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준 퇴직교사의 '동지는 간 데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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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준 퇴직교사의 '동지는 간 데 있고'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12.1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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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이후 변화된 세상

복직의 기쁨

94년 초봄, 복직 직전, 광주 박물관 앞. 모두 표정이 밝고 신수가 훤하다. 4년 반 동안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드디어 밝은 세상으로 나왔다. 기념으로 순창 강천사 여행. 장본인들보다는 가족들의 고통이 훨씬 컸다.
94년 여름방학 때였던가. 문병태 선생이 복직한 강진도암중학교에서 목포 복직교사들의 가족 모임이 시끌벅적 화려 찬란하였다. 해직 기간 고생한 사람은 남자들이 아니라 가정 살림을 떠맡은 사모님들이었다. 
도암에서 김대중 선생과 바둑을 두는데 김 선생의 어린 따님이 날더러 ‘할아버지’라고 불러서 큰 충격을 받았다.  아저씨 때 잘려서 할아버지 때 복직한 셈인가?

해남중학교

수학여행도 다니고,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과 부대끼고, 배구 감독을 맡아 동료교사들과 해남군 직장인 배구대회 나가 우승도 하고....... 4년 반 동안이나 꿈속에서도 그리던 학교로 돌아가자 구름을 탄 듯 몸이 붕붕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출퇴근 시간에 맞춰 바쁘게 조창익 선생 차를 타고 다니고, 학교에 옷 무엇 입고 갈까 궁리하고, 동료들과 테니스 치고, 쉬는 시간이면 따끈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아 참 그렇지, 무엇보다도 봉급이 꼬박꼬박 나오고.......

해직 동지 조창익 선생의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기뻤다. 우체통에 쌓인 눈이 예쁘다. 내 왼손에 들고 있는 것이 조창익 선생 학교 캠코더. 우연히 한 번 만져보고는 그 매력에 폭 빠졌다. 그 후로 나는 가는 학교마다 캠코더를 수업에 많이 활용했다. 다 조 선생 덕분이다. 지금은 캠코더가 주머니에 담고 다닐 만큼 작아졌다.

김현국 선생 부인 염경숙 선생과 함께 차 타고 다니는 것도 반가웠다. 마리아회고의 동지 김현근 선생의 부인 이영순 선생과 함께 근무하는 것도 반가웠다.

목포와 해남의 중간 지점인 계곡면에 영흥 수퍼가 있었다. 거기가 우리의 휴게소였다. 거기에서 자판기 커피도 뽑아 마시고 퇴근 할 때에는 막걸리도 한 잔 걸쳤다. 젊은 시절 고압선에 감전되어 수족이 불편한 영흥 수퍼 주인은 왼손으로 붓글씨를 잘 썼다. 아주머니는 요리 솜씨가 훌륭해서 내가 김장김치를 부탁할 정도. 그 내외분은 어느 날 우리를 초청해서 맛이 기가 막힌 쥐오리로 육회를 뜨고 탕을 끓였다. 조합원보다 더 다정하고 살뜰한 준조합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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