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다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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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다산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6.1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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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의 조룡대(釣龍臺)

5월은 역시 좋은 달입니다.

한창이던 4월의 꽃이 지고 그 자리에 연초록, 신록의 향연이 펼쳐지면서 강산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도록 헌사롭기만 합니다.

자연이 아름다운 탓인지, 5월에 하는 사람의 일들도 다른 달에 비하여 인간적이고 천연스러움이 넘쳐납니다.

어린이날 행사가 그렇고,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 모두가 인정이 넘치고 사랑이 샘솟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어버이, 스승, 이런 인륜적인 인간관계 때문에 인간의 삶에 윤기가 흐르고 따뜻하고 다정한 행복의 순간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5월은 행복의 달입니다.

이런 5월에 저는 공주와 부여의 아름답고 넉넉한 강산을 구경했습니다.

지난 주말 공주시청에서 주최한 청렴강연의 연사로 초청받은 기회에 하룻밤을 묵으면서 백제의 유적지를 살폈습니다.

섬세한 백제 예술의 본향이며, 금강이 시가의 복판을 유유히 흐르는 공주, 공산성의 옛 자취에다 아름다운 경관, 낙화암 · 백마강 · 고란사의 인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부여의 정취, 참으로 좋은 곳이었습니다.

40여 년 전에 신혼여행 차 들렸던 곳을 새롭게 찾고 보니 만감이 떠오르는 곳이었습니다.

낙화암 선착장에서 황포돛대 배를 타고 백마강을 유람하는 맛은 어떻게 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1795년 9월 15일, 그때 금정(金井) 찰방으로 내포지방에서 일하던 다산 정약용은 부여현감으로 있던 친구 한원례(韓元禮)의 초청으로 백제의 고도를 관람하는 기회를 얻었었습니다.

“옛날 소정방(蘇定方)이 백제를 정벌할 때, 백마강에 이르니 신룡(神龍)이 짙은 안개와 이상한 바람을 일으켜서 배를 탄 군사들이 강을 건널 수 없게 되자, 소정방이 크게 화를 내고 백마(白馬)로 미끼를 삼아 그 용을 낚아 죽였다. 그런 뒤에야 안개가 걷히고 바람이 자서 군사들이 강을 건널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釣龍臺記)라는 해괴망측한 전설에 다산은 과학정신과 합리주의적 사고로 그럴 수 없었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황당한 것을 좋아함이 이렇게도 심한가. 조룡대는 백마강 남쪽에 있으므로, 정말로 소정방이 대에 올라왔다면 군사는 이미 강을 건넜다는 것이고, 또 이 대는 백제성 북쪽에 있으니, 정말로 소정방이 조룡대에 올랐다면 성은 이미 함락된 것이다”라는 지형과 지리적 조건을 따져, 조룡대의 전설은 참으로 황당무계한 이야기임을 증명해냈습니다.


배를 타고 유람하던 배안에서는 전설 그대로 관광해설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다산의 「조룡대기」를 기억하면서 유람의 재미가 가시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용을 낚았다는 설(說)이 이처럼 잘못되었으니, 하물며 한(漢)나라 당(唐)나라 이전의 사실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우리나라의 일은 고려시대 이전까지는 모두 물을 것이 없다.”라는 다산의 주장은 지금에도 옳은 판단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름다운 강산과 백제의 유적지를 살피면서 우리의 고대사는 참으로 연구할 분야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다산을 통해 알아야만 한다고 느껴졌습니다.


※조룡대(釣龍臺) : 철줄로 된 낚시로 용을 낚았다는 소정방의 낚시터라는 전설이 있는데, 다산이 그 기(記)에서 사실일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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