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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말씀’조 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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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5  15: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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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초등학교 4학년인 한 어린이가 지리산 등반을 갔다 조난당했다가 사흘만에 살아서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아빠와 아빠 친구들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갔는데 내려오는 길에 어른들 옆에 붙어서 내려오지 않고 혼자서 달려 내려오다가 표지판을 잘 못 보고 길을 잃어버린 겁니다.

여러 사람들이 같이 갔던 등산이라 어른들도 아이가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에 있겠지 하고 방심했던 모양입니다. 아이가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나 온 길을 돌아보니 거기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어른이라고 할지라도 당황스러울텐데 당시에 초등학교 4학년이니 그 때 그 아이의 심정은 가히 짐작이 갈 것입니다, 어른들한테도 험하다는 지리산을 그때부터 이 아이는 사흘간을 혼자 헤매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살아남았습니다. 어떻게 그 아이가 사흘 동안 그 험하다는 지리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아이가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소에 아버지는 아들을 산에 잘 데리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리고 산에 오를 때마다 아이에게 자주 해 주었던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혹 오후 늦게 산에서 내려올 때 아들이 아버지에게 무섭다고 하면 “아들아 우리나라 산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맹수가 살지 않아”라고 하였답니다. 아이는 칠흑 같은 산속의 어둠의 공포속에서 아버지의 이 말씀을 기억하며 견뎌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산에서 비를 맞고 잠이 들게 되면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다”라는 말을 해 주었는데, 아이는 이 말을 기억하고 둘째 날 비가 오자 비를 피하기 위하여 바위 밑을 찾아가서 거기서 침낭을 뒤집어쓰고 밤새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잠을 자지 않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항상 길을 잃을 수가 있는데 특히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물소리를 찾아라.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 어디엔가는 틀림없이 사람이 사는 인가를 만나게 된다”고 하였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가르쳐준 대로 계곡물을 찾았고, 물을 마시며 갈증도 해소할 수 있었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가 다른 등산객을 만나 구조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말씀’에 귀 기울였던 것이 아이의 목숨을 살린 것입니다.

갑자기 이 이야기가 생각난 것은 어린 청소년들의 강력범죄가 연일 보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인천 중학생들의 집단폭행사건과 피해자의 안타까운 죽음 등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어린 학생들의 잔혹한 범죄행위와 관련된 뉴스와 기사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소년법을 개정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이렇게 된 데에는 부모의 책임, 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동이나 청소년문제를 다룰 때 가장 먼저 지적하고 있는 것은 가정의 역할부재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은 사라졌고, 경쟁사회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법(공부 열심히 해라!!)만이 전달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부모의 교훈이 사라진 사회, 아버지의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는 사회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우리는 겪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달 29일 전남도립도서관 다목적강당에서 청소년범죄예방재단 전남지부와 초ㆍ중ㆍ고교 관계자, 학부모ㆍ학생 등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자녀는 기대하는 만큼 망가진다’라는 주제로 북콘서트가 개최되었습니다. 책의 저자인 김충식 작가는 청소년 폭력예방과 상담 전문가로 20년간 자신이 경험하고 해결했던 사례를 설명하면서, 자녀를 위해 준비된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많은 공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자녀는 기대하는 만큼 망가진다’는 그의 책 제목이 청소년 범죄로 신음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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