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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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11.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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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허수아비
▲ 이성관 작가

하나,  참새 쫒기

초가을 올벼논은 참새들의 물방앗간/ 쭈욱쭉 벼이삭을 빨아대고 싶지마는 
후우여! 후여―. 소리에/ 놀라 그만 후루 후루루//
후루룩 날아가선 후루루 날아오고/ 우루루 우루루루 앉으려다 돌아서도 
째액짹 짹짹짹짹짹 절로 이는 신바람. (‘가을 참새’ 전문)

추석을 앞둔 초가을이 오면, 추석 차례에 올릴 햇반을 짓기 위하여 일반벼보다 일찍 심어 수확하는 올벼를 심고 가꾸었습니다.
일반벼의 낟알이 추석절에는 수확을 할 만큼 단단히 여물이 들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올벼를 수확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릅니다.

벼 껍질 안의 낟알이 단단히 굳기 전. 뜨물이 들기 시작하면 참새들이 가만 있질 못하는 거지요.
어떻게 알아내는지, 이때다 싶은 참새들은 무차별로 떼를 지어 날아와선 채 덜 여문 벼이삭을 쭉쭉 빨아버리면 금방 농사를 망쳐버리고 말지요. 

 그래서 올벼를 심은 농가의 아이들은 벼이삭을 지키기 위하여 새보는(새 쫒는) 일이 빼놓을 수 없는 일과 중의 하나였습니다. 물론 어른들이 먼저 벼논에 허수아비를 세우는 건 기본이고, 쓰다버린 양은남비 등 소리 나는 도구들을 긴 줄에 매달아 참새들이 날아들 때 줄을 잡고 흔들어대면, 짤랑짤랑 소리에 새들이 놀라 달아나게 하는 장치들을 마련해 두기도 했지요. 그리고 이러한 수고는 벼의 이삭이 단단해지기까지 계속되었답니다.

이 때 가정에 따라서는 논 주변의 평지보다 다소 높은 곳에 새떼들을 보다 빨리 알아내기 위하서 ‘새막’이라는 원두막 형태의 간이 시설을 마련하기도 하였답니다.
 
참새 쫒기는 이 밖에도 ‘뙈기’라 하여, 짚을 길게 엮어서 끝을 뾰족하게 마무리 하여 다소 너른 공간에서 한 쪽 팔을 올려 휘돌리다가 순간적으로 바닥에 힘껏 내리치면 신기하게도 ‘딱!’ 하고 제법 큰 소리가 울려퍼지면, 소리의 정도에 따라 새들이 놀라 달아나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물론 이 ‘뙈기치기’는 상당한 힘이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기에, 주로 마을의  청·장년들이 쓰는 방법이었지요.

지금은 아마 전통 민속놀이로 보존되고 있지 않을까 여겨지지만, 이제는 눈을 씻고 보아도 전국 어디서나 뙈기치기 모습을 보기가 힘들 만큼 세상이 변하고 말았지요.
 
둘. 귀여운 참새, 수다쟁이 참새

  포롱포롱 포르르르 짹짹짹짹 짹짹/ 아기참새 날기연습 하나 봐요
  팔짝팔짝 콩콩콩 폴짝폴짝 콩콩콩/ 아기참새 날기연습 하나 봐요
  마당가에 아기참새 모두 함께 앉아서/ 온 마을이 떠나갈 듯 재잘재잘거리며
  날다가 내려앉고 날다가 넘어져도/ 파닥파닥 포롱포롱 퍼덕퍼덕 짹짹짹
  포롱포롱 포르르르 짹짹짹짹 짹짹/ 아기참새 날기연습 하나 봐요
  팔짝팔짝 콩콩콩 폴짝폴짝 콩콩콩/ 아기참새 날기연습 하나 봐요
                         (‘아기참새 날기연습’ 전문. ebs 고운노래발표회 인기상, 장려상)
 

참새가 농작물에 피해를 다소 주긴 해도 참새처럼 전국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참새처럼 친근한 새가 또 어디 있을까.

잎이 모두 저버린 겨울 학교길. 길가의 나뭇가지마다 흡사 대롱대롱 열매라도 열린 듯 빼곡이 둘러앉아 수다를 떨며 나무에서 나무로, 가지에서 가지로 날아다니는 참새!  참새.
그런가 하면 아기 참새들의, 서툴지만 그래서 더욱 앙징스러운 모습으로 콩콩콩콩콩 뛰는 모습 하며, 칠전팔기라고 했지요? 날기 연습이라도 하는지 날다가 넘어지고 또 날다가 넘어져도 날기 훈련을 계속하는 귀여운 참새! 참새.

그래서 때로는 귀찮기도 하지만 사실은 예쁘고 귀여우며 사랑스러운 참새! 참새.
농작물에 다소 피해를 주긴 해도 결코 밉지(?)만은 않은 아니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벌레들을 먹이로 하여 우리에게 아주아주 이로운 일도 베풀어(?) 주는 이로운 참새. 그래서 우리 민족들의ㅡ영원한 친구인 참새! 참새 참새 참새.

그러고 보니 세상 모든 새들 중에 진짜 새라는 의미로 이름까지도 ‘참’지를 붙여 참새로 명명하지는 않았을까요. 누가 이름 지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미처 찾아내지 못한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건 아닐까요. 

  밤새 잘 잤니?/ 맨날 보는 얼굴인데도/          
  조잘조잘조잘조잘/ 새벽처럼 일어나 마을 뜨락에
  골목길 떠나갈 듯 조잘거리며
  후룩! 후루룩―. 울타리 지붕 위를 날아도 보고//
  얘들아!/ 학교가 끝났나봐?              
  물결처럼 쏟아나온 교문 앞 가게
  풀꽃처럼 피어나는 얘기소리에
  눈망울 또롱또롱 기울이다가//
  쉿!/ 저기, 저기 좀 봐./ 저기, 저어기―?
  경이, 순이 담벼락에 귓속 이야기
  한참을 기울이다 심심해 지면//
  모두 따라와!/ 후루룩! 총알처럼
  후룩! 후루룩. ( ‘참새’ 전문)

셋. 그리운 참새

  만나면 반가움에/ 들 뜬 가슴에/ 해종일 재잘재잘 재잘대다가//
  산마루 해가 지면/ 놀이 물들면/ 마주하는 눈길 가득
  물기가 어려/ 건드리면 쏟아질 듯/ 고여들더니//
  지금은/ 먼 곳에서/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리보다 더 많은 말//
  행간 사이로/ 행간行間 사이로/ 샘물 고이듯/ 샘물 고이듯//
  밤마다 장미꽃 향기/ 가슴으로 가슴으로 들려주는
  참새!/ 참새?. (‘그리운 참새’ 전문)

그러나 이제는 인간들의 편리만을 위한 대기며 수질, 토양 등의 환경오염으로 시골을 찾아가도 그 흔했던 참새들마저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귀여운 친구 참새.

사람들이 좋아 가족처럼 언제나 사람 사는 주변에 함께 살면서, 어쩌면 그리 잠도 없는지 늦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새벽처럼 일어나 마당이며 울타리 등 집 주변 어디라 할 것 없이 떼를 지어 날아와 아침인사를 나누며, 단잠을 깨워주던 소리가 아련히 들려오는 오는 같은 그리운 참새. 우리 모두 예전처럼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그 날이 다시 오기를 손꼽아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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