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당신은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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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당신은 억울하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0.0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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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희('동네산책' 책방지기/작가)
윤소희('동네산책' 책방지기/작가)
윤소희('동네산책' 책방지기/작가)

[목포시민신문] “저 집 가지 마. 완전 불친절 해.”

“아, 진짜?”
“지원 받아서 하는 카페라 그런가봐.”
“그럼 살짝 사진만 찍고 나올까?”
지난 주, 기차 타고 놀러 온 친구들과 목포 원도심의 어느 카페에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하필이면 우리가 들어가려는 카페 앞을 지나던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귀에 쏙 들어왔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목포에는 이런 곳이 있다고 보여주고 싶은 카페였는데. 마치 그동안 카페 선택의 기준이 오로지 친절한지 아닌지에 있었던 것처럼 길거리에 선 채로 토론을 하다시피 했다.
“다른 카페 아는 데 없어?”
“있지만 여기 와 보고 싶었거든.”
“분위기는 세련돼 보이는데 불친절하다니까 좀 그렇다.”
“그러게, 커피는 맛있을까?”

불친절. 이 한 마디로 인해 우리는 커피 맛까지 의심하기에 이르렀지만, 결국 꺼림칙한 기분으로 그 카페에 들어갔다. 준비된 봉변이라도 당하러 가는 것처럼 비장한 각오를 동반했다. 우려와 달리 우리는 곧바로 무장해제 되었다. 인테리어도 맘에 들었고, 커피도 맛있었으며, 가격도 적당했고, 무엇보다 전혀 불친절하지 않았다. 다만, 주문 받는 분이 무표정했다.

‘대하는 태도가 매우 친근하고 다정함. 또는 그러한 태도’가 친절이라고 국어사전에는 나와 있다. 그 카페 직원의 태도에 이렇다 할 불친절은 없었으나 무표정이었으니 사전적 의미로만 본다면 불친절이라고 해야 하나?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태도로 손님을 맞이했다면 친절하다고 여겼겠지만, 웃지 않아서 불친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웃지 않았다고 불친절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좀 억울할 지도 모르겠다. 억지로 웃으며 감정노동까지 하고 싶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만약 어느 순간 누군가를 불쾌하게 할 정도로 불친절했다고 치자. 그 이유가 지원 받아서 하는 카페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어쩌면 더 억울할 지도 모르겠다. 지원 받아서 하는 곳이기 때문에 불친절할 수도 있으며, 그런 곳에는 들어가서 살짝 사진만 찍고 나와도 된다는 인식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나 일상적인 대화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직원들의 태도가 불친절하다면, 거기에는 분명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손님들은 그 원인을 일일이 다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기 때문에 그저 나름의 경험에 비추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되든 말든 비난을 하거나 발길을 끊으면 그만이다.

최근 목포에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카페나 음식점이 문을 연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장소로 가서 구경하고 맛보고 평가하며 소문을 낸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과의 차이점을 곧바로 오감으로 느끼며 목포의 이미지를 굳혀버리기도 한다.

새로 개업한 곳이 많은 만큼, 처음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비용이나 감각이 부족해 인테리어가 좀 떨어질 수도 있고, 노하우가 없어 음식이 맛없을 수도 있다. 원가 계산을 아무리 해봐도 더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없는 한계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초보 자영업자가 당장 손님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친절이다. 경우에 따라 친절은 모든 것을 압도해버릴 만큼 힘이 세다.

그러니 일단 웃자. 지나치게 웃고 말 걸며 서비스를 얹어 줄 필요까지는 없다. 오히려 부담스럽다. 다만, 무표정은 위험하다. 안다. 당신은 결코 불친절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그저 수줍은 것일지도 모른다.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은 “수줍음은 자아의식이 위축되어 생긴다”고 말했다. 혹시 당신의 불친절이 다른 이유가 아니라 수줍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억울한 오해를 받기 전에 자신감부터 회복하자. 어떻게? 웃음으로! 사진만 찍고 나가버리는 얄미운 진상 손님의 버르장머리도 싹 뜯어고칠 수 있다고 나는 장담한다. 어떻게? 웃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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