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이 추천하는 이 주의 책] 생각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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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이 추천하는 이 주의 책] 생각하는 여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5.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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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도전하는 철학을 위하여

[목포시민신문]

『생각하는 여자』

* 줄리엔 반 룬 지음/ 박종주 옮김

* 출판사 창비

* 발행일 : 2020년 4월 24일

 철학자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남자를 떠올린다. 그것도 옛날 남자. 즉, 이미 죽어 역사 속에 남은 서양의 사상가들이 먼저 생각난다. 게다가 어렵고 심오하고 난해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 호주의 철학박사이자 작가인 줄리엔 반 룬은 훌륭한 사상가들이지만 모두 특정한 영역에 속해 있던 백인 남성들의 사유로만 채워져 있는 철학책들에서는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는 여자의 철학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남자가 아닌 여자, 과거가 아닌 현재. 명백하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 철학자들을 만나 길고 끈질기고 흥미로운 대화를 나눠가며 여성의 문제를 하나하나 다루기 시작했다. 여성 철학자들의 관점으로 이야기하는 사랑, 놀이, 일, 두려움, 경이, 우정.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철학들이기에 쉽고 재미있으며 나의 일상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여지를 잔뜩 풀어놓고 있다.

줄리엔 반 룬은 서문에서 “지성의 영역에 여성들이 기여한 바를 예찬하는 동시에 그들의 생각을 내가 처한 일련의 환경에 적용하여 빠짐없이 곱씹어보고 싶었다”며 생각하는 여자를 위한 대중 철학서를 쓴 이유를 설명한다. 철학이란 결국 삶에 대한 질문이고, 우리가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친구들과 대화하며 나누는 생각들이다. 딱딱한 철학 이론을 내세우는 대신 저자인 줄리엔 반 룬과 여성 철학자들의 개인적인 일상이 대중 철학과 버무려져 다정한 친구같은 책이 되었다.

줄리엔 반 룬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로라 키프니스, 시리 허스트베트, 낸시 홈스트롬, 줄리아 크리스떼바, 로지 베티, 헬렌 캘디콧, 마리나 워너, 로지 브라이도티는 모두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상가이거나 작가면서 지극히 평범한 삶을 견디거나 누리고 있는 한 사람의 여성 개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어떤 사람으로, 어떤 사람과 함께 살아갈 것이며, 두려움에서는 어떻게 벗어나고, 스스로를 팔지 않으며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논하고, 놀이와 배움과 우정을 어떤 방식으로 사유할 것인가를 진지하고 유쾌하게 묻고 답하며 성찰한다.

친구들과 만나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시끌벅적한 지성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면 이들의 대화에 주목해볼 일이다. 생각하는 여자는 우아하고 여유 있는 여자가 아니다. 삶이 불편하고 부당하고 이상하고 낯설다고 여기기 때문에 끝없이 질문하고 공감하고 연대하며 답을 찾아야만 하는 여자다.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의 활력이 앞으로의 철학사를 새롭고 탄탄하게 쓰게 될 것이다.

동네산책 책방지기/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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