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목포시의회에서 일어난 성희롱 소송사건을 바라보는 제3자 여성으로서의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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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목포시의회에서 일어난 성희롱 소송사건을 바라보는 제3자 여성으로서의 소회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5.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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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한국 여성들이 이 사회에 살아가면서 체감하는 설움과 불합리한 점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이 최근 화두를 모았다. 하지만 한국남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이린’이라는 가수가 이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SNS에 난리가 났다.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린의 사진을 자르고, 불에 태우는 인증샷을 올렸다. 아이린이 이 책을 읽은 것은 아이린이 사실상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것이라며 이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즉 인기 여자 연예인들은 인형처럼 예쁘게만 보여야지 여성으로서 자신의 권리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남자 팬들의 심리인 것이다.

목포시의회에서 일어난 김훈 전 의원과 김수미 의원 간의 소송사건을 바라보면서 여성으로서의 모욕감과 분노가 치솟는다. 김훈 전 의원은 1년여 동안 김수미 의원을 괴롭혔고 동료 남자의원들 또한 은근히 즐기면서 구경거리로 삼았다.

“김수미 의원은 남편하고 사이가 좋은지 다리가 많이 벌어졌다.” “집 떠나온지 오래되었는데 김수미 의원 신체에 (성기를)문대고 가니 더 빵빵해졌다.” “김수미 오줌소리가 남자 화장실까지 들렸다. 오줌소리가 센 걸보니 정력도 센 것 같다.” “김수미는 슨(남성의 성기) 걸 좋아한다.” “남자 의원이랑 별보러 갔겠지.” “멍청아!” 등등 여자로서의 자존심에 치명타를 입히는 말들을 스스럼없이 쏟아냈다. 그때마다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충언했지만 반성은 커녕 김수미 의원과 얼굴을 대면할 적마다 자존심을 건드리고 인격을 모독시키는 거친 말들을 내뱉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김수미 의원은 잠을 이루지 못했고, 시의회에 나가는 것 조차 두려웠으며, 자존감이 무너지면서 대인 기피증까지 생기게 되면서 정신과 진료를 받기도 했다.

여자, 남자라는 젠더를 떠나 모든 사람은 자존감으로 삶을 지탱한다. 자존감이 무너지면 급기야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살까지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김훈 의원에게 여러 차례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윤리특위에서 동료 의원들 앞에서 그동안 겪었던 사항들에 대해 토로했고, 그동안 김훈 전 의원의 행태를 지켜본 동료의원 22명 중 15명이 제명에 찬성하여 제명이 가결된 사항이었다.

‘1년 동안 겪었던 정신적 고통을 한낱 글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 이다’고 생각한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는 시간이 지나면 남의 일이라 잊혀지는 법이고, 당시의 상황들을 글자로 표현하기에는 한계점이 있어 그 사항이 크게 다가오지 않고, 성인들 사이에서 오가는 한낱 가벼운 농담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인 당사자는 그 차원이 다르다. 1년 동안 일방적으로 당했던 트라우마로 인해 지금도 화장실에서 편히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황이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의식에 사로잡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지금은 후회함도 있다고 한다. 그 울분을, 그 모욕감을, 그 수치심을 세상에 밝히고 나서 오히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정신적 고통은 1년 동안 당했던 트라우마 만큼이나 힘이 든다고 한다. 이래서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참아버리고, 나서기 보다는 숨어버리는 모양이다.

김 훈 전 의원은 보편적인 상식을 가진 여성으로서는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퍼부었고, 그런 말들을 하면서 취했던 비아냥거리는 모습 또한 심각했다. 이에 김수미 의원은 여성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치명적 모욕감으로 온 몸을 떨어야 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는다’고 하는데, 하물며 1년 동안 재미삼아 아무렇지 않게 공공연하게 퍼부은 거친 말들로 인해 김수미 의원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겨졌을 것이다.

성희롱적 발언은 성폭행과 다름없다고 본다. 언어폭력이나 육체적 폭력을 당한 당사자는 그의 인생에 치유가 불가능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인권변호사 박준영 변호사가 쓴 ‘지연된 정의’라는 책을 보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완도 무기수 김신혜 사건 등 3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들 모두 힘없고 돈없고 배우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면서 15년, 16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아낸 사건들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의 인생은 무엇으로 보상해줄 것인가? 과연 보상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기나 하는 것일까? 권력의 힘에 의해, 돈의 유무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어 선량한 국민이 억울함을 당하는 일은 이제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남자와 여자를 떠난 동 시대를 살아가는 동등한 인격체로서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이 상식이고 도의이다.

목포시 최영희(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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