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霧山水로 이어지는 雲林山房 4代畵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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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霧山水로 이어지는 雲林山房 4代畵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11.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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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동양화과(東洋畵科) 삼총사

홍익대학 미술학부 동양화과에 들어가서는 두 명의 여학생을 포함하여 다섯 명으로 결성된 허문과 그 합창단이 자연스럽게 조직되었다. 당시 대학가에는 외국 문화가 범람하여 너나없이 원어(原語)로 된 노래들을 부르는 게 유행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겨냥하여 매월 나오는 재즈 멜로디라는 포켓북까지 있었는데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그 책을 선호하였던 것은 주로 영어로 된 가사를 외우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일부는 무엇인가? 척 하는 도구로 지니고 다녔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음대(音大) 갈 놈이 미대(美大)왔다고 좋아하는 두 친구가 있었는데 그 당시의 나는 악보만 보고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 책에서 앞으로 유행할성싶은 노래들을 미리 골라 같이 부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단짝이 된 친구들이었다.

미술대학은 해마다 전 학년이 2박 3일을 기준으로 봄가을 스케치 여행을 간다. 스케치를 목적으로 한 이 행사는 스승과 제자간의 허물을 벗기고 선후배 간에 우애를 다지는 친교의 기간이지만 마지막 밤의 휘나 레는 각과의 노래나 장기자랑으로 그 막을 내리게 되는데, 항상 처져있었던 동양화과가 우리 합창단의 열창으로 삽시간에 행사의 주도권을 잡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졸업할 때까지 친형제같이 붙어 다녀서 동양화과 삼총사라는 별명이 홍익대학 전체에 번져 타의 부러움까지 산일이 지금까지 생생한데, 한마디로 그때는 열심히 그렸다기보다는 열심히 불렀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노는 쪽에만 신경을 쓴 철없는 시절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신 정권(新政權)을 기념하는 공모전이 있었다. 우리 반에서 총 열여섯 점을 출품하여 여섯 점이 입선을 하였는데, 그 중에 내 작품이 두 점이나 포함되는 경사가 있었다. 그것은 이것저것 짜깁기하여 내식성에 맞게 제작한 것이어서 백부님 그림과는 전혀 다른 화풍이었으며 그림을 배운지 얼마 안 되어서 얻은 수확이라 그 기쁨이야 오직했으랴 !

때마침 우연히 상경하여 내 그림을 보시게 된 백부님께서는 “지금 이 필법을 계속 다듬어서 니 것으로 만들어라” 하시면서 칭찬해 주셨는데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어쩌면 끊어졌을지도 모를 당신의 필맥(筆脈)이 조카에게 대물림되는 순간을 만끽하듯 흡족한 미소를 지우며 한참을 보고 계셨다.

공모전에 입선한 뒤끝이라 그림이란 것이 별것 아니구나 하는 안이하고 건방진 생각이 한동안 나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이렇게 미련하고 어리석은 착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천방지축 날뛰는 젊음 때문 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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