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귀나무와 목포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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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귀나무와 목포 가로수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7.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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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 생태학 교수 / 목포대도서문화연구원

 

홍선기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생태학
홍선기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생태학

최근 지역 모방송국에서 왕자귀나무를 방송하였다. 모처럼 자연생태에 관한 방송보도라 그런지 흥미롭게 봤고, 그 신선함에 시민들 반응도 좋았다. 특히 목포의 시목인 비파나무와 견주면서 왕자귀나무로 교체하자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목포시가 멀쩡한 가로수를 절단 내어 장승처럼 만들어 놓았다는 방송이 전국에 흘러나온 적이 있고, 그 때 필자는 목포에 오기 전이라 남의 일처럼 생각하기도 하였다.

일찍이 본보 지면을 통하여 목포의 명품 가로수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봐 있다.

예전 가로수길 도시로 유명하다는 일본 센다이시 아오바도리(靑葉通り)와 죠젠지도리(定禪寺通り)를 걸으면서 목포의 대표적인 가로수길이 어디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오바도리에는 도로길 수백미터에 걸쳐서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가로수가 잘 조성되어 있다. 직경만 70~100cm를 넘기는 느티나무들이 도로를 어깨동무 하면서 덮고 있다.

이 아오바도리에서는 매년 7월 7일경,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인 타나바타(七夕) 축제를 한다. 전국에서 수만 명이 이 축제를 보기 위하여 찾아온다. 더운 여름이라 힘들지만, 가로수 숲은 거대한 그늘을 만들어 주어 도시의 열기를 시켜주고 있다.

필자는 나무의 수령과 가로수길 규모는 다르겠지만, 목포의 교육로를 따라서 양

 

쪽에 있는 가로수길은 그나마 목포에서 가장 잘 성장한 느티나무를 볼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방송을 보고, 시청자들이 왕자귀나무를 목포의 시목(市木)으로 하자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부흥산에 국내 유일하게 왕자귀나무 거목이 존재하고 있음도 학자들에 의하여 밝혀졌다. 그렇지만, 왕자귀나무는 우리나라 목포의 유일한 수종은 아니다.

콩과식물(Leguminosae)인 왕자귀나무의 학명은 Albizia kalkora (Roxb.) Prain이다. 다른 학명으로는 Mimosa kalkora Roxb.이라고 명명한다. Kalkora는 인도 벵갈지역의 한 도시이름이다. 아마 최초의 발견자가 이 도시에서 발견했을 것이다. 왕자귀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인도일부, 방글라데시, 중국 중부와 남부, 하이난, 일본, 대만, 베트남 등지에서 자생하고 있다.

어쩌면 동아시아 전반에서 서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에는 강원도 산지를 제외하고는 서해, 남해안 일원의 산지에서 발견되는 수종이다. 왕자귀나무와 같은 사촌이면서 잎모양이 더욱 가늘고 잘게 쪼개진 자귀나무(Albizia julibrissin Durazz)가 있다. 자귀나무의 원산지는 이란, 아제르바이젠, 중국, 그리고 한국이다. 꽃의 색깔에 따라서 아종(亞種)으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왕자귀나무.
왕자귀나무.

특히 자귀나무 학명의 유래는 이태리 피렌체의 대표적 박물학자인 Fillippo delgi Albizzia과 관련이 깊다. 특히 Fillippo delgi Albizzia는 당대 피렌체의 부호 매디치가와 쌍벽을 이룰 정도의 가문이었기 때문에 세계 여러 곳의 진귀한 물건을 접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는 이란에서 자귀나무를 이태리 토스카니 지역으로 도입하여 심었다. 아마도 핑크와 화이트가 섞여서 살랑살랑 비단처럼 흔들리는 자귀나무 꽃에 유혹되었을 것이다.

가로수의 기능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늘을 조성하여 도심의 열섬(heat island)을 방지하고, 도로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물론 이러한 가로수길이 계절에 따라서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이미지는 그 이상의 심미적 가치를 함유하고 있을 것이다.

해안가 도시의 경우, 가로는 해일, 해풍 방지 등 주민 안전과 밀접한 기능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전통적인 해안방풍림은 바로 그것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항구도시에 벚나무를 많이 심었다. 우리나라 여의도를 비롯하여 남도 대부분 도시 가로수는 거의 벚나무로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바람에 날린 벚나무 씨앗이 멀쩡한 산림까지 전파되어 온통 벚나무 숲으로 바꿔놓고 있다.

왕자귀나무, 자귀나무 모두 콩과식물이다. 콩과식물의 주요한 기능은 대기 중에 있는 질소를 이들 뿌리에 서식하는 뿌리혹박테리아의 도움으로 흡수하여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콩과식물인 아카시아나무도 한국전쟁과 이후 남벌로 척박해진 한국의 산림을 조기에 녹화하기 위하여 일찍이 한국에 도입된 속성수 중의 하나이다. 지금은 별로 쓸모가 없어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카시아꽃을 이용한 양봉사업은 지속가능한 숲 이용의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왕자귀나무와 자귀나무를 이용한 가로수를 고려한다며, 콩과식물로서 생태적 기능을 하는 이들 식물의 생리생태적 특성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연 목포 시내의 토양의 특성은 어떤가도 잘 분석해야 한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가로수 보다는 부흥산 주변 적당한 공간을 확보하여 왕자귀나무 숲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그러면, 목포시나 시민들이 관리하기도 용이하고, 집단적으로 개화하는 왕자귀나무의 아름다운 자태도 감상할 수 있는 에코관광의 특성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목포에 심어진 기존 수목에 대한 성장분석을 통하여 제대로 관리방안이 수립되어 명품 가로수길이 조성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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