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다르게 보기 - 양승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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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다르게 보기 - 양승희 칼럼니스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8.0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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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의 양승희 칼럼니스트.

‘파격의 고전’이라는 제목만 보았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심청은 보았으나 길동은 끝내 보지 못한 것’이라는 부제를 보면서 뭐야? 싶어 읽게 됐다.

저자 이진경은 머리말에 ‘파격’에 대해 말을 길게 썼다. 고전을 달리 보라는 거였다. 고전 소설의 지루함과 천편일률은 그 작품의 작자만큼이나 그것을 읽어온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틀에 박힌 사고, 틀에 박힌 해석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고전을 보자고 한다.

‘파격의 고전’은 ‘찾아보기’까지 하면 517쪽으로 12편의 에세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고전을 당대의 관점에서, 혹은 현재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으면 지루하지도 않고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른 고전들은 바른 삶에 대한 도덕적 훈계만큼이나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그의 말은 오랫동안 교단에서 ‘바른 고전’을 가르치며 겪은 고통 때문에 공감하게 된다. 대부분 그렇듯 어린 시절, 심청전과 흥부전 등의 해피엔딩을 읽고 정말 착하게 살아야지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지배자들의 통치 이데올로기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진리, 혹은 진실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어른으로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때까지.   

저자는 제 1장에서 심청이가 ‘효’라는 이상을 구현하고자 목숨을 걸었던 게 아니라, 부친의 어이없는 실수로 벌어진 사태를 수습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심청이가 죽기 직전까지 두려워하고 있는 장면들을 그 예로 보여 준다.

또한 심청은 장승상 댁 부인의 합리적 도움도 물리치고 죽음을 선택한다. 이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요구하는 삼강오륜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어린 자식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새우잡이 배에 제 몸을 파는 행위가 어떻게 진정한 ‘효’이겠냐고 묻는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상감 행실도에는 하층민을 다스리기 위해 극단적인 사례 100여 가지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다시피, 부모를 살리기 위해 자식이 선택한 것은 고기 대신 자신의 살을 떼어 주는 것이다. 저자는 삼강오륜의 뻔한 상투적으로는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기에 극단적이고 엽기적인 사례들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제 6장에서는 동냥하는 심청과 날품 파는 흥부에 대한 비교를 통해 공동체의 능력과 무능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심청전의 배경은 화폐에 의해 공동체가 파괴되기 전이어서 공동체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본다. 생활능력이 없는 심봉사가 마을 사람들의 동냥젖으로 심청이를 길러낼 수 있었던 것은, 이웃과의 관계가 우호적인 공동체였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그에 비해 흥부전의 배경은 화폐를 전제로 한 공동체이다. 화폐 경제가 노동뿐 아니라 삶의 구석까지 파고들면서 공동체의 관계가 파괴되었다고 본다. 당연히 빈민의 삶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흥부의 몸팔이는 임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하는 체제로서, 돈의 교환이 공동체를 해체했다고 본다.

놀부와 허생의 차이점도 비교하고 있다. 놀부를 근대적인 인물로 보고 있는 반면에, 무능한 집권층을 비판하기 위해 매점매석으로 벌어 놓은 50만냥을 바다로 버리는 허생의 행위 또한 옳지 않다고 본다. 가족마저 버린 허생을 근대지향적이며 진보적이라는 평가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의 질서 속으로 들어가기를 갈망하는 홍길동과 전우치와의 차이점, 콩쥐팥쥐와 신데렐라의 차이에 대한 사례들, 변강쇠의 죽음과 숙영낭자의 죽음의 차이, 박씨전에서의 박씨가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외모지상주의의 희생자라는 점도 재미있게 읽었다.

다양하게 생각하는 힘을 배운 독서였다. 학교의 교육도 다양한 관점으로 인문학을 보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교육에서만이라도 획일성이 사라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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