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섬 주민 ‘삶의 지혜’ 재발견
상태바
전남 섬 주민 ‘삶의 지혜’ 재발견
  • 류용철
  • 승인 2018.05.23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부 신안·완도·진도 생물자원 이용지식 자료집 발간

[목포시민신문=유용철기자]신안, 완도, 진도 지역민들은 상괭이 기름을 사용해 벼멸구를 방제했고 참갑오징어 뼈를 갈아 지혈제로 사용했다. 이뇨와 붓기 제거를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옥수수 수염을 음료로 개발한 것 처럼 전남 지역민들의 지혜가 산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생물자원과 전통지식의 보호·보전,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지난해 3∼11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역에서 구전 전통지식을 조사해 생물자원 386종의 전통지식 2600여 건을 발굴했다고 15일 밝혔다. 슬기롭게 바닷가 생물자원을 활용했던 전남 섬 지역 주민들의 전통지식이 대거 발굴된 것이다.

연구진은 전라남도 신안, 진도, 완도군 지역 105개 마을에 거주하는 어르신 300여 명(평균연령 80.9세)과 면담했다.

이를 통해 발굴된 전통지식 중에는 참갑오징어 뼈를 갈아 지혈제로 사용하거나 미역과 비슷한 해조류인 곰피로 빨랫비누를 대신한 것 등이 특히 눈에 띈다.

참갑오징어 뼈에 있는 탄산칼슘 성분이 지혈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탄산칼슘은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면 열이 발생해 혈액의 수분을 증발시켜 혈액을 빠르게 굳게 만든다.

곰피는 계면활성제(세제·화장품·치약 등 화학물질) 역할을 하는 천연 성분이 많아 비누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신안군 도초·비금면, 진도군 도조·임회면, 완도군 보길·소안·청산면 등 해안지역에서는 해충인 벼멸구를 퇴치할 때 고래의 한 종인 상괭이 기름을 사용하고 산후조리에 즐겨 먹던 미역국에 소고기 대신 생선 조피볼락을 넣었다. 실제 조피볼락에는 칼슘과 단백질 성분이 소고기 보다 많고 칼슘의 경우 소고기 보다 5배 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도군과 진도군에서는 바닷가 모래에 자라는 순비기나무 줄기와 잎을 삶아 그 물로 두드러기 등 피부 질환을 치료했다. 마편초과에 속하는 순비기 나무는 폴리페놀, 타우린과 같은 항산화·항균 성분이 풍부해 피부질환에 활용돼온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에 발굴한 전통지식 2600여 건 가운데 80종의 동·식물과 관련한 생물자원 이용지식 174건을 수록한 자료집 ‘남도인의 삶에 깃든 생물이야기’를 이날 발간했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은 “우리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생물자원과 이와 관련한 전통지식이 산업적으로도 활용 가능한 귀중한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용철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