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허호익 대전신학대 전 교수] 동성애 : 범죄인가, 질병인가, 소수의 성지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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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허호익 대전신학대 전 교수] 동성애 : 범죄인가, 질병인가, 소수의 성지향인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1.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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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호익(대전신학대학교 은퇴교수)
허호익(대전신학대학교 은퇴교수)

범죄로서 동성애

성경은 동성애를 죄(18:22 )라고 규정한다. 그래서 서구 기독교 국가에서는 오랫동안 동성애는 사법적으로 범죄로 여겨 왔다. 14세기 서유럽에서는 동성애자를 소돔의 범죄로 규정하고 화형에 처하였다. 흑사병이 창궐하자 동성애 탓으로 돌렸다. 영국의회는 1533년부터 동성애를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하였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 동부의 13개주는 1775년 독립전쟁 전까지 동성애자를 사형에 처하였다.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한 후 마그누스 히르쉬펠트라는 유대인 학자가 동성애 처벌 폐지 운동을 벌인 것을 빌미로 유대인과 동성애자를 제국의 적으로 몰아, 동성애자 5만 명을 생매장하고 점령국의 동성애자 4만 명을 처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게이 홀로코스트라고 한다. 1950년대 초 미국에서도 동성애자를 좌파로 몰아 수천 명의 동성애자 공무원을 적발하여 파면하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애를 좌파의 책략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동성애자 인권 문제기 제기되어 1953년에 발효된 유럽인권법안은 동성애 행위 선택 여부를 간섭하는 것을 사생활 침해로 규정하였고, 동성애 비범죄화의 길이 열렸다. 마침내 1989년 덴마크가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하여 많은 국가가 뒤를 이었다. 2003626일에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동성애 행위는 헌법상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고 판결하여 동성애 합법화의 대세를 이끌었다. 선스타인(C. R. Sunstine)은 동성애는 3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적(私的)인 성행위이며, 동성애 처벌로 인한 정당한 국가의 이익이 없으며, 동성애 불법화가 더 이상 공공의 지지를 받을 수 없으며, 헌법상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질병으로서 동성애

프로이트를 비롯한 심리학자들은 동성애를 정신 질환으로 여겼고 다양한 전환치료가 시도되었다. 미국정신의학협회(APA)1973년에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정신 장애항목에서 삭제하였다. 1980년에는 APA에 의해 자아 동질적(ego-syntonic) 동성애자아 이질적(ego-dystonic) 동성애를 구분하였다. 홍석천 씨처럼 자신의 동성애적 성정체성을 전혀 불편해 하지 않고 커밍아웃하는 자아 동질적 동성애는 정신질환 진단 목록에서 완전히 삭제되었다. 물론 전환치료의 폐지도 선언되었다.

소수의 성적 지향으로서 동성애

동성애는 오랫동안 범죄나 질병으로 여겨졌지만 특이하게도 비범죄화와 비질병화의 과정을 거쳤다. 살인이나 도둑질 같은 행위는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여전이 범죄로 규정된다. 예외적으로 동성애는 합법화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암과 정신분열증(조현증) 같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질병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동성애는 예외적으로 질병 목록에서 삭제되는 과정을 거쳤다.

2010년 세계보건기국(WHO)동성애성적 지향의 한 양식으로 규정하고 자아 이질적 성적 지향 조차도 사회의 차별과 혐오로 인해 겪는 성정체성 이질감으로 규정하였다. ‘동성애(homosexuality)라는 용어도 동일성 지향(same-sex orientation)’으로 대체하였다.

우리나라도 통계청이 고시한 한국표준질병분류에는 성적 지향성 그 자체는 장애와 연관시킬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발행한 성교육 교사용 지도지침서동성애 또한 하나의 인간적인 삶인 동시에 애정의 형식이다(중학교용)고 하였고, “이제는 더 이상 동성애가 성도착증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고등학교용)고 기술하고 있다.(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2003.4.2). 미국(2016)을 비롯한 30여 개국이 동성 결혼을 허용하였다.

성경은 동성애를 죄라고 하지만 그 문자적인 의미를 넘어서려는 비판적 해석이 시도되었고, 동성애자의 결혼식 주례와 성직 안수를 시행하는 교단도 20여 개 교단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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