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중독에 인생을 붓지 마세요’ - 조준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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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중독에 인생을 붓지 마세요’ - 조준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3.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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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도박, 스마트폰, 게임 중독 등 비약물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예방하기 위해 강원랜드,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후원으로 모 신문사에서 주최한 ‘중독 예방 공모전’ 심사 결과 4개 부문 32개팀 수상자가 최종 선정됐다는 기사를 보았다. 공모전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올해 1월 21일까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중독에 대한 경각심 고취 및 부작용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의 작품을 UCC(동영상), 포스터, 웹툰, 슬로건&캘리그라피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공모를 진행하였고, 1개월이 넘는 심사를 걸쳐 수상자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UCC 부문에선 스마트폰 사용으로 대화가 단절되는 현상이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그림자 기법으로 표현한 ‘좋아요’가 대상을 받았고, 포스터 부문에선 아이들이 자주 하는 땅따먹기라는 놀이를 소재로, 만약 도박 중독의 영향을 받는다면 이마저 돈으로 사고파는 순간이 오게 될 것이라는 경각심을 심어 주는 작품인 ‘아빠, 저는 2번 땅을 걸게요’가, 웹툰 부문에선 딸을 위해 인형 뽑기를 시작한 아빠가 뽑기에 중독되어, 결국 가정의 평화가 깨지고 딸과 아내가 인형에 파묻혀 질식해 가는 내용을 담은 ‘아빠의 취미’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슬로건&캘리그라피 부문에선 도박 중독에 빠져 소중한 인생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허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밑 빠진 중독에 인생을 붓지 마세요‘가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최고점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독은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부적응적인 행동으로, 개인의 황폐화, 가정의 파탄, 법질서 위반, 사회관계 단절 등의 치명적인 결과가 야기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조절할 수 없는 정신적 질환을 의미한다. 흔히 중독하면 약물중독을 떠올리게 되지만, 최근 비약물학적 중독 즉 행위중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많은 연구들을 통해서 물질만이 아니라 몇몇의 행위 역시 과도한 집착과 조절의 어려움, 금단증상을 일으키는 중독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행위중독은 향후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비약물 중독은 마약, 알콜 등 물질중독을 제외한 일상생활 속에서 중독위험이 있는 모든 중독을 말한다. 국내 일부 조사에 따르면 도박중독 유병률은 5.1%, 인터넷 중독위험군은 6.9%,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률은 14.2%, 여성 인터넷 쇼핑 중독은 13.5%로 보고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2012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인터넷 중독률과 스마트폰 중독률은 휴대기기 보급 확대에 따라 상향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흔히 알려진 도박 중독에 비해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그만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은 척추 측만증, 허리 디스크 등 개인에게 신체적인 문제를 가져올 뿐 아니라 대인기피 현상, 업무수행 차질, 학교생활 부적응 등 사회적인 문제를 초래한다.

비약물 중독은 이미 우리 일상 속에 생활화되어 있어 대책 논의에 앞서 이들 중독에 의한 폐해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독 증상을 그냥 방치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문제의식을 확산시켜 비약물 중독에 대한 예방과 치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조성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사회적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중독문제의 해결에는 인내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며 체계적 분석에 기반한 연구와 치유 해법 모색을 위해 국가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독문제의 세계적 전문가인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마크 포텐자 교수는 "비약물 중독 혹은 행동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여러 기구들이 고려하고 있는 중요한 주제이다. 기존의 자료에 따르면 인지행동 및 동기강화 치료법 등 행동 치료법이 비약물중독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행동 치료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 아니 관심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목포와 같은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역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가 나설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미국·중국 등 다른 국가의 사례를 잘 살펴보면서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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