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여는 時 : 째보선창 - 조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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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를 여는 時 : 째보선창 - 조정혜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7.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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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 자락 휘돌아
아리랑 고개 언덕길 내려오면
다순구미에 째보선창이 있었지
삼 면을 막고 한 면만 열어놓은 모양새가
언청이를 닮아 째보선창이라 불리는
조그만 선창

깔크막 하늘 높이 치솟은 동네
층층 계단에 앉은 푸릇한 청년은
백발성성 노인 되어
해초처럼 너울거리는 기억을 더듬는다

조금 때가 되면 선창가에는
고깃배들이 줄지어 정박하고
여인들은 죄다 다라이 머리 이고
만선의 조기를 다듬으며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합창하느라
손과 입이 부산했지

집집마다 마당에는
즐비하게 널려있던 물고기들
바람에 너울너울 춤을 추면
담벼락 도둑고양이 녀석
몰래 검은 눈 번뜩이며
군침 흘리곤 했지
갯바람 불어오면
소금꽃  하얗게 피곤 했지
 
젊은이들 모두 떠나고
노인들만 석화처럼 골목에 붙어 앉아
아스라한 기억 속 매립된
째보선창 짭조름한 바다냄새를 맡는다

조정혜 약력

한국문인협회 회원
제3의문학 편집운영위원
목포문인협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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