 딱히 결혼에 목맬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은 듯하다. 혼자 살기를 즐기는 그들은 알고 보면 태어나면서 외환위기와 같은 불황을 겪었고 고도성장기도 끝나 역사적으로 부모보다 부자가 된다는 명제를 깬 최초의 세대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이 어쩔 수 없이 고안해 낸 생존 카드가 ‘혼자 살기’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적게 벌어 적게 쓰고, 할 수 있는 한 덜어내고 줄인다. 결혼이 장벽이라면 아예 피하는 쪽을 택한다.

그러니 결혼 안 한다고 그들을 채근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혼족문화로 인해 파생되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소식도 자꾸 많아져 가고 있다. 결혼 가구당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작년 12월 드디어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를 추월했다고 한다. 이는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현실과 맞물리면서 대한민국이 사라진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국가의 미래보다 당장 우리의 코앞에 닥친 노후의 삶이다. 인구가 줄어 일할 젊은이들이 사라지면 가장 고통스러운 계층이 노년층일 것이다. 국가가 부양할 힘이 없을 때 그들은 이 사회의 짐으로 전락한다.  요즘 어르신들이 “이제는 우리들에게 신경 그만 쓰고 젊은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쓰라”고 하는 말씀들을 자주 하시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요즘 최고의 인기 트렌드인 ‘혼자 사는 문화’는 다른 측면에서 우리에게 고통을 가져다 주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한 상황변화 때문에 나홀로 살아가는 혼족 문화를 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제는 사회가 그들의 내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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