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동신대 교수]‘코로나 19’와 일상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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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 동신대 교수]‘코로나 19’와 일상의 행복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3.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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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목포시민신문] 공허한 지껄임만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인간이 침묵의 세계를 어떻게 사유하고 경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막스 파카르트의 책 침묵의 세계를 읽다 보면 뇌졸증에 걸린 어떤 교수에 대해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교수는 뇌졸중을 경험하고 난 후의 일상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다. “이전에는 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었고, 너무 쉽게 말이 나왔다. 지금은 병 덕분에 한마디 말이 음성으로 변할 때 하나의 사건이 되고, 침묵으로부터 다시 한마디 끌어내면 그것은 하나의 창조와 같다. 나는 건강했을 적에 결코 이루지 못했던 것, 즉 침묵으로부터 말이 나오는 것을 특별한 일로 체험하는 것을 병을 통해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려워진 지금, 그동안 무심코 지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방학이 끝났지만 아이들은 학교를 갈수가 없고, 그동안 지옥처럼 느껴졌던 출근길의 교통체증과 전쟁과 같았던 직장생활이 이제는 그리워진다. 값싸고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책이었던 영화관은 이제는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커피 한 잔 마시기 위해 찾았던 동네 카페, 오늘은 뭘 먹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했던 식당앞에서 주저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1년에 한번 사용할까 말까 했던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긴 줄 속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늘 그냥 드나들었던 건물이 이제는 열감지 카메라를 통과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하면 반갑게 나눴던 인사도 이제는 주춤거리고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괜히 반감이 든다. 그동안 늘 그렇듯이 우리에게 주어졌던 일상이 이제는 더 이상 일상적이지 않다. 이제 일상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OECD국가에 가입한 후 자주 듣게 된 것은 수치화된 평가였다. 1인당 국민소득, 노인빈곤률, ‘자살행복’, 심지어 불행등의 항목에 대한 수적 평가가 행해지면서, 순식간에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국민이 되었다. 행복의 정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은가?”에 대한 조급증을 유발시키면서, 행복해야 한다는 담론은 하나의 대세가 되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행복은 마치 좋은 집에 살고 연봉이 높으며 남들이 선호하는 직장을 가지는 것, 늙어서도 잘 살기 위한 현금과 부동산을 준비하는 것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남과 비교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나의 현재는 늘 불만족한 현실이 되었고, 은퇴는 평생의 노동과 헌신을 내려놓고 편안해지는 시기가 아니라 늙어서 가난하고 병들어 지낼 불안과 공포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우리의 삶은 지금 여기’, 이 순간의 놀라운 기쁨이나 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 거기를 위한 소모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집이 있고, 직장이 있고, 단란한 가족이 있는 객관적인 행복의 요소가 갖추어져 있을 때에도 바로 이거야,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났어.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라고 감탄하지 않는다. 행복하기는커녕 불행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권태롭다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번 코로나 19사태는 우리에게 일상의 행복이 주는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보냈던 일상들이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음을 큰 아픔을 경험하며 배우고 있다. 혼자서 일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함께 식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와 직장에 가는 그런 소소한 일상이 그냥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닌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 귀하고 소중한 교훈을 깊이 새기는 것, 그래서 일상이 주는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언젠가 지나갈 이 아픈 시기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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