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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 이철호 칼럼니스트4월은 정녕 잔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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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0  17: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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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따스한 어느 봄날 오전이었다. 아내의 등쌀에 못 이겨 귀촌을 결심하고 이삿짐을 옮긴 지 한 달 반쯤 되던 무렵이었다. 아내와 나는 집주변을 정리하고 장독대에 자갈을 깔고 있었다.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헬리콥터의 굉음이 들린다. 무심코 지나쳤는데 잠시 후 몇 대의 헬리콥터가 또 날아갔다.

‘이 시골에서 군부대가 작전을 하는 건 아닐 텐데’ 하고 중얼거리면서 차 한잔 마시려고 방에 들어오고서야 그 연유를 알게 되었다. 5년 전 세월호 참사는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며칠 후 팽목항에는 교구에서 임시 천막성당을 설치하고 매일 망자들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였다. 슬픔은 꽃다운 아이들을 삼켜버린 파도보다도 컸고 분노는 하늘에 닿아 피눈물이 되었다. 그랬던 세월호의 비극도 노란 리본만 보면 가슴이 먹먹해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시절에 비하면 세월이 슬픔을 무디게 했나 보다.

학창시절에 읽었던 T.S 엘리엇은 그의 역작 ‘황무지’에서 1차 세계대전 후 황폐한 유럽을 4월은 잔인하다고 읊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황무지의 첫 구절은 이렇게 잔인한 4월의 시작을 열었다. 봄비가 깨우는 뿌리, 씨앗은 마른 땅을 뚫고 나와야 하니 처절하고 잔인한 시간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엘리엇이 주장하는 이면의 목소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유독 4월은 선량한 생명을 앗아간 사건들이 많다. 앞서 언급한 4·16 세월호 참사 외에도 제주 4·3항쟁, 그리고 다가오는 4·19혁명까지 4월은 마치 역사의 흡혈귀와 같았다.

제주 4·3항쟁은 1947년 3·1절 28주년을 맞아 민중의 시위 도중 경찰의 민간인에 대한 발포가 그 단초가 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을 거쳐 54년 한라산 일대의 금족지역을 해제하기까지 무려 7년 7개월에 거쳐 양민들에 대해 어마어마한 살상과 보복이 감행되었다. 모두 나라가 무능했기 때문이었다. 2003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무장대와 토벌대의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대규모 살상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문도 발표하였다. 4·3 평화공원의 개장은 이 항쟁의 피상적 종료를 의미한다.

1960년 4월 19일, 피의 화요일 또한 잔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국가의 무능과 부패가 오죽했으면 젊은 학생들이 나섰겠는가? 3·15 정·부통령선거에서 이승만·이기붕 부정부패 환상의 복식조를 어거지로 당선시키려는 음모에 민중은 3·25 마산의거로 응답하였다. 김주열의 주검은 혁명의 방아쇠가 되었고 이렇게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혁명은 발발한다. 이미 4·3항쟁에서 모습을 드러낸 대한민국 민주화의 원흉인 색칠놀이와 안보장사가 4·19혁명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였다.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낳고 더 큰 슬픔을 잉태한다. 우리에게 4·3항쟁도 역사이고 4·19혁명, 4·16 세월호 참사 또한 역사이다. 역사는 늘 우리에게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라고 웅변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정작 귀담아 들어야 할 위정자들은 이를 악용마저 서슴치 않는다. 쳇바퀴처럼 되풀이되는 역사의 한줄기를 붙들고 전부 인양 착각하지 말자. 진실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를 통 크게 바라보고 서로를 보듬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비의 힘이다. 히브리 말 중 라히밈이 자비의 뜻으로 자주 쓰인다고 한다. 라히밈은 레헴(rehem, 어머니의 태)이라는 어근에서 보듯 대가 없이 완전히 거저 주는 사랑이다. 잔인한 4월의 상처를 라히밈으로 싸매보자.

4월아!
이제 그 악마의 가면을 벗어라. 누가 잔인함을 노래한다더냐?

4월의 망자여!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신이여 부디 이들에게 영원한 빛을 비추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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