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는 없다 - 박현경 목포여성인권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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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는 없다 - 박현경 목포여성인권센터 팀장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5.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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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팀장

얼마전 길을 지나다 홍보 게시대에 걸려있는 ‘착한 북한 이탈 여성과 결혼하세요’ 라는 프랑카드를 접하고 내 눈을 의심했다. 그래서 우리 단체에서 그 홍보 프랑을 게시한 결혼전문업체에 연락을 해서 프랑카드를 수거하게 하고 ‘참한’ ‘착한’등의 용어를 쓰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목포지역에서는 이런 문구가 들어간 결혼전문업체 프랑카드가 눈에 사라졌으나 목포를 벗어난 다른 인근 지역에서는 여전히 ‘착한’과 ‘참한’이 쓰인 결혼전문업체 홍보 프랑카드가 버젓이 홍보 게시대에 게시되고 있다. 혹자는 ‘착한’과 ‘참한’이 왜 나쁜가? ‘착하다’는 것은 칭찬이다라고 반문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하는 착한은 어떤 의미인가? 착한 아내, 착한 며느리, 착한 엄마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남편 말에 순종하고, 시부모님 잘 봉양하고, 자식 잘 키워내길 바라는 전형적인 성역활 고정관념의 요구이며,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여성이 베우자의 조건이 되는 그릇된 결혼관 반영하는 위험한 문구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흥하기 위해 결혼이주여성은 자신의 자유 의지를 억누르고, ‘착한’의 금 밖으로 나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또한 이는 내국인의 결혼전문업체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국제결혼여성이나 결혼이주여성 전문 업체가 홍보하는 방식이라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몇 년전에 내걸렸던 ‘000나라 여성은 도망가지 않습니다‘ 라는 프랑카드로 비난이 들끓었던 사건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는 여성을 상품화하고 대상화 하는 것으로 결혼을 동등한 인격체의 결합으로 보지 않고 어느 한 편의 순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열악한 나라에서 결혼 이주 해 온 여성들은 이렇게 대해도 된다는 인식의 반영이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은 자신의 삶을 개척하러 머나먼 나라까지 온 용기있는 여성들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지 않은 다른 나라, 즉 음식, 종교, 문화가 다른 곳에 가서 삶의 터전을 다시 잡는 것은 용기있는 결단이 기반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결혼이주여성을 물건처럼 취급하고, 원하는 역할 만을 강요한다면 갈등은 당연한 것이다. 이 홍보 프랑카드를 보고 결혼하고자 하는 남성이 기대하는 여성의 ’착함‘과 실제로 결혼하는 여성들 간의 인식의 벽의 차이만큼이나 갈등의 골은 깊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결혼이주여성에게 요구하는 ’착함‘의 범주는 어마무시하고 어떠한 여성도 이 범주에 맞춰 줄 수도 없고 맞출 필요도 없다. 이는 결혼이주여성에게만 우리 문화에 적응하라고 강요하는 인식의 문제로 결혼 할 여성을 상품화, 대상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변화되어야 하고 결혼이주자의 문화를 상호 존중하고, 결혼이주자가 대상화 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 인식한다면 이러한 프랑카드는 더 이상 걸리지 않을 것이다.

출신 국가, 피부색, 종교, 문화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한국 사회 문화에 흡수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변해야 한다, 우리 지역에도 상당수의 결혼이주여성이 살고 있다. 이 결혼이주여성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불과 70년, 80년대만 하더라도 독일에 파병 광부, 간호사 등을 배출한 이민자 송출 국가였다. 당연히 이들도 다른 나라의 언어에 서툴고, 문화가 낯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을 포함하여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문화에 대한 강요 또한 고려해 봐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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