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霧山水로 이어지는 雲林山房 4代畵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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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霧山水로 이어지는 雲林山房 4代畵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10.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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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代로 이어지는 畵脈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사군자를 배웠다. 매(梅),난(蘭),국(菊),죽(竹) 사군자는 수묵화(水墨畵)를 시작할 때 제일먼저 치는 그림의 기초다. 이는 선을 긋는 방법에 따라 변화하는 도형의 형태와 붓을 쓰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물상의 변화를 연구하는 과정인데, 대다수의 지망생들은 끝없이 반복되는 이 단계에서 시시때때로 엄습하는 권태와 지구력에 밀려 너나없이 좌절하는 시련의 기간인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체험장 처럼 별도로 정해진 기간이 없이“이제는 되었다”
할 때까지 무한대로 그려야하기 때문에 족히 3~4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리는 것을 지가 무슨 통뼈라고 이러한 단계를 거의 생략하다시피 어물정어물정 넘어갔다가 후일 그것에 배(倍)가 넘는 고통스런 세월을 보내게 되는데, 이것은 묵화(墨畵)에서 사군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후학(後學)들에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는 수묵산수를 대학에서 배운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수묵으로 제작되는 대 다수의 작품들은 그 기초가 수없이 반복되는 숙련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느 대가나 선배 밑에서 그야말로 ‘서당 개 삼년’ 이라는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야 겨우 그 기초를 알까 말깐데,고작 4년이라는 대학 과정에서 묵화를 배워 자유자제로 표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며 이 기간은 채색화를 하는 친구들에게도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 닌 것이다.

그러나 다만 실기(實技)에서 밀리는 부분을 이론으로 메울 수 있는 학문을 배운다는 점에서는 동감이 가지만, 그림이란 이론보다는 기능과 감각을 익히는 실기가 거의 90%를 차지하는데 나머지10%를 채우기 위해 어려운 형편을 무릅쓰고 굳이 미술대학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던 시대였다.

나는 가문의 화맥을 생각하며 주로 묵화만 그렸다. 당시 채색화 화가였던 천 경자 교수는 자기의 시간인데도 묵화만 그리고 있는 나를 보고 “피는 못 속이겠구나 ”하며 칭찬인지 핀잔인지 모를 말씀을 하셨는데,그것은 허소치 일가의 화맥을 연상 한 데서 나온 말씀이었을 것이다.

결과론이겠지만 내가 그림을 택한 것이 천만 다행인 것은 남농(南農)직계에서 이어지는 후계가 없고 임인(林人) 아버지까지 살아계셨다고 가정(假定)한다면 나 역시 구태여 이 어렵고 험난한 길을 택할 이유가 있었겠는가! 막돼먹은 망나니 가되어 아버지의 엄청난 재산이나 탐하고 있을 텐데-
그랬다면 자칫 4代로 이어져야할 운림산방의 대화맥(大畵脈)은 여기에서 접혔거나 건너뛰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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