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흑산공항을 반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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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흑산공항을 반대하는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8.09.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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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민 이동권 보장 위해 연안여객선 공영제 도입 우선해야
 

2011년 처음 고시된 이래 지금까지 두 번이나 조건부 보류된 이 사업은 이제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었다. ‘철새가 먼저냐 주민이 먼저냐’ 따위의 자극적인 문구로 흑산공항을 밀어붙여서 과연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

나 자신 신안 섬에서 나고 자랐고 직장생활을 했고 현재 부모·형제들도 섬에서 거주하고 계시기 때문에 섬 주민의 생활과 고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부디 이번 흑산공항 건설 논란을 계기로 지역주민의 이동권 보장과 소득보전 정책을 올바로 수립하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 공항건설계획의 시작과 사업자 선정, 그리고 의혹

첫째 섬으로 간 ‘4대강 사업’이다.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4대강 사업으로 국토를 파괴한 이명박 정부가 자연공원법 시행령까지 바꿔가며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이어 등장한 박근혜 정부는, 철새와의 충돌위험이 높아 공항입지로 적합하지 않으며 사업계획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철새연구센터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사업이다.

둘째 정부 입맛에 맞춘 사업 타당성 조사는 믿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국토부가 세 번이나 보완하여 제출한 자료의 경제분석 값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나 사업타당성은 전혀 믿을 수 없다.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국토부는 비용편익비를 2015년 건설환경영향평가서에서 4.3, 2017년 7월 보완자료에서 2.6, 2018년 2월 재보완자료에서 중간값 2.12로 바꾸었다.

또 국립공원 경제적 가치 손실을 2017년 보완자료에서 연간 5,010만원으로 했다가 2018년 재보완자료에서는 연간 604억원으로 책정하였다. 처음 제시한 손실가치보다 무려 1,200배의 차이가 난다.

또 여객선 결항률을 20%로 하였다가 11.4%로 수정하였는데 평가서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셋째 교통 안정성 문제는 심각하다.

선택 기종인 ATR42 50인승 프로펠러 경비행기는 최근 10년간 9건의 인명사고를 낸 매우 위험한 기종으로, 337종의 철새 이동 경로와 겹치는 소형항공기 운항은 대형비행기의 철새충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험성을 갖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대책은 대체서식지 조성과 같은 방안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공항시설법 시행규칙 제 47조 6항에 의하면 공항 반경 8km 이내에는 어떤 조류유인시설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흑산도에 대체서식지 조성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넷째 사업자 선정에 ‘의혹’이 있다.

흑산공항 사업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3차례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유찰된 바 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국가계약법과 계약예규 등의 관계 법령을 개정해 금호컨소시엄(금호산업, 롯데건설, 포스코건설)이 수의계약자로 선정될 수 있게 하였고, 금호컨소시엄은 조달청과 기술형 입찰 수의계약에 따라 실시설계 인센티브를 통한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었다. 결국 박근혜 정부 말 최저입찰이 아닌 가격협상력을 높여 주는 형태로 특혜를 받게 된 셈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현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 정권의 비호 아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행된 불법과 특혜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이 필요한 이때, 흑산공항 문제 역시 현시점에서는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가 아닌 ‘감사’가 필요하며, 당장에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중단하고 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이라고 생각한다.
 

△ 공항건설로 관광객이 늘고 주민소득에 기여할 것인가?

첫째, 과도한 수요예측으로 경제성 부풀리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KEI의 검토의견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흑산도 공항건설 예비타당성 보고서 항공수요예측이 과도하게 설정하여 편익을 부풀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KDI는 2017년 최종 항공수요예측을 연 60만 통행으로 예측한 결과 B/C 분석값이 4.38에 이르렀다. 하지만 항공수요를 60만 통행으로 적용하면, 실제 흑산도 소공항의 50인승 비행기가 연 1만2천회를 운영, 기상이변, 계절요인 성수기 비성수기의 등의 변동요인을 배제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40회 이상을 운항한다는 전제일 때 가능하다. 흑산도공항의 결항률은 16%~22%임을 감안하면 과도한 수요예측이며, 상대적으로 유사한 여수 공항의 운항횟수도 2011년 기준 5,796회 임을 감안 타 공항의 운영실적과 비교해도 어불성설이다. 참고로 연간 관광객이 60만여명에 이르는 일본 츠시마 공항도 일평균 운항은 10여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흑산공항의 경우 서울-흑산 간 항공운임이 120,000원으로 매우 비싸다.

둘째 현재 흑산도의 관광인프라는 하루 1,500명의 관광객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흑산공항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흑산공항만 완공되면 관광객이 몰릴 것이란 환상에서 벗어나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주민들이 전복, 우럭 등 생선, 김 미역 다시마 등 판매로 소득을 올려야 할 텐데 공항건설로 인한 피해 때문에 양식장이 파괴돼 결국 멀리 다른 곳에서 조달하거나, 상대적으로 펜션, 음식점 편의점 등이 성업하는 등 흑산 주민 고유의 생업으로 얻는 소득증대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이다. 양식업을 많이 하는 대봉산과 가까운 대둔도의 오리 수리 도목리 주민들의 반대가 거센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흑산공항은 자연생태계 훼손, 어족자원의 파괴 등 흑산도 고유의 경쟁력을 하락시켜 주민의 소득증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 공항건설로 흑산 주민의 교통기본권이 보장되는가?

흑산공항은 흑산 주민의 교통기본권 보장과는 거의 무관하다. 왜냐면,

첫째 결항률이 높다.
흑산 항공기의 결항률을 살펴보면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서는 항공기 결항률을 20%제시하고 있는데 보완서는 11.4%를 제시하고 있다. 쾌속선이 하루 왕복 8회에서, 왕복 2회만을 했을 때, 이것을 운항일로 볼 것인가 결항일로 볼 것인가에  따라 운항일로 잡는다면 결항일 수치는 전체 결항률보다 수치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또한 흑산도의 태풍주의보, 풍랑주의보, 안개주의보가 여객선을 통제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데 위의 이유로 여객선이 못 가면 항공기는 갈 수 있는 것인가? 국토부가 제시한 재보완서에 제시한 수치에서 보듯이 배가 못 가면 항공기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배는 다닐 수 있어도 항공기는 오히려 못 다닐 수 있다는 게 보고서 내용이다. <표 참조>

둘째 소형항공기 특성상 시계(視界)비행을 하므로 일몰 전인 6시 이전까지나 항공기 운항이 가능하다. 교통기본권 보장과 거리가 먼 이유다. 야간 응급환자 수송 등에도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셋째 흑산 주민의 생활권이 목포와 광주 등 광주전남지역이어서 수도권이나 부산지역 등에 갈 이유가 별로 없다. 그 때문에 김포공항, 김해공항 등지에서 오가는 항공기와 흑산주민의 교통기본권은 별 상관이 없는 관광객을 위한 교통수단이다.

넷째 흑산 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를 육지 병원으로 실어 나를 때 비행기보다는 헬기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 흑산도의 환경, 생태 파괴와 철새보호에 대한 우려는 기우인가?

흑산공항은 흑산도의 비경은 물론, 생물다양성과 서식지 훼손문제가 심각하며, 용머리 끝에 우뚝 솟은 대봉산(大鳳山)은 예리항을 태풍으로부터 막아주고 있는데 이 산을 깎아내는 것은 예리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안전성에 매우 치명적이다.

생물다양성과 서식지 보전의 측면에서 흑산도는 서해안 철새 이동 경로의 주요 통과지점이고, 멸종위기야생생물 I, II급 조류 29종, 천연기념물 조류 23종 등 총 43종의 법정보호조류가 서식하는 지역이다. 특히 흑산도는 한반도 서남부를 거쳐 이동하는 이동성 조류들의 주요 중간기착지로서 국내 철새종의 약 70% 이상이 출현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사업계획지구인 예리 일대는 소형철새(산새류)들이 휴식과 취식을 하는 장소이며, 예리항 일대는 갈매기류의 주요 월동지이다. 만약 계획대로 공항건설을 시행한다면 예리 일대를 활용하는 조류의 이동경로가 단절되어 해당 종의 서식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한 국책연구기관들은 예리항 일대에 서식하는 갈매기류가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를 촉발하여 항공기 운항에 치명적인 위험성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흑산도는 고대 동북아의 중요해상교역로로 한반도와 중국, 일본 사이에서 중간 거점으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임이 밝혀졌다. 따라서 흑산도 주변 바다에는 고대국가 당시에 교역의 흔적(난파선, 해상기지)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사업 예정지인 대봉산 일대도 고대 문화재들이 발굴될 가능성이 높다.

△ 흑산 주민의 소득증대와 교통기본권 보장을 위한 대안은?

건설교통부와 일부 정치인들은 섬 주민의 이동권 보장 운운하며 공항 건설을 강행하기보다 연간 1,5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연안여객선을 버스와 철도, 지하철과 같이 대중교통으로 분류하여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확대해야 하고,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 투자액 중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안여객운송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서 시설과 시스템을 현대화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선거공약인 여객선 공영제가 국정과제에서 제외되었는데, 이를 되살려서 모든 국민들이 부담 없고 안전하게 여객선을 이용하게 해야 한다.

또한 30년 동안 특정 선사가 독점하고 있는 목포-흑산 간 항로에 경쟁체제를 구축해서 노후장비, 서비스 등을 개선하도록 해야 하고, 항로도 기존 노선에서 현재 압해-암태간 새천년대교 완공을 곧 눈앞에 두고 있으므로 새 항로를 안좌-흑산 간으로 변경해서 웬만한 파도에도 대형 여객선이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섬 주민의 교통기본권 신장을 위한 중요한 사안을 이제껏 ‘나 몰라라’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공항건설을 빌미로 섬 주민의 교통기본권을 얘기하는  정부, 지자체, 정치인의 모습이 구차하기 까지 하다.

△ 맺음말

흑산도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이곳이 가진 천혜의 경관과 잘 보존된 생태계를 지키고 가꾸는 것이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고, 지금도 그 판단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오는 9월 19일로 예정된 흑산공항 건설 재심의로 이 모든 우려와 불신을 정리하여 국립공원을 국립공원답게 보존하고 공항건설 논란에서 드러난 지역주민의 이동권 보장과 소득보전 정책을 올바로 수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특별히 이낙연 총리께 당부드리고 싶다. 전라남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사업이라고 하여 이 사업에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으며, 국립공원심의위원장인 환경부 차관을, 재심의를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으로 교체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낙연 총리께서는 모든 면에서 부적합한 이 사업을 강행하지 말고 이번 재심의에서는 엄격한 중립을 지켜 주시길 바란다.
최송춘(전남환경운동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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