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그 본질은 무엇일까?-이철호 칼럼리스트
상태바
전쟁, 그 본질은 무엇일까?-이철호 칼럼리스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0.02 2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철호 칼럼리스트
이철호 칼럼리스트

[목포시민신문] 그리스 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작곡한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는 그리스의 대표적인 국민가요이다. 세계2차대전중 그리스는 이탈리아에 점령을 당한 적이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을 전쟁터로 떠나보내야 하는 여인의 애닯은 심정과 작곡가 본인의 민주화투사로서의 삶이 오버랩 되면서 감정을 북받치게 만든다. 그리스를 대표하는 가수 아그네스 발차가 불러서 더욱 유명하였고 한국이 낳은 소프라노 조수미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애간장을 끊어 놓기에 충분하다. 필자 또한 힘든 개인사를 이 곡과 함께 버텨내서 인지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전쟁은 표면적으로 비참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사랑의 일면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허다하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전쟁과 평화’는 19세기 유럽을 평정한 나폴레옹이 러시아황제의 정전제안을 거절하고 전쟁을 치루는 동안 안드레이, 피에르, 나타샤 등을 통해 당시 러시아 귀족들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의 참상뿐만 아니라 사랑을 다각도로 조명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트로이전쟁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를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납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표면적인 이유는 여자, 즉 사랑이 개입되어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리스와 트로이간의 지중해 무역주도권 다툼, 말하자면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분쟁을 호메로스와 오디세이아의 신화관으로 해석한 작품이라고 세간은 평하였다. 그러나, “역사”(페르시아전쟁사)를 저술하여 신들의 역사에서 인간들의 역사를 기록하였다는 헤로도투스로부터 무려 2,300여년이 지나 독일 고고학자 아인리히 쉴리만이 1871년 현장을 발굴함으로써 이 신화같은 이야기는 비로소 ‘역사’가 되었다.

전쟁의 이유는 개별적으로도, 시대적으로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는 생산수단,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급과잉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수렵채집인들의 시대적 공간인 원시공산사회를 지나 고대노예제사회에서는 생산수단인 토지를 두고 싸웠다. 이 시대까지 생산수단인 토지와 영토가 왕에 의해 독점되었다면 중세봉건사회에서는 왕과 영주들이 장원(토지)을 놓고 이해가 대립되었다는 차이점이 있다. 새로운 생산수단인 공장과 이를 소유하는 부르주와계급도 이 시기에 등장한다. 근대자본주의는 바로 이 공장에 의한 대량생산으로 공급과잉이라는 본질적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제국주의자들은 공급과잉문제를 식민지를 개척함으로써 해결하였다. 그러나 뒤늦게 공업화를 이룩한 독일이 식민지를 소유하지 못한 점은 전쟁의 빌미가 되었다. 바로 세계1차대전의 발발이다.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계 청년에게 피살되는 사건은 겉보기엔 민족문제였으나 식민지에 굶주려 공급과잉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던 독일에게는 얼씨구! 아니었을까? 한번의 전쟁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식민지쟁탈전은 역사에서 퇴장하지만 신규수요창출을 위한 가격경쟁은 대공황으로 이어진다. 대공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국가별로 달랐다. 자본주의를 폐기하거나(러시아) 유지(독일) 또는 수정(미국) 하였다. 그렇다고 세계2차대전을 막지는 못하였다.

냉전과 베트남전쟁 등 국지전을 거친 현재는 어떠한가? 자본주의는 그 모습만 바꾼 채, 즉 후기자본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로 존재하고 있고 전쟁은 다양한 유형으로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살상와 파괴를 동반한 전쟁은 물론이고 무역을 비롯한 경제전쟁도 피를 보는 건 마찬가지이다. 작년부터 미국과 중국 소위 G2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면에는 Pax Americana 이후 헤게모니 다툼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역전쟁이 실제 전쟁으로 가지 말란 법은 없다. 강제징용 배상문제로 시작하여 화이트리스트 삭제, 지소미아 파기에 이르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상황 또한 예사롭지 않다. 최근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김정은의 도발은 또 어떠한 의도를 갖고 있을까? 협상전략 일까? 설마 파국을 원하는 것은 아닐까? 전쟁의 겉과 속 참 헤아리기 어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