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인분의 삶- 자취가 아니라 독립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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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인분의 삶- 자취가 아니라 독립인데요?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1.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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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지음/ 빌리버튼/ 2019년 7월 29일 발행)

[목포시민신문] 이 책은 자취와 독립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취를 한다는 건 혼자 살긴 하지만 언제든 필요하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는 이유로, 저자는 자신의 행보가 어디까지나 독립임을 강조한다. 부모의 지원은 간섭과 한 세트이다. 어떤 식으로든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간섭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의미한다. 독립은 지원도 간섭도 없는, 완벽한 내 몫의 상태이다.

저자는 스물일곱에 직장도 그만 두고 집도 떠나 혼자 살기 시작한 5년 동안의 독립생활을 솔직담백하게 들려주고 있다. 아버지의 회사에 다니고 있던 저자는 퇴사를 선언하며 동시에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불안하지만 자유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독립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다. 방 한 칸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잦은 이사를 반복하는 것은 물론, 이렇다 할 직장도 없는 상태에서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독립생활을 추구한다. 스스로 마련한 나만의 공간에서 나다운 삶을 발견하고 영위하는 기쁨을 이야기한다. 내 몫 하나를 찾아가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성장을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고생하는 장면들을 읽다보면 함부로 독립하는 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의 목적은 당연히 고생담에 있지 않다. 가족의 울타리에 안주했다면 절대 몰랐을 것들을 배우며 인생의 묘미를 맛보는 중이다. 집이 아니라 방 한 칸에 불과한 삶에서 오히려 영혼의 둘레는 더 커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다른 이의 삶을 돌보는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나 하나부터 건사하는 삶을 먼저 배워야 한다. 내 몫을 책임져야 하는 삶은 무엇이든 머뭇거리지 않고 시도할 수 있는 용기와 배짱도 안겨준다. 요리, 집밥, 설거지, 막힌 하수구, 공과금, 월세 등 독립생활자의 일상에 필요한 잡다한 힌트들도 함께 엮은 이 책을 처음에는 독립출판물로 출간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이십대라면 독립을 감행해야 한다. 성인이 된 자녀가 독립을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믿고 냉정하게 떠나보내야 한다. 내쫓아서라도 독립을 시켜야 마땅하다. 밥은 잘 챙겨 먹을지, 돈에 쪼들리지는 않을지, 외로움은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원과 간섭을 끊고 독립을 지지하는 것도 부모 노릇이다. 냉정한 사랑의 힘이 이십대 청년의 가능성을 얼마나 활짝 열어젖혀 주는지 보게 될 것이다.

독립을 앞두고 불안에 휩싸여 있다면, 독립에 대한 로망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의혹이 생기는 독립생활자라면, 독립한 자녀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으로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일 인분 만큼은 부족함 없이 해낼 테니까.

/동네산책 책방지기 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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