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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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1.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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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조상님에 대한 추모의 정
               --제사와 성묘 이야기--

1. 제삿날

하아얀 떡가루가 맷돌* 타고 내립니다
엄마는 음식 준비 아빠는 마당 청소
가신님 반겨 맞으러 골목가지 환하게.

사립문 활짝 열고 등불 환히 밝히며
밤 깊도록 도란도란 잠도 잊는 것일까
온 가족 둘러앉아서 조상님을 그리며.
                     (제삿날祭日 전문)

돌아가신 조상님들에 대한 추모의 정은 제사와 성묘가 있습니다.
제사는 조상님이 돌아가신 날짜에 맞추어 가족들이 한 데 모여 행하는 의식으로, 이 날이 되면 돌아가신 조상님의 혼령이 집에 찾아와 자손들이 마련한 음식을 직접 드시고 새벽이 되면 다시 되돌아간다고 믿었답니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제사 며칠 전부터 시장을 보아 과일이며 생선에 꼬막 나물 등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조상님께서 살아생전에 좋아하시는 음식을 중심으로 마련하였지요.
이 때 음식준비 중의 하나인 떡을 지을 쌀을 가루로 만들 때나 떡에 들어가는 고물(콩고물)을 만들 때는 맷돌에 넣어 빻아 가루로 만들었는데 이러한 일들도 가정에서 이루어졌지요. 가루가 아닌 찰떡(인절미)을 만들 때는 찹쌀을 쪄서 절구통에 넣어 떡메*로 쳐서 만들었고요.  


이렇게 음식 만들기를 하고 있을 때, 아빠를 중심으로 남자들은 밤이 되면 찾아오실 조상님의 혼령을 맞기 위하여 마당 쓸기며 집 안팎 구석구석 골목까지 집 주변을 환하게 대청소를 하였답니다.
밤이 되어 제사상에 올릴 음식(제물祭物) 중의 하나로 사과나 배 등의 과일을 깎을 때가 되면 아이들은 군침을 삼켜대며 사과는 물론이요, 배 등의 과일 껍질까지도 깍여 나오기가 무섭게 밤잠도 이겨내며 날름날름 입에 넣었던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이렇게 제사 모실 준비가 다 되고 나면 자정을 전후하여 제사를 모시게 되는데, 이 시간이 되면 혼령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라 믿었던 시절.
당시는 대가족제도였기에 할아버지 아들 손자가 모두 한 집에 살아 집안 식구만 해도 열 명 안팎은 기본인데, 당시는 일가친척들이 대부분 가까이 살고 있어 모두 함께 돌아가며 참석하였으니 열 명도 훨씬 넘은 일가(一家)들이 한 데 모여 경건하게 제사를 드렸지요.
그리고 제삿날 밤은 으레 초저녁부터 대문이나 사립문을 열어두었는데 이날은 조상님의 혼령이 찾아온다고 믿고 있었으며, 제사를 지내기 전후 시간에는 방문까지도 일부 열어두고 진행되었답니다.


물론 아이들도 제사에 참석하였는데, 아이들은 제사도 제사이지만 이보다는 모처럼의 별식을 들 수 있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평소 꽁보리밥에 김치 등의 채소류 반찬만 먹고 지내다가 이 날이 되면 그리도 그리던 고기반찬에 과일 등의 별식을 맛볼 수 있으니 가슴이 설렐 수밖에요. 자정 전후 시작된 제사의식의 마지막 과정인 지방을 사루고 나면 차려진 제사 음식들을 들고(음복) 나서도 어른들은 잠자리에 들지 않고, 꼬끼오! 하고 저들끼리 신호를 주고받는지, 첫닭이 이 집 저 집 줄지어 울 때까지 얘기를 나누다가 잠자리에 들 수 있었으니, 그것은 첫닭이 울면 귀신들을 비롯한 혼령들이며 산짐승들이 제자리(산)로 돌아간다는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칠십(1970)년 대를 전후하여 가족관계나 생활습관의 변화 곧 농촌생활에서 도시생활로 곧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시대로 생활습관이 바뀌어감에 따라 도시로 도시로의 이농현상이 일어나 이러한 우리의 미풍양속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을 쉽고 간단하게 거기에 빨리빨리 문화가 팽배해짐에 따라 우리의 제례의식도 몰라보게 변해가고 있으니, 예를 들면 승용차의 대중화로 제사를 초저녁에 마치고나면 바로 각기 제 가정으로 돌아가 버린다거나, 제사 지낼 조상들을 어느 한 날로 날을 잡아 하루에 마쳐버리며, 심지어는 제사에 올릴 음식도 도시의 일부 가정에서는 시장에서 한꺼번에 구입하여 지내는 등, 현대의 제례모습들을 ‘조상님들이 보고 들은다면은 얼마나 서운해 하실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만 더해가고 있습니다.


덧붙여 가장 염려스러운 경향의 하나. 이러한 편의주의 경향으로 하여 가족간의 유대감이며 어른 공경, 우리가 미풍양속으로 자랑해왔던 조상님에 대한 효행 정신은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생활습관이 바뀐다하더라도 조상숭배의 정신만은 이어져야 되지 않을까요.
 

*맷돌: 곡식을 가는 데 쓰는 기구. 둥글넓적한 돌 두 짝을 포개고 윗돌 아가리에 갈 곡식을 넣으면서
       손잡이를 돌려서 간다.
*떡메: 인절미나 흰떡 따위를 만들기 위하여 찐 쌀을 치는 메. 굵고 짧은 나무토막의 중간에 구멍을 뚫어
       긴 자루를 박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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