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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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12.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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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 이성관 작가

1. 연날리기

꿈을야, 저기 저 하늘 호수에다 띄웠네
설레는 가슴 가득 소망을 무등 태워
온 하늘 누비다 보면 나는야 한 점 구름.

지금은 겨울이 되어도 연 날리는 모습을 갈수록 보기가 힘들어지고 있지만 예전의 아이들은 겨울이 되면 너나없이 연 날리는 기쁨에 겨울을 기다린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어디서나 쉽게 연 날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놀이기구가 그랬던 것처럼 연 자체도 지금처럼 사서 날리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연을 만들어 사용했지요. 댓가지를 쪼개어 살로 얼개를 만들고 거기에 창호지를 붙인 다음 그리고 싶은 그림도 조금 넣은 다음 연실을 이어 하늘에 띄워 올리면, 만드는 솜씨가 개인에 따라 다르기에 잘 못 만들어진 연들은 오르는 듯 하다가 이내 금방 곤두박질을 치고 내리꽂히거나 나뭇가지에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이유야 어쨌든 연날리기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스스로 만든 연이  하늘을 날 수 사실에 대단해 하며 그만큼 아이들의 꿈도 높이 높이 오르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당시 연날 리기는 최고로 신나는 놀이 중의 하나였답니다.

2. 약손

이상해라, 마디마디 할머니 거친 손길
앓은 배 쓸어주면 소나긴 듯 멎었네
어디서 배우셨을까, 신비로운 그 재주.

그 시절엔 교통이 불편하고 병원이 귀하여 집안 누군가가 다치거나 몸이 아파도 으레 단방약이라 하여 자체적으로 생활에서 얻은 지혜를 발휘하여, 자연 속에서 치료제를 찾아 활용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다친 상처나 종기 등의 피부질환 정도는 된장이며 심지여 인분으로 싸맨다거나 쑥이나 약초 등의 식물들을 찧어  바르는 등의 방법에, 머리나 배가 아픈 경우도 마찬가지로 무슨 무슨 약초를 달여 먹는 등등의 방법을 동원하였지요.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이러한 방법에는 한계가 있어 완치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한 다소 정도가 심한 상처나 종기 등은 낳는다 해도 흉터나 베인 자국 등의 흔적이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지요. 

이러한 민간요법 중의 하나로 참 신통하게도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방법이 있으니 그게 바로 약손의 효험입니다. 제가 어린 경우만 하여도 배가 슬슬 앓아오기 시작하면 엄마는 으레 옆집 할머니를 불렀지요. 그러면 금방 찾아오신 할머니는 맨손바닥으로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주문?)을 되뇌며 배나 머리 등의 아픈 부위를  슬슬 문지르기를  반복하는가 하면, 때로는 작고 동그란 천안에 쌀 등의 곡식을 넣어 그것으로 아픈 부위를 오가며 문지르기를 반복하면 신기하게도 씻은 듯이 낫게 되는 경험들이 있는데, 신통하게도 이러한 약손의 효험이 금방 나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러한 효험은 오랜 삶의 경험을 통하여 터득한,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할머니의 손길에 깃든 영험한 힘과, 약손에 대한 신뢰감으로 인한 심리적인 안정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여겨지는데 어떻든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신통하고 고마운 할머니 손 바로 ‘약손’입니다.

주름지고 거칠어도 할머니 손은/ 햇살처럼 따스해요 부드러워요
온 몸이 달아올 때 쓸어주시면/ 비 개인 하늘처럼 환히 열리고

꾸중 듣고 혼자서 훌쩍일 때도/ 치마폭 감싸주고 달래주시면
실바람에 꽃향기 일렁거리는/ 신비롭고 이상한 힘이 있어요(‘할머니의 손’ 전문)

3.사랑방

한겨울 사랑방에 머슴들 한데 모여
새끼 꼬고 멍석 틀며 끝없어라 옛날 얘기
소리에 피곤도 풀려 밤 깊은 줄 모르고.

사랑방에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재산이나 지위 등 사회적 신분이 상위층인 가정에서는 손님맞이 방을 사랑방이라 일렀으며, 여기서는 비교적 잘 산다는 시골 부잣집 사랑방을 을 말하는데, 젊은이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밤이 되면 모두가 사랑방으로 모여들었답니다. 사랑방은 주로 머슴들이 사용하는 방으로, 겨울밤 사랑방의 모습은 이웃집 머슴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한 데 어울려 짚으로 새끼를 꼰다거나 짚과 새끼를 이용하여 멍석이며 짚신, 소쿠리, 가마니 짜기 등의 현대적인 표현으로 말하면 짚공예라고도 말할 수 있는 농사에 필요한 생활용품 만들기 작업이 밤늦게까지 계속되었지요.

당시는 물론 전기가 없어 희미한 등잔불 아래 겨울밤은 길고 밖은 추워서 작업을 하며 심심함을 달래기 위하여 돌아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는데, 사랑방은 특성상 나무토막을 잘라 만든 나무베개 곧 목침을 돌려가며 이야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저마다 재미난 이야기들이 밤마다 끝없이 이어지곤 하였답니다.
그런가하면 때로는 길가는 나그네들이  날이 저물면 마땅히 어디 잘 곳도 없고 하여 으레 사랑방을 찾아와 낯모르는 이들끼리 금방 한 데 어울려 하룻밤을 즐기며 머물다 가기도 하였는데 식사는 물론 집 주인이 아무런 부담 없이 제공하는 인심을 베풀어 주었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랑방은 이러한 구실 외에도 농사용 거름으로 쓸 분뇨를 받는대도 크게 일조를 하였으니, 사랑방 가까이 도자기로 만들어진 커다란 통을 두어 소변을, 측간에는 대변을 받아 논밭의 아주 유익한 거름으로 이용하였으니 그 시절엔 지금처럼 음식쓰레기며 분뇨 등은 저절로 순환이 되어, 지금처럼 오물이 아닌 귀한 대접을 받으며 농사에 유익하게 쓰이는 효자 구실을 하였다고 볼 수 있지요. 

4.수틀

수틀 속 오색실이 살아 숨을 쉽니다
포르르 새들 날고 춤을 추는 벌 나비
봄비에 새잎이 돋듯 꽃이 피는 동산에

*겨울철 아가씨들이 주로 하는 일이란 동그란 수틀을 안고 수를 놓거나, 털실이나 수실로 뜨개질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뜨개질로는 가족들의 장갑이나 목도리며 쉐타 등을 짜서 식구들의 난방 용품으로 요긴하게 쓰였으며, 오색 고운 수실로는 시집 갈 때 혼수품으로 지니고 갈 벼갯잍이나 상보 이불 등에 수를 놓는 일이었는 바, 그 시절 혼기를 앞둔 아가씨들의 가장 가슴 설레는 아름다운 일 중의 하나였다 일러도 조금도 과장이 일이라 여겨집니다. 

누나의 꿈

밤마다 누나는 수를 놓아요/ 꽃가마 꽃배 타고 하늘 나는 꿈
청실홍실 오색실로 씨를 뿌려요/ 무지갯빛 고운 꿈, 꿈을 심어요

수틀 가득 한 아름 뿌린 꽃씨는/ 초롱초롱 밤하늘 별이 돋듯이
쏘옥 싹이 돋고 잎이 피어요/ 토오옥 꽃망울이 벌고 있어요

향기로운 꽃내음, 누나의 꿈이/ 새가 되어 날고 싶은 누나의 꿈이
봄동산 하늘하늘 날고 있어요/ 꽃구름 무등 타고 날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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