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조기호
감사합니다
보드란 바람을 주셔서
따순 볕도 주셔서
긴 하품 속,
닫힌 창을 열고
새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강물 다시 흐르게 해주셔서
버려진 땅에도
아지랑이 모락모락 내려주셔서
<시작 메모>
매화꽃 소식과 함께 어느새 봄이 찾아왔습니다. 겨우내 고요했던 들판에 파릇파릇 풀잎이 돋아나고 냉이 꽃다지가 별처럼 웃고, 나뭇가지에는 새 움들이 반짝반짝 눈을 뜨고 있습니다. 아무런 약속도 없이, 어떠한 대가도 없이 해마다 어김없이 봄을 보내주시는 분, 얼마나 감사합니까. 만약에 이 아름다운 봄, 보드란 바람을 따순 햇볕을 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강물도 다시 흐르지 않고 아지랑이도 모락모락 내려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하여, 그 고마움에 대하여 봄의 창가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봅니다.
【조기호 약력】
광주일보(84) 및 조선일보(90) 신춘문예 동시 당선
전남시문학상(2000) 및 목포예술상(2002) 수상
제5회 열린아동문학상, 2016 올해의 좋은 동시집 선정
동시집 <숨은 그림 찾기> <‘반쪽’이라는 말> 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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