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책방의 이주의 책] 일상 속 스며든 사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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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책방의 이주의 책] 일상 속 스며든 사회문제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4.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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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애매한 사이(원제 あいまい生活)
저자: 후카자와 우시오|역자: 김민정|아르띠잔 |2019.09.30

[목포시민신문] “고민 많고 생활이 어려운 복잡한 가정사란 연민의 대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 연민이라는 감정도 일종의 오락이 아닐까 싶다.” p138
빈곤, 특히 여성의 빈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에 있다. 그것은 끼니를 때우지 못하거나 입을 옷이 없는 것과는 다르다. 소설 ‘애매한 사이’에 나오는 인물들은 한 채의 쉐어하우스에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거주하고 있다.
2019년, 혐한 특집기사를 낸 일본의 인기 주간지에 ‘기고 중단’을 선언하며 당당한 목소리를 낸 재일교포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의 연작집이다.
우울증으로 생계보호를 받거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자존감이 매우 낮거나, 이혼 후 아이를 남편에게 빼앗긴 사람들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빈곤하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늘 삶에 불안을 느끼고 있고 쉐어하우스의 단칸방에서 냉방도 없이 여름을 보낸다. 이들은 가난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살아간다. 가난할수록 자기 속내를 감추게 되고, 하나로 뭉치기보다 서로를 불편해한다. 살기 어려울수록 타인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작가는 그 모습을 책 속 허름한 쉐어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장 약자인 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따뜻함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관심하게 자신의 현실에 허덕이며 치여 사는 현실을 그린다.
이 때문에 책의 각 챕터들은 간결하지만 불편하다.
책의 배경은 일본이지만, 한국도 책 속 현실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가난한 여성들, 가난한 아이들,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마치 그런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것. 작가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책의 마지막 챕터 주인공은 외국인 연수생이다. 우리가 먹는 신선한 채소들의 대부분은 외국에서 건너온 외국인연수생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외국인 노동자를 사회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다. 가난한 여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또한 보도되지 않으며 주목받지 못한다. 게다가 사람들은 가난하다고 해서, 뭉치는 게 아니다. 사회의 약자들이지만, 연대하지 않는다.
책은 확실히 불편하다. ‘빈곤, 성희롱, 육아 방임, 기초생활 수급자에 대한 비난, 남편의 아내에 대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 등 사회의 고름’들이 잇달아 등장한다. 책의 결말 또한 주인공들을 결코 행복하게 놔두지 않는다. 그저 관조하며 덤덤하게 사실을 비출 뿐이다. 마치 다큐멘터리영화처럼. 그리고 호소한다. ‘사회문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있다’고.

고호의책방 이효빈 큐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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