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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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10.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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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손님 모시는 길조 '까치'
▲ 이성관 작가

까치집

미루나무 꼭대기에 동그란 까치네집// 솔바람 일렁이는/ 흰구름 놀다가는
까치부부 오순도순 동그란 까치네집

밤이면 달님 별님 까치네집 내려와/ 달처럼 환한 얘기, 별처럼 많은 얘기
밤 깊은 줄 모르고/ 날 새는 줄 모르고

아무 걱정 없어요/ 돌집보다 단단해요// 비바람 몰아쳐도 함박눈이 내려도
한들한들 그네타기 동그란 까치네집.(‘까치집’ 전문)


깟! 깟! 깟!
“아침에 까치가 와서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지?”
언제부터인진 모르지만 아침에 까치가 와서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거나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로 하여, 까치가 울면 누구나 그날 하루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 예감에 대한 설렘으로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곤 했던 까치!

어릴 적 들어왔던 까치에 대한 얘기 중의 하나. 강원도 어느 선비가 한양을 가다가 아기까치 둥지를 향하여 오르는 구렁이를 죽이고 날이 저물어 어느 주막에 들어 잠을 자는데 커다란 구렁이가 자신의 몸을 감으며---로 전개되는 ‘은혜 갚은 까치’ 전설 하나 만으로도 많은 호감을 받고 있는 까치.

그래서일까, 지금이야 지역에 따라 까치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진 곳도 많지만, 예전에는 온 국민의 아낌없이 받아왔던, 우리나라 대표적인 텃새 중의 하나로 길조를 상징하는 새― 까치!
거기다 금속성 광택이 나는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며 제법 긴 꼬리를 까작거리며 종종대거나 멋지게 나는 모습만으로도 누구에게나 호감을 받고도 남을 우리들의 멋쟁이 텃새 까치! 까치.
그렇다면 까치가 왜 이토록 인간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

1. 길조 까치

까치는 습성상 사람 사는 주변의 큰나무에 둥지를 틀고 살며, 주변에 대한 경계심이 아주 강한 새로,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경계의 표시로 울어대거나, 객지로 떠나 살다가 고향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찾아올 때 반가움의 표시로 지저귄다고 한다. 이를 두고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자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가지게 되었다는 까치.
이와 반대로 지금처럼 환경오염이 되지 않았던 시절. 겨울을 전후하여 시골 들녘을 온통 까맣게 뒤덮을 만큼 까마귀 떼가 무리를 지어 날았는데, 이는 까마귀의 색깔(검은 색)이나 식성(죽은 고기) 등으로 흉조凶鳥라 일러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았는데, 우리와는 반대로 일본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로 인식되어 사랑을 받고 있으며,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그토록 많았던 까마귀마저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개체수가 줄어든 까치.

2. 까치 까치 설날은---.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동요 ‘설날’ 중 1절. 윤극영 곡.1927년)

국민동요 ‘반달’과 함께 많은 동요를 지으신 윤극영님의 ‘설날’이라는 동요로 까치설이라는 명칭이 널리 퍼지게 되었으며, 그믐날 집집마다 설빔을 준비하는 음식 냄새를 맡고 까치들이 자신들의 설날인 양 날아와서 울어대는 연유로 그믐날을 까치설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까치.

3. 최고의 건축가

까치집의 구조를 보면 둥지의 겉부분은 긴 나뭇가지를 이용하며 얼개를 짠 다음 차츰 잔가지를 사용하다가 방 안쪽은 놀랍게도 진흙을 묻혀 방수를 한다고 하며, 내부는 솜이나 깃털 비닐끈 부드러운 풀 등을 이용하여 둥지를 완성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심한 태풍이나 눈보라에도, 조금도 끄떡없는 섬세하고 완벽한 건축술을 자랑하는 최고의 건축가 까치.
한 나무에 아파트처럼 여기저기 층층이 지어진 까치집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전신주 등에도 둥지를 틀어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하고, 멀리서도 눈에 뜨일 만큼 까치집들이 크게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까치들이 해마다 둥지를 리모델링 하여 사용하기 때문이라나?

4. “---헌 니 줄게 새 이 다오.”
 
어릴 적 이(배냇니)가 흔들거리면 주로 실을 이용하여 빼낸 이를 “까치야, 까치야 헌 니 줄게 새 이 다오.”를 외치며 지붕(초가집)으로 훠이 던져 올리곤 하였는데, 이는 어원상 우리말 처음을 뜻하는 ‘갓’에 이 곧 한자음 치齒)와 결합하여 ‘새 이’를 뜻하는 ‘갓치’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까치로 바뀌었다는 까치.

5. 민화에 나타난 호작도虎鵲圖

 우리 민화에 ‘호랑이와 까치가 다정한 모습으로 함께 그려진 그림’을 종종 만날 수가 있다. 이는 우리 민속에서 호랑이는 땅을 대표하는 산신령을, 까치는 하늘을 나는 새 곧 하느님의 말을 전하는 중개자 구실을 한다고 여겨 산신령과 하느님의 능력으로 집 안에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있다는 까치.

6. 까치발

높은 선반에 있는 물건을 찾거나 먼 곳을 바라볼 때 발뒤꿈치를 들고(발돋움) 서는 것을  꼼지발 또는 까치발을 선다고 하는데 이 또한 까치가 뛰어 다닐 때 발뒤꿈치를 올리고 이동하는 모습에서 까치발이라는 낱말이 생기지 않았을까.

7. 억울한 까치

이토록 사랑을 받아왔던 까치들이 언젠가부터 수난을 당하고 있다. 배가 고픈 까치들이 익어가는 과일을 여기저기 무작위로 쪼아대는 바람에 상품가치의 하락은 물론 곡식의 낟알이나 고구마 등을 쪼아먹는등 일반 농작물에도 피해를 주고 있으며, 전신주 등에 집을 지어 정전사고 등의 피해를 주고 있다는 까치. 그래서 과수 농가를 중심으로 까치 퇴치 운동을 진즉부터 벌여오고 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까치만 탓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원인은 인간들이 먼저 잘못한 것이다. 인간들의 편의만을 위하여, 시도 때도 없이, 온 산과 강, 들을 파헤쳐 새들의 집터인 수목은 갈수록 줄어들고, 늘어나는 대기, 수질, 토양 오염 등으로 까치를 비롯한 조류며 미물들의 먹이사슬이 끊어진 것이다. 하여 예전에 비하여 삶의 터전과 먹잇감이 줄어든 까치들이 인간들의 농작물에 피해 아님 피해를 입힐 수밖에---.
 
8. 까치 사랑

위와 같은 연유로 인한 까치들에 대한 애정 때문일까.  어린이의 마음 곧 동심(童心)으로 까치를 노래한 작품으로 각기 시작詩作 동기가 다른 세 편의 동시(동요시) ‘까치집’에 이어 ‘여름 까치집과 겨울 까치집’을  읊조리며 억울한 까치들의 명예회복을 그려본다.    

한여름 까치네집 시원해서 좋겠다/ 솔바람 불어오면 한들한들 그네타기
찜통더워 없겠다, 날 가는 줄 몰겠다.

밤이면 달님 별님 까치네집 내려와/ 소론소론 들려주는 하늘나라 이야기
밤마다 재미나겠다, 날 새는 줄 몰겠다.(‘여름 까치집’ 전문)


뒷동산 언덕 위에 겨울 까치집/ 댕그마니 댕그마니 겨울 까치집
찬바람 불어대는, 구름만 오고가는/ 하늘 닿는 가지 끝 겨울 까치집

바람 불고 비 내리면 어찌하려고/ 눈보라 몰아치면 어찌하려고
메마른 가지 끝 가장자리에/ 집을 지어놨을까, 까치부부는

까앗깟 깟깟깟 깟깟깟깟깟/ 오가는 발길마다 반겨 맞으며
동구밖 정자나무 시냇가에도/ 까치 부부 오순도순 겨울 까치집.(‘겨울 까치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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