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인숙 칼럼니스트]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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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인숙 칼럼니스트]수고했어, 오늘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2.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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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니스트

[목포시민신문] 요즘은 집을 나서기 전에 꼭 챙기는 일이 있다.

얼마 전 박스 채 사다놓은 마스크를 꼼꼼하게 쓰는 일이다. 마스크가 내 생명줄인 것처럼 절대 잊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눈에 보일 정도로 심각했을 때도 챙기지 않았던 마스크를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다니며 귀에 걸고 있다.

요새 가장 중요한 소식은 어느 지역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몇 번 확진자가 무슨 경로로 돌아다녔고 누구를 만났는 지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기침이라도 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흘린다. 눈초리를 받아도 싫어하는 내색을 내비칠 수도 없다. 지금은 누구나 예민한 시기이니 말이다. 어찌 보면 그런 의심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가장 최소한의 장치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심각한 시기에 무서운 이야기가 떠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고양이에게 옮길 수 있다는 오보였다. 어디서 본 뉴스인지, 누가 말한 소식인지, 어떤 증거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오보가 떠도는 동안 안 그래도 천덕꾸러기인 길고양이는 더욱 사람을 조심해서 숨어 다녀야 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오보 때문에 변을 당한 고양이가 있을 수도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건당국에 강력하게 항의가 들어가고, 고양이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기사가 났지만 아직도 고양이한테 옮긴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런 말이 없어도 가장 힘이 없는 길고양이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경우는 허다하다.

지난번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들고양이가 옮겼다는 식의 기사가 떠돌면서 애꿎은 고양이만 또 뭇매를 맞았다. 결국 이 또한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것이 알려졌지만, 정정 기사는 오보 기사만큼 이슈가 되지 않았다.

이런 기사가 뜰 때마다 캣맘들은 덩달아 숨을 죽이게 된다. 왜 자꾸 이러한 오보들이 쏟아져 나오는가? 그것은 약자에 대한 전반적인 무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작고 힘없는 고양이와 그들을 돌보는 캣맘들이 그렇다. 캣맘들의 대다수는 여자이고, 혼자 다니며,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에 활동한다. 그런 무시는 일부 기레기들의 맛있는 먹잇감일 것이다.

예를 들면 그렇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경로 미궁...들고양이가 혹시?’라는 기사의 제목처럼 의혹만 가득 찬 내용이었다. 물론, 의혹으로 기사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생명의 생과 사에 관한 문제라면 더욱 신중해야하지 않을까? 기사로 작성되는 순간부터 온라인상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실제로 둔갑되어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이 있다라는 글 한 줄에 길고양이의 목숨은 누구라도 빼앗아도 된다는 당위로 바뀌는 것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길고양이들의 하루하루는 그렇게도 쉬운 것일까?.

길고양이는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슈를 위해 소비되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길고양이가 살지 못하는 세상은 인간도 살 수 없음을 안다면 이렇게 쉽게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안 그래도 척박한 길 생활을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는 길고양이들에게 더 고통스러운 환경을 만들어줘서는 안 된다.

마음 같아서는 길고양이들에게도 마스크 하나씩 씌어주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오늘도 잘 견뎌줘서 고마워, 내일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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