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준 퇴직교사의 '동지는 간 데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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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준 퇴직교사의 '동지는 간 데 있고'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12.2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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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영중학교

해남중학교 3년 만에 국어과 정원 감축으로 우수영중학교로 옮겼다. 지역 인심도 좋고, 학부모님도 좋고, 학생들도 좋고, 동료교사들도 좋고, 교장까지도 좋았다. 내 40년 교단생활 중에서도 가장 의욕적이고 활동이 활발하고 즐겁고 찬란한 시기였다.

이 학생은 국어시간만 되면 도서실로 와서 출석부와 내 교과서를 챙겨 들고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고 저희 반 교실까지 걸으면서 뭐라 뭐라 쫑알거렸다. 교실 들어가는 기분이 참 편안했다. 옛날에 보았던 페스탈로치 그림이 생각났다. 고아들이 페스탈로치의 등이랑 어깨에 잔뜩 매달려 있는 그림이었다. 사실은 모든 학생들이 그렇게 선생한테 매달릴 수 있다면 좋을 터인데.......

내 오른쪽이 ‘우리교육’ 기자. 김진수 선생이 월간 ‘우리교육’에 기고한 글이 빌미가 되어 EBS 교육방송에서 스승의 날 특집으로 고영의 선생님을 찍었다. 당신께서는 극구 사양하였지만 우리가 적극 강권했다.
“선생님 아니면 누가 찍습니까?”
피디와 구성작가. 피디는 서울사람이라는데도 꿈틀거리는 생낙지를 젓가락으로 냉큼 냉큼 잘도 주워 먹었다.

학교 신문반 학생들과 박태근 교장선생님. 우수영 장날이면 새벽같이 행정실장과 함께 시장에 나가 팔팔한 생선을 사다가 고영의 선생님과 함께 회를 떠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퇴근 무렵 교사들을 과학실로 불러 먹였다. 먹고 나면 모두 벙어리가 되었다. 무슨 말이든 고분고분 잘 들었다.

해직 동지 김진수 선생은 충무횟집 사장과 절친한 사이였다. 목포 동지들까지 불러 덤장 가는 횟집 배를 탔다. 충무횟집에 앉아서 먹으면 유료였지만 덤장에서 끄집어낸 고기를 배 위에서 썰어먹으면 무료였다. 우리는 거나하게 취해서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노래를 불렀다. 뱃놀이가 따로 없었다. 복직의 기쁨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배 뒤쪽에서 키를 잡은 박 사장은 시원시원하고 똑 부러지는 쾌남아였다. 우리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또 다른 준조합원이었다.

학교 정원에 벚꽃이 만발하였다. 조그만 학교여서 교사 수도 적었지만 늘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함께 테니스 치고 탁구 치고 진도대교 부근 바위에서 굴 따 먹고, 풍광명미한 섬과 바다를 돌며 드라이브 하고, 함께 식사하고. 행복! 나는 번번이 술에 취해 곤드레만드레였다.

오른쪽이 김성기 선생. 70년대 완도여중, 80년대 목포제일중, 그리고 90년대에 또 우수영에서 만났다. 항상 시원시원하고 솔직하다. 교사협의회 시절에 이용원, 나성태, 오한종 선생과 함께 항도여중의 4인방.
왼쪽이 우홍주 선생. 탁구도 잘 치고 테니스도 잘 쳤다. 내 앞에 우수영 근무한 전운기 선생으로부터 테니스 레슨을 받아 일취월장 해남을 평정하고 전남을 평정했다. 학생과 맡아 흡연 학생 금연 지도하면서 자기도 줄담배를 끊었다.

안화수 선생. 그의 차에 카풀하면서 신세를 많이 졌다. 테니스, 탁구를 잘 쳤다. 내가 분에 못 이겨 여러 번 도전하면 마지못해 한 번씩 져주었다. 명랑소년, 통쾌무비.

처음에 조합원이었는데 무슨 일론가 마음에 안 들어 빠졌단다. 그러려니 했다. 나중에 보니 다시 가입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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