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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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1.1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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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와 동지팥죽

동짓달 긴긴 밤을 한 허리를 둘러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어다가
어른님 오시는 날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도 모든 이들이 애송하는 작품으로, 조선시대 미모와 재능으로 명망높은 선비들이나 선사들까지도 꼼짝못하게 하였다는 천하명기 황진이의 절창으로 널리 알려진 시조입니다.
동짓밤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으면, 길고 긴 밤을 혼자서 보내기가 얼마나 외로웠으면 동짓밤 긴긴 밤을 반으로 뚝 잘라낸다는 기발한 표현하며, 그 잘린 반쪽을 가지런히 곱게 접고 포개어 옷장 속에 넣어 두었다가 사랑하는 님이 찾아오시는 날  그 이불을 꺼내어 펴서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하였을까요.
이 노래를 포함하여 단 여섯 수의 시조작품으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을 만큼 글솜씨 곧 문재文才가 뛰어났던 황진이의 시조가 동짓밤이 오면 언제나 떠올려지는 이유입니다.

12월에는 24절기 중의 스물 두 번째에 해당되는 동지가 들어 있습니다. 24절기란 태양이 움직이는 길을 따라 24개로 나누어 보름 간격으로 변화와 순환을 일깨워주는 자연의 신호라고 볼 수 있지요. 동지는 대체로 12월 22일에서 23일에 들어 있는데(금년은 21일), 절기는 양력을 기준(태양력)으로 계산하고 있지만 음력으로는 대개 한 달 늦게 들어 있어 음력에서는 십일월을 동짓달이라고도 부르고 있지요


동지는 계절의 큰 전환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아주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여겨지는 바,
달력이 없었던 옛날에는 해의 움직임을 보고 날짜를 셈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해의 시작도 해의 길고 짧음으로 재었으니, 한 해 중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가장 짧은 날이 한 해의 끝이며 바로 다음날부터 낮이 점점 길어지기에 그 때부터가 새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우리 민속에서는 예전부터 동지를 태양의 기운이 싹트는 시기 또는 해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날로 여겨 작은 설(한자말로는 아세亞歲)라고 일러 또다른 신년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실제로 신라시대부터 고려조까지(충선왕)까지는 동지를 설날로 삼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하지夏至와는 정반대로 어둠이 물러가고 빛의 세상이 시작되는 동지 곧 음의 세상이 물러나고 양의 세상이 열리기 시작한다는 동지.
동지가 되면 어느 가정이나 막론하고 동지팥죽을 쑤어 먹지요. 동지 하면 떠오르는 가장 전통적인 음식(절기음식)은 바로 동지팥죽입니다.
그러면 동짓날 팥죽(동지팥죽)을 쑤어 먹는 유래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옛날 중국 진나라에 공공(共工)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자식들 중 아무 재주도 없고 일도 제대로 못하며 늘 말썽을 부려 속을 썩이는 못난이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공공씨는 그 아들 때문에 하루도 맘 편한 날이 없었는데, 그 아들은 평소에 구박만 받고 살다가 어느해  동짓날 그 아들이 그만 죽고 말았지요.
그러나 공교롭게도 죽은 아들은 그만 역질을 퍼뜨리는 귀신이 되어 그 귀신이 들어사는 집에는 가족들이 나쁜 병 곧 역질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역질이란 천연두라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그 당시에는 의술이 발달되지 못하여 역질이 마을에 돌면 마을 사람들 대부분 꼼짝없이 앓다가 죽어 버리니 공공은 자신의 아들이었다 해도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공공은 생전에 아들이 팥을 무서워했다는 기억을 떠올리고는 팥죽을 쑤어 대문간과 마당 구석구석에 뿌렸습니다. 효과가 있었던지 그 날 이후로 역질은 사라졌고 이를 본받아 사람들은 역질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동짓날이 되면 팥죽을 쑤었다고 전설이 민간에 전해오고 있습니다.

팥죽은 붉은 팥을 으깨어 그 국물에 찹쌀가루로 만든 새알 모양 떡(단자) 곧 새알심을 넣어 쑤게 되는데 민속에서 붉은 빛깔은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전해오고 있다고 믿고 있지요. 아울러 팥의 검붉은 색깔은 길고긴 밤과 검은 우주를 상징한다면  찹쌀로 만든 하얀 새알심은 다시 떠오르는 해를 상징하며, 팥죽의 재료인 팥과 찹쌀이 몸을 따뜻하게 해주어 한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는 보양식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팥죽을 들면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한 해를 아무 탈없이 보낼 수 있도록 가족 모두가 둘러앉아 동지팥죽을 들었는데 자신의 나이만큼 새알심을 넣어 먹으면 더욱 효과가 있다고 하며, 부엌이며 장독 곳간 등 집 안 곳곳에 팥죽을 차려두고 벽이나 대문 등에도 팥죽을 뿌려두면 한해 동안 집 안에 나쁜 귀신이 들지 못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어느 가정이나를 막론하고 동짓날 밤이면 온 가족이 비잉 둘러앉아 새알을 만들어 동지팥죽 곧 동지죽을 쑤어 이웃끼리도 서로 나누어 먹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의 주부님들 중 동지죽을 쑬 줄 아는 분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며 젊은 세대들의 식습관도 동지팥죽보다는 단맛이 한층 더해진 전통찻집 등에서 파는 단팥죽을 더 선호한다고나 할까요. 물론 지금도 가정에 따라 빠지지 않고 푸짐하게 동지팥죽을 쑤어 가족은 물론이요 이웃들과도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으리라 여겨지지만, 이마저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날로 사라져가는 전통이 아쉬울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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