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신탁통치와 제 2의 독립운동 - 이철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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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신탁통치와 제 2의 독립운동 - 이철호 칼럼니스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8.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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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한민국의 저력은 대단하다. 멀리 고려시대에는 세계를 제패한 대국 원나라를 상대하여 끝까지 저항하였고, 조선시대에는 비록 삼전도에서의 굴욕을 겪기는 하였지만 청나라와 맞장을 떴던 나라이다. 현대사에서도 수난과 저항은 계속된다. 모스크바 3상회의는 대한민국의 신탁통치를 결정하였고 이를 이행하려는 목적으로 서울에서 미·소공동위원회가 열렸다. 신탁통치안은 결국 실현되지 못하였지만 독자정부 수립이라는 비극적인 남북분단으로 치닫게 되었다. 신탁통치가 무산되는 과정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더럽힌 지긋지긋한 좌우익 이념논쟁을 잉태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대국들에 의해 결정된 정치적 신탁통치는 무산되지만 훗날 경제적 신탁통치를 받게 된다. 다름 아닌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이다. 1997년 11월 21일, 수치스럽게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고 캉드쉬 총재는 마치 일제하의 조선총독처럼 군림하였다. 구제금융의 수락조건은 21세기식 식민지를 건설하려는 강대국의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국제통화기금체제는 경제적 주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현대가 자본주의 전성시대임을 감안한다면 정치적 주권 또한 넘겨준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개인 또는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와 이를 방조하거나 향유하려는 세력들이 엄존하였다. 부의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데 그 분배가 합리적 이기는커녕 극단으로 치닫는다.

당시, 19세기 말 헨리 조지가 이미 지적한 사회 부조리가 20세기 말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었다. “부와 특권의 불평등한 분배에서 발생하는 죄악과 비참함을 보면서 더 나은 사회를 이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은 조지는 이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소스타인 베블린의 표현을 빌리자면 ‘과시적 여가’, ‘과시적 낭비’, ‘과시적 소비’를 즐기는 유한계층의 지위는 탄탄하였고 다수의 백성들에게 희망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 격이었다. 2001년 IMF의 잔금을 치르고 국제금융체제를 졸업하였지만 우리에게 남겨진 부끄러운 잔재는 지금도 대한민국의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애덤 스미스를 뛰어넘는 소위 신자유주의의 만연이다. 고용의 탄력성이라는 미명하에 사용자의 시도 때도 없는 부당해고와 계약직 양산, 중산층의 붕괴로 인한 극심한 부의 양극화 등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나라를 팔아먹은 조상을 둔 후손이다. 표현이 지나친가? 1905년의 제2차 한·일협약(을사늑약)에 서명한 5적신이 박씨인지 이씨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단일민족임을 강조하는 우리는 모두 단군의 후손이 아닌가? 나라를 갖다 바친 그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우리는 지금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고 외치고 있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분위기이다.

이곳저곳에서 극일의 감정이 치솟고 피차간에 냉정을 잃은 지 오래이다. 한때 삼성공화국이라고 자조했던 우리이지만 일본이 삼성을 때리는 것마저도 용납할 수 없다. 내 자식이 밉지만 네가 때리는 건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성과 감정이 미묘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즈음에서 현재 펼쳐지고 있는 제2의 독립운동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 가까우면서도 먼 애증의 관계이다. 가족간의, 친구간의 불화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저들의 일방적이고 비이성적 행동은 국력에 걸맞지 않다고 이미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의 대 한국수출기업들과 지성인들도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마당에 우리 국민마저 품격을 잃은 행동을 한다면 일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대신, 우리의 우수함을 세계에 과시할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여야 한다. 기업들은 그동안 다소 등한시 해왔던 제품계발, 수입선다변화 등에 보다 힘쓰고 정부에서는 개발세제혜택 등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위기야말로 진정한 기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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