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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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1.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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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겨울나기
▲ 이성관 작가

1.물레
겨울밤. 저녁을 마치고 나면 온 가족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며 밤이 이슥해지면 가족 모두 한 방에서 이불 하나에 몸을 맞대고 함께 잠자리에 들라치면, 엄마는 어김없이 물레잦기가 시작됩니다. 물레란 솜이나 털 따위의 섬유를 자아서 실을 만드는 재래식 도구를 말합니다.

물레를 돌리는 방법은 오른손으로 물레의 손잡이(꼭지머리)를 잡은 채 돌리기를 계속하고, 왼손으로는 솜(고치)에서 실을 뽑아 실꾸리*를 감는 일로 물레를 오래 잦다보면 하아얀 실꾸리가 물레 곁에 소복이 쌓여가지요.

물레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 아이들은, 어쩌다 소변이라도 마려워 깨어나면(당시 밤에는 밖이 깜깜하여 방에 요강이라 부르는 변기를 두고 방 안에서 일을 보았습니다.) 그때까지도 엄마 혼자서 외롭게 물레를 잦고 계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지요. 시골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듯 문자를 모르시는 엄마는 물레를 자으며 노래인지 타령인지 알 수야 없지만 어린 마음에도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타령같은 선율이 느껴지는 가락을, 곤히 잠든 가족들의 잠이 깰까봐 들릴 듯 말듯 낮은 소리로, 낮은 소리로 읊조리며 깊은 밤 물레를 자아내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어제런듯 선하게 떠오릅니다.

스르르 물레소리 듣다가 잠이 들면
잠결에도 잉잉잉 엄마는 잠도 없나
새아침 일어나 보면 소복 쌓인 실타래

자리나 펴셨을까, 눈이나 붙였을까
해종일 들일이며 빨래하고 청소하고
깊은 밤잠도 잊고서 자식 위해 어머니

희미한 등잔불 문풍지는 우는데
어둠도 엄마께는 빛이 되는 것일까
가락*에  감기는 사랑 저 달· 별은 알겠지.
                               (물레 전문)
*실꾸리: 실을 둥굴게 감아놓은 실타래
*가락: 물레로 실을 자을 때 고치에서 나오는 실을 감는, 양끝이 뾰족한 쇠꼬챙이

2. 베틀

찰그락 착 찰그락 착 베를 짜는 어머니
저 베 다 짜고 나면 솜바지를 지을까?
아이들 흰옷 입고서 동구밖에 연 날리고.
                          (베짜기 전문)

여름 길쌈의 주된 재료가 모시(모시길쌈)라면, 겨울 길쌈은 단연 목화를 재배하여 얻은 솜으로 겨울용 옷가지나 이불 등을 짓는 목화길쌈으로, 밤 길쌈이 물레잦기라면 낮 동안의 길쌈일은 베짜기라고 볼 수 있지만, 가정에 따라 밤에도 베를 짜는 고된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았지요. 옛날의 초가집들은 방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대체로 안방에 딸린 비좁고 햇살도 잘 들지않은 골방에 베틀*을 차려두고 거기에 앉아 베짜기를 하였답니다.

베짜기란 베매기*를 통하여 얻은 실을 베틀에 길게 차려두고(날줄) 옷이나 이불 등을 지을 수 있는 천을 만드는 작업을 말합니다.
어찌 겨울의 일감들이 베짜기 뿐이었을까만, 가족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천을 짜느라 고생이 말이 아니었을 우리들의 어머니! 생각하면 단순작업으로 해종일 베틀에 앉아있으면 얼마나 지루하였으리라 여겨지는 바, 그래서였을까요. 그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불렸다는 베틀노래 등의 민요가 전해지고 있지만, 꼭 민요가 아니라도 물레잦기와 마찬가지로 북*이 좌우로 오가며 내는 찰그락 착 찰그락 착 소리의 가락에 맞춰, 아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애조(哀調)띤 가락으로 구성지게 읊조리는 율조가 가끔은  마당까지 들리기도 하였지요.
당시는 으레 그래야하는 것처럼 시골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봄에서 가을까지는 맨발로만 지내다가 겨울 추위를 나기 위하여 지금의 양말에 해당되는 버선을 신었지요. 물론 도시의 살림이 괜찮은 사람들은 의복이나 이불을 사서 입고 덮었겠지만, 시골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옷을 집에서 지어 입었기에 엄마의 베틀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은 저 배를 다 짜고 나면 따뜻한 솜옷을 지어주시리라는 소망에 마냥 가슴 설레기도 하였답니다. 베짜기를 통하여 천이 완료되면 재봉틀을 이용하여 드디어 마지막 과정인 가족들의 옷짓기가 시작되었고요. 

*베틀: 모시나 삼베, 무명, 명주 따위의 피륙을 짜는 틀
*베매기: 물레잣기를 통하여 나온 실을 질기게 하기 위하여 여러 올들을 일정하게 모아 길게 늘여놓은 다음, 왕겨  불을 피워놓고 쌀(좁쌀)로 만든 풀을 풀솔로 골고루 먹여 말리며 도투마리(실을 둥글게 감는 틀)에 감는 일을 말함.
*북: 베를 짤 때 좌우로 오가며 씨줄 역할을 하는 배나 고무신 모양의 도구로, 여기에 담긴 실꾸리의 실이 풀리면서 길게 늘어진 날줄과 결합 되어 천이 이루어진다

3.다듬질

노을진 마을 가득 어둠이 찾아들면
다듬돌 앞에 두고 엄마 누나 마주 앉아
또다닥 또닥 또닥닥 다듬질을 합니다

소리는 가락을 타고 하늘 훨훨 날으면
다사로운 마음들이 강물처럼 흐를까
또닥닥 다듬이 소리 여울치는 들녘에
                        (다듬질 전문)

다듬질은 옷이나 옷감에 반드럽게 하기 위하여 다듬돌에 천을 올려두고 방망이로 두드리기를 반복하는 일을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세 가지가 '아가의 웃음소리, 해질녘의 다듬이 소리, 책 읽는 소리' 라고 전해오고 있는데, 그 소리 중의 하나가 바로 다듬질 소리로, 주로 해질녘 이슬을 조금 맞춘 다음에 시작하지요.

참고로 천의 구겨진 주름을 펴고 윤이 나게 하는 다듬질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홍두깨라 하여 나무로 된 긴 원통에 천을 둘둘 감아 다듬잇돌에 올려두고 방망이로 두드리는 방법으로 천이 길이와 폭이 길고 넒을 경우 이 방법을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다듬돌에 천을 올려두고 방망이로 두드리는 방법으로, 주로 다듬질하면 후자의 방법을 두고 이르는 말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습니다. 그리고 방망이질을 혼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두 사람이 마주앉아 가락을 맞추어가며 다듬질할 때의 소리가 더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다듬이소리를 듣고 여성들의 심리상태 곧 날마다 반복되는 고단함과 남존여비 사고방식으로 인한 억눌린 생활에 대한 한을 다듬이소리로 표출한다고 전해지고 있어, 다듬이소리로 여성들의 심리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도 전해지고 있는데 공감이 가는 이야기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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