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도둑과 양상군자(梁上君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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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도둑과 양상군자(梁上君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10.2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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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경찰서 현경파출소 경위 강일형
▲무안경찰서 현경파출소 경위 강일형

중국《후한서(後漢書)》에 전하기를 진식(陣寔)이란 사람은 학식이 뛰어나고 청렴결백하여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현감(縣監)으로 있을 때 어느날 밤 도둑이 그의 방으로 들어 천장 들보 위에 웅크리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진식은 곧 의관을 정제하고 아들, 손자를 불러들여 훈계를 시작하였다. "사람이란 누구나 자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착하지 못한 짓을 하는 사람도 처음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로되 평소의 잘못된 버릇이 나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 들보 위의 군자(君子)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도둑은 이 말에 깜짝 놀라 얼른 들보 위에서 내려와 이마를 조아리며 죽여주십사고 사죄하였다고 한다. 진식은 그를 조용히 타이르며 비단 두 필을 주어 돌려보냈다. 이 일이 알려지자 고을 안에 도둑질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는 양상군자(梁上君子)에 관한 고사(故事)다. 


농산물 수확기인 가을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농심(農心)을 멍들게 하는 농어촌 절도 사건이 올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도둑들은 김장배추, 무우를 비롯해 마늘, 고추, 참깨 등은 물론 모터, 스프링클러 등 농자재까지 돈이 될 만한 것은 싹쓸이를 하고 있다. 유례없는 여름철 폭염과 연이어 불어쳤던  태풍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이 이제는 도둑들 때문에 가슴 졸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특히나 피해자들은 주로 혼자 살면서 농사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노인들이고 보면 상심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촌 범죄의 경우 농번기철 들에 나가 집을 비우는 농가가 많고 대개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이뤄지는데다 최근에는 차량 등을 이용해 기동성까지 갖춰 검거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경찰은 농촌 취약지의 밭, 창고, 도로 등의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농 ? 축산물 운반차량 검문검색 등 방범활동에 주력하고 있지만 범죄는 날로 지능화하고 있고, 작정하고 덤벼드는 도둑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폐쇄회로(CCTV) 같은 감시 시설도 모자라며 경찰 인력에도 한계가 따르고 있다.  


이제 벼 추수가 끝나가고 건조기에 들면서 나락도둑이 성행할 것으로 우려된다. 당국에서는 ‘농민들도 농작물을 쌓아두지 말고 곧바로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범죄는 예방이 최선인 만큼, 농가에서 집을 비울 때는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마른고추, 참깨 등 고가의 수확 농산물을 비닐하우스 등에 허술하게  보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농산물 절도 범죄는 오랜 불경기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방범 CCTV가 그물망처럼 엮어진 도시보다는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한 농촌지역으로 범행 대상을 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상군자(梁上君子)의 고사에서 보듯 본시 도둑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으며, 우리는 마땅히 정당한 일에다 스스로의 노력을 투하하여 생긴 과실로 생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어찌 잘못 생각하여 모두가 떠난 농촌을 홀로 지키며 수확철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어르신들을 괴롭힐 마음을 혹 먹었던 군자(君子)님이 계셨다면 옛 고사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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