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역사를 관통하는 영원한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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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역사를 관통하는 영원한 화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08.0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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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철호
 

16세기 연산군을 뒤엎고 중종을 내세운 반정공신들은 임금을 허수아비쯤으로 알았다. 공신의 득세는 나라와 왕권을 위협하게 되었고 사림파의 불만은 고조되었다. 중종은 이를 견제할 목적으로 사림의 우두머리 조광조를 혜성과 같이 등장시킨다. 약관의 나이에 대사헌이 된 조광조는 향약의 확대 실시, 소격소 폐지, 현량과 신설, 나아가 훈구세력의 위훈 삭제까지 도모하였다. 훈구파의 사주와 지나친 개혁일변도에 놀란 중종에 의해 조광조는 결국 낙마하게 되고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는다. 기득권의 저항을 잘 관리함이 개혁의 성공조건인데 조광조는 개혁의 당위성에 매몰되어 반대파의 의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다.

실로 200년여 전,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개혁군주 정조대왕이 무대 뒤로 퇴장하였다. 학자이면서 개혁군주이기도 했던 정조대왕의 죽음은 정치사적으로 사림과 탕평정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세도정치와 민란시대를 불러왔다고 정치학자들은 말한다. 정약용 등 인재를 등용하여 자신의 개혁정치를 실현하고자 했음에도 불구하고 뚝심있게 지지해줄 세력의 부재로 인해 늘 탕평을 고민해야만 했던 고독한 군주였다. 차라리 정조의 극적인 죽음은 오회연교와 같은 독재가능성이나 문체반정, 서학금단 등으로 인한 더딘 신문물유입이나 시대의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해 가는 의도치 않은 묘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1933년, 대공황이 휩쓸던 무렵 집권한 루즈벨트는 새 미국 건설이란 확실한 비젼을 제시하였으나 기득권층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검은 금요일로 시작된 뉴욕증시의 폭락은 국가부도와 심리적 공황상태를 만들었으나 당시 좌파로 인식된 케인즈 이론을 받아들여 3R(Relief, Recovery, Reform)로 지칭된 뉴딜정책을 실시하였다. 총체적 반발을 노변정담을 통해 국민을 직접 설득하고 반대파도 장관직에 임명하는 등 미국식 탕평을 실시하였다.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이란 행운이 겹치면서 루즈벨트의 개혁은 성공의 길로 들어선다.

오늘날 루즈벨트의 개혁은 독립전쟁, 남북전쟁과 더불어 미국 역사상 3대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 개혁을 통해 비로소 미국이 현대민주주의 국가의 기본틀이 마련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은 개혁과 다름 아니다. 역사가 주는 교훈 중 하나가 반복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인데도 늘 유사한 실패가 역사에서 되풀이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개혁은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예전 학생들 앞에서 “놀랬제”를 연발했던 김영삼식 개혁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고도 하다. 개혁은 또한 세력이 필요하다. 김대중정부가 소수파정권이었음에도 수구기득권세력의 전방위적 견제를 뚫고 그나마 외환위기 조기극복이란 분명한 성적을 올린 것은 전 정권이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이었다.

지방선거가 끝났다. 지방권력을 장악하였으니 세력이 필요한 중앙정부보다 상향식 구도의 개혁을 우선적으로 실현할 적기이다. 특히 또 다른 지방권력의 한 축인 교육계는 진보교육감이 압도적 다수가 당선되어 사회 그 어느 곳보다 혁신의 속도가 느리다는 앨빈 토플러의 지적을 한 번쯤 비웃어 줄 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중앙개혁을 마냥 미루자는 뜻은 아니다.

20세기에, 군대에서 일어난 모든 혁신은 군대가 심각한 기능 장애를 일으켰거나 전투에서 완패한 후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또 한 번 전 정권의 실패로 인해 총체적 혁신을 성공시킬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기업, 군, 검찰, 정부, 국회 등 어느 분야를 가릴 것이 없다.

석학 피터 드러커는 저서 ‘위대한 혁신’에서 ‘엄청난 불확실성의 시대, 또는 예측하지 못한 끔찍한 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시대에는 변치 않는 기본적 추세를 바탕으로 전략과 정책을 수립한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실패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라고 갈파한다. 지금 이 정부와 우리 모두가 새삼 곱씹어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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