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2019년을 마무리하며, 도시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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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2019년을 마무리하며, 도시를 되돌아본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2.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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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생태학)
목포대 홍선기 교수
목포대 홍선기 교수

[목포시민신문] 중국이 1990년대 가장 많이 연구한 도시과학(Urban Science) 분야는 도시확장(Urban sprawl)이었다. 2000년대 초까지 이 연구는 지속되었지만, 최근 주춤하는 것 같다. 1990년대 당시 일본 유학중의 저의 연구실에도 중국인 유학생들의 인기 연구 주제로는 ‘도시확장으로 인한 환경 인프라‘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중국이 경제개발의 가속도가 붙게 되니 시골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북경으로 몰려들게 되었다. 그들의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다 보니 북경 주변부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건설되고, 교통 접근성을 확충하면서 작은 북경에서 큰 북경으로 도시확장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중국당국은 오폐수, 대기, 수질 등 3대 환경문제에 대하여 거의 문외한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도심 녹지(green space)라던지,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있을 수 없었다. 이처럼 도시확장(Urban sprawl)이란, 급속도로 도시가 확장되는 것으로 땅값이나 주변 토지개발 등으로 무질서하게 주변부가 확대되는 현상을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70~80년대 강남에서 시작된 개발붐이 분당, 용인에 이르기까지 확대되어 대규모 주거단지가 건설된 사례가 있고, 일본에서도 도쿄를 중심으로 한때 신도시 붐이 일어났다. 이전에 이 컬럼을 통해서 소개한바 있지만, 타마뉴타운(多摩ニュータウン) 같은 위성도시가 도쿄 주변부에 수없이 생겼다.

문제는 이러한 도시확장(Urban sprawl) 결과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또한 확장은 지속되고 있는가에 있다. 이미 도쿄의 경우 그 확장 붐은 수그러든지 오래되었고, 인기를 누렸던 타마뉴타운은 거의 비어가는 상황이다. 한때 부동산 붐으로 서울 아파트값보다 비쌌던 북경 주변의 아파트들도 비어가고 있다. 북경 외곽 지역 부동산에 투자했던 중국인들이 대규모로 도심 재개발 지구나 해외 부동산에 재투자를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도시확장은 지속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신도시 개발도 부족하여 정부에서는 도심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그린벨트까지 손을 대려고 한다. 이미 몇 군데 신도시 개발이 허가가 되었고, 다시 수많은 아파트들이 건설된다.

도시확장이 먼저 시작된 일본, 그리고 광풍이 불었던 중국 북경이나 상하이와는 달리 한국의 도시확장이 지속되는 것은 과연 경기가 좋아서일까. 아니면 오로지 금값처럼 아파트값이 유일한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정서 때문일까. 경기가 불안할수록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파트를 더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 일본이나 중국과 다른 국민성의 모습인 것 같다.
며칠 전 서울에 미팅이 있어서 용산역에서 택시를 탔다. 강변북로를 지나던 기사님 말씀이 이곳의 강변 아파트가 1-2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가격이 올라서 30평대가 30억, 40평대가 4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재산세도 많이 나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이 오랫동안 이곳에서 거주한 나이 많은 분들이라 이사 가기도 힘들고, 몇십 억대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도 없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부촌 아파트 주인들의 씀씀이가 박하다고 한다.

2008~2013년까지 일본 히로시마대학에서 문부성지원 ‘21세기 COE프로젝트’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COE프로젝트의 주제는 <환경관리를 위한 사회수용력 개발>로서 아시아 주요 항구도시의 경제사회적 변화에 따른 환경 특성의 변화에 대한 내용이었다. 당시 중국, 일본, 한국을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연안도시를 연구하는 분들과 국제학술심포지엄 구성하여 발표를 하였고, 그 내용은 모아서 두 권의 책으로 발간되었다. 이 중 한권은 필자가 편저한 책이다(그림 1).


그림 1. <환경관리를 위한 사회수용력 개발> 관련하여 출판된 저서. 오른쪽이 필자가 편저한 책. 해외 주요 도시를 포함한 광역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정량, 정성적으로 평가하고 있음. 왼쪽은 녹지 확대를 통한 저탄소 사회를 설계하자는 책. 필자도 저술하였음.


아시아의 대표적인 도시 중국 북경과 일본 도쿄의 도시확산이 멈추게 된 요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북경이나 도쿄 중심의 폭발적 경제력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둔화로 인한 경제력 쇠퇴, 과도한 노동력 증가 등으로 젊은층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많아졌다. 그것은 북경을 중심으로 대폭 늘어났던 지방 학생의 대학입학 수가 줄어들고 있고, 따라서 도시 주변 인구감소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정부의 경제지방화를 통한 분산 전략도 큰 역할을 하였다. 2005년부터 빠르게 성장한 중국 경제, 어떻게 연착륙 할 것인지에 따라서 중국 도시들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본다. 한편 도쿄의 경우는 같은 기간 북경과는 다르다. 경제개발 붐은 이미 1965~1975년까지 폭증하였고, 1980년대 들어오면서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하다 1990년부터 잃어버린 10년간 경제불황이 시작되었다. 이때는 중국 경제 붐에 영향을 받은 한국경제가 점차 성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도쿄에 집중하면서 인구가 폭증하였던 1960년대부터 일본은 주변에 위성도시를 많이 건설하였다. 처음엔 항구쪽에서 이후엔 농산촌 쪽으로. 타마뉴타운(多摩ニュータウン)은 1963년 일본 신주택시가지개발법이 정식으로 제정됨에 오사카부의 센리뉴타운(千里ニュータウン)과 함께 최초로 뉴타운이 설립된 곳이다. 타마뉴타운은 일본 최대 신도시 개발사업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신도시 개발의 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이 급속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신도시 인구가 줄어들면서 슬럼화 되어가는 추세이다. 고령화에 의하여 대부분의 부유한 노인층이 도심으로 역귀환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실버산업이 발달되고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들이 도시에 집중해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과거 대규모 토지를 이용한 수평적 도시확장을 지양하고, 도심내부에서 수직적 확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토목건축 기술이 발달하면서 내진설계가 된 50~80층 이상의 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기 때문에 건물의 용적률을 높이고, 부지의 여유공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도심계획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쿄 도심의 자투리 녹지공간을 점유하거나 공원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에서 목포시사(木浦市史)를 준비하면서 도시 생태계 전반적인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이때 동료교수가 지리정보를 이용하여 목포시 전체의 토지이용 현황을 파악한 자료가 있어서 공개한다. 목포는 23만명 정도의 중급도시로서 서울이나 부산, 인천과 비교하면 인구나 면적 측면에서 매우 소규모이다. 도시 주변부라고 해도 바다를 매립하지 않은 이상 더 확장할 수 있는 대지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인근 무안군이 전남도청 이전과 함께 신도시급 도시를 조성하고 끝없이 주거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목포 원도심과 하당 등 구도심 주거지가 쇠퇴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무안군 남악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물론 목포는 도시재생사업을 하여 활력있는 원도심을 회복시키고자 노력은 하지만, 다시금 목포시민들에게 쾌적한 정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목포시 전체 도면을 보면(그림 2), 녹지면은 도심 주변에 배치되어 있고, 중앙부 도심엔 어느 정도의 녹지공간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목포역을 중심으로 서부와 중부는 유달산, 입압산, 양을산, 안장산 주변을 제외하고는 유달동과 만호동, 삼학동, 동명동, 목원동, 대성동, 용당동, 산정동, 원산동, 죽교동, 북항 등 거의 녹지대가 없다. 하당은 더욱 심각하다. 삼호대교를 경계로 동쪽의 부주산과 부흥산을 제외하고는 녹지공간은 완전히 찾을 수 없다. 도로변 가로수가 전부이다. 2019년 올해도 중국발 미세먼지로 우리나라 서해안 도시 일대가 고통을 받았다. 목포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연 앞으로 목포의 공기는 청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미세먼지 속의 PM2.5의 미세한 입자를 걸러 내줄 수 있는 능력은 있을까. 녹지는 최소한의 저감장치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2020년도 목포시정에서 도시녹지 확대는 시민의 질적인 정주환경을 위해 매우 필수적인 정책으로 본다.
도시확산이라는 정책을 통해 무분별한 난개발을 이뤘던 20세기 도시계획은 이제 더 이상 효과가 없다. 고령화 사회 속에 접근성이 개선되고 양질의 생활공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수준을 고려할 때, 이제는 서서히 지역 통합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목포는 현재 도심만 존재한다. 도시는 도심과 근교, 교외 등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역할이 있다.
목포와 신안군, 그리고 무안군이 서로 도심, 근교, 교외의 공간적 역할 분담을 한다면 21세기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정주환경을 조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단순히 정치적 이유로 인구수 늘리기 차원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여유있는 여가 생활과 노동, 그리고 노후 생활이 가능한 기능적 통합이라면, 그것은 새로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도시계획 패러다임 전환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의한 전남 서부지역 소멸지역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본다.


그림 2. 목포시의 토지피복도(2011년 항공정사영상을 기초로 환경부 환경공간서비스자료 활용하여 편집.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재은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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