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 조준 동신대교수] “얀테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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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 조준 동신대교수] “얀테의 법칙”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2.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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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준 동신대 교수
조준 동신대 교수

[목포시민신문]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북유럽 사람들의 조금은 독특함을 설명하는 말 중 얀테의 법칙(Janteslagen)’이라는 게 있다. ‘잘난 척 하지 말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얀테는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작가인 악셀 산데모세가 1933년에 발표한 소설 도망자는 궤도를 가로지른다에 등장하는 가상의 덴마크 마을 이름이다. 이 마을은 잘난 사람이 대우받지 못하는 곳이다. 보통 사람들보다 똑똑하거나 잘생기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것은 잘난 게 아니라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 살려면 지켜야 하는 10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게 얀테의 법칙이다.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스스로 확신하지 마라. 5) 당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남들을 비웃지 마라. 9) 모든 사람이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10) 당신이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얼마전 레전드 오브 타잔의 주연을 맡았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골든글로브를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동생 빌 스카스가드를 포함 온 가족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스웨덴의 가장 대단한 수출품은 가구 브랜드 이케아스카스가드 패밀리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 할리우드배우이다. 시상식장에 영화속 타잔처럼 팬티만 입고나와 타잔은 바지를 입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던 그는 그러나 수상을 하고나서도 한동안 트로피를 숨겨둬야 했다고 한다. 친구집에 두거나, 가방안에 넣어두고 남에게 보이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묻자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인들의 행동지침인 얀테의 법칙때문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도 대표적인 부촌이 외스테르말름(Östermalm)이라는 곳이다. 전통적인 스웨덴 귀족 출신들은 물론 오래된 부자들이 많이 산다. 서울로 따지면 평창동 저택촌 같은 곳이다. 하지만 이 동네 어디를 다녀도 부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없다. 거리에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대부분이고, 보이는 집들도 여느 아파트들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은 얘기가 다르다. 그리고 그렇게 평범해보였던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여느 사람들과 같지 않다.

잘난 척하지 않는다는 것을 부끄럼이 많다는 것으로 대치해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토론 등에서는 늘 당당하고, 자기 주장이 명확하지만, 일상에서는 부끄럼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무언가를 좀 잘 하는 게 있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삼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그게 잘난 척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아무튼 굳이 남들에게 겸손해야 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잘난 양 과장하지도 말라는 게 얀테의 법칙의 기본 정서라고 북유럽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이런 정서는 경쟁이라는 구조에서 색다름을 드러낸다. 반에서 1등을 하기 위해 다른 친구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엄청난 매상을 위해 옆 가게가 망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경쟁은 하지만 나만 대단해지려고 생각하기 보다는 남들보다 조금 낫기는 해도 남들도 함께 잘 되기를 바라는 심리가 그들에게 있는 것이다.

얼마전 오랜만에 복귀한 산소같은 여자이영애씨의 인터뷰기사 중 눈에 띠는 대목이 있었다. 인터뷰 중 뭐든 과하지 않게라는 말을 자주하는 그녀에게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그녀가 한 대답은 이랬다. “뭐든 과하면 욕을 먹더라고요.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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