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霧山水로 이어지는 雲林山房 4代畵脈
상태바
雲霧山水로 이어지는 雲林山房 4代畵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11.12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07.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평탄하고 만족스러운 일만 지속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누구 나 몇 번씩의 갈등의 고비를 넘나들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타의적인 일들까지 도사리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

1963년 2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3월에 군에 입대했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남자(男子)들만의 권리(?)인 병역의무였다. 하지만 이것을 기점으로 거의 십년에 이르는 가혹한 시련이 지속되었기 때문 에 당시에는 군대라는 ‘군’자만 보아도 정나미가 뚝뚝 떨어졌던 것은 그 고난의 강도(彈度)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암기(暗記)를 위주로 하는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 같은 것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가물가물 하여 잊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손에 익은 붓질이야 내가 제대할 때까지 암전하게 기다리며 반겨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으며 착각이었다. 화면의 구성은 물론이요 필법과 색감 그리고 그림에 관한 온갖 기능과 감각이 깡그리 마비되어 예전에 직접 그렸던 것도 복사할 수가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기야 지금도 보름이상 쉬게 되면 화선지에 닿는 까칠까칠한 붓 소리 가 귓전을 때리는데 30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을 덧없이 보냈으니 초창기의 느낌들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결국 모든 것을 백지화(白紙化)하고 그림을 배우기 이전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 지겨웠던 사군자를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어찌할 것인가. 아마 제대(除隊) 후(後)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마음의 깊은 상처를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왕에 군대 얘기가 나왔으니 훈련병 때의 에피소드 하나 짚고 넘어가자.
신병훈련의 마지막 단계로 3일 간에 걸쳐 실시하는 아주 벅차고 힘든 야외 각개전투훈련 때 있었던 일이다. 참가인원이 많은데다 지역까지 넓어서 훈련시간의 시종(始終)을 재래식으로 나팔을 불어서 알리게 되어있는데 전날 밤 나팔 병이 술을 마시다 누군가와 시비가 붙어 입술이 터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터진 입술이 하루아침에 복구되는 것은 아니질 않는가.
다음날 대타(代打)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트럼펫을 불어본 경험이 있는 내가 합격이 되어 결국 훈련시간 내내 세계에서 가장 편한 자세(군대용어)로 나팔 부는 훈련(?)만 하게 되었는데,아뿔싸! 마지막 날 긴장이 풀렸는지 식곤증에 빠져 깊이 잠이 들어 시간을 놓쳐버린 것이다. 찰나에- 나팔 병한테 X나게 얻어맞고 드디어는 나까지 입술이 터져버린 사건이 있었다. 졸지에 ‘두다버버’〈둘다 벙어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그 시간 이후에는 호루라기를 불어 시간을 알리게 되었지만, 제대 후 군대 생각만하면 그 사건이 O순위로 떠올라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그것도 낄낄거릴 정도로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