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 골목은 따숩고 정겨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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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골목은 따숩고 정겨웠으니…”
  • 김영준
  • 승인 2018.09.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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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김영준기자]목포시 온금동 아리랑고개. 고개가 얼마나 가파랐는지 오랜 옛날에 아리랑고개라고 불렀다.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 힘들어 ‘아이고 아이고’ 하며 넘나들던 고갯길.

유달산 자락에 이 비탈길을 따라 사람들이 모였다. 가난해서 찾아든 산자락은 사람들이 살기에 힘든 일이 너무나 많았다. 물이 없어 빗물을 받아 생활을 해야 했고, 겨울이면 비탈길을 올라서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딱 좋은 게 있었다. 아름다운 경치였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위해 유달산 정상을 올라야 했지만 온금동 사람들은 매일 눈만 뜨면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가난한 사람들이 그나마 누렸던 여유도 누리지 못할 것 같다. 개발이라는 이름이 있는 자를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여유(?)를 빼앗아 갈 것 같다. 사람들은 말했다. 곧 개발된다는 소문에 자리를 비켜주어야 한다고. 골목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재개발된다고 해서 내가 그 집에 들어갈 수 있겄소. 요즘은 재개발 한다고 해서 원래 살던 사람들한테 집을 주는 것도 아니더만. 지금 내가 깔고 앉은 시멘트 자리가 번듯한 마루바닥보다 훨씬 더 좋소잉. 여그가 꽃자리여.”

지난 2007년 12월, 목포시는 최대 주민숙원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이 고갯길을 폭 12m의 도로로 확장했다. 2004년 8월에 공사를 시작해 3년 4개월 만에 완공했다.

공사가 시작되기 꼭 1년 전인 2003년 8월 21일, 목포 20대 30대 청년들의 모임인 ‘목포2030네트워크’가 목포문화원 강당에서 ‘서산 온금지역 개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이곳을 얘기 했었다. 이 사진은 그날 토론회 부대행사로 진행된 사진전에 전시됐다. 흑백 네가필름으로 촬영했고 최근 디지탈로 복원했다.
김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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