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지사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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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지사를 위한 변명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1.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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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민의 문화 세태 비평-시비(是非)

 
“호남의 지역감정은 명분이 있지만 영남의 지역감정은 패권주의이다”
“우리도 무거워져야 한다. 그때그때 감정에 휩쓸리거나 충동적으로 투표하면...김대중 대통령처럼 이 지역 출신으로 오랫동안 지지해줄 값어치가 있는 분이라면 모를까. 호남인 스스로 정치를 잘못했다고 평가한 세력에 대해 그렇게 (몰표) 한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의 말은 지난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중 한 모임에서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후보’로서한 말이고, 뒤에 나오는 말은 요즘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으로, 박준영 전남지사가 최근 광주 MBC라디오 ‘시선집중 광주’에 출연하여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후 박지사가 ‘와전’이라고 해명을 했지만 도의회 신년업무보고회에서 ‘물세례’ 사태가 일어났다. 도의회에서 불미스런 일이 일어난 것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지만, 도의원이 도민 대중을 일정 부분 대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세례’가 일어난 현상 또한 도민들 정서의 한 가닥을 비추는 ‘거울’이 아닌가 하여 착잡한 심정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대선 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멘붕 상황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을 터이고, 박지사가 ‘충동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준 호남 유권자들의 가슴 아림은 어떤 위로도 쉽게 달래주지 못할 것 같다. 그 아픔의 깊이가 오죽했으면 표아무개씨의 허그 이벤트에 광주시민들의 소박한 선물이 산더미로 쌓였을까.

나는 박지사가 자신의 ‘거친’ 말이 진실로 와전된 것임을 도의회에서 다시 한 번 상세히 해명했더라면 ‘도민 앞에 오만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고서, 박지사가 지난해 8월 21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서글픈 얼굴로 물러나면서 여운 있게 남긴 ‘사퇴의 변’을 찾아봤다.

나는 당시 박지사가 많은 사람의 예상을 깨고 과감히(?) ‘전남 출신’ 후보로 나올 때부터 나름 어떤 ‘뜻’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었고, 그의 사퇴의 변에서 그것을 잘 읽을 수 있었던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깨끗한 정치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제게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호남 후보는 안 된다는데 왜 그러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민주당에서조차 지역주의와 정치공학적 접근이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었습니다...”

박준영 지사의 외침에서 가장 가슴 아프게 와 닿았던 이 대목은 위 김두관 경남지사의 말과 한 치 간격 없이 맥락이 닿는 것이다. 한국 정치와 사회의 당면 고질을 아는 사람들에게, 양심을 내세우는 학계와 언론계에서 그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생각하여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자들에게, 박지사의 절규는 긴 설명 필요 없이 엄한 질책으로 가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박지사가 걱정한 민주당의 ‘정치공학적 접근’은 ‘정치공학은 정치공작을 이길 수 없다’는 경구를 입증하듯 바깥의 ‘정치공작’에 쉽게 무너졌다.

민주당이 호남의 유권자수와 2030의 투표율 계산을 하며 미소 짓고 있는 사이에 바깥에서는 이상한 ‘임명장’이 수 백 만장 시골 곳곳에 뿌려져 순진한 5060들의 ‘자긍심’과 자발성을 자극했고, 때맞춰 보수언론은 토론의 생기를 살리며 진수를 보여준 이정희 후보의 말꼬리를 마녀사냥감 삼아 대중정서를 한쪽으로 몰아갔다.놀랄 일은 그것이 다는 아니다.

“...그동안 전국을 돌며 저는 수많은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들을 만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권 교체를 말씀하셨습니다...민주당의 행태에도 불만이 많았습니다. 잦은 분당과 합당, 이벤트로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착각, 이념적인 좌편향, 의무만 있고 권리가 없어진 당원들, 당내 경선을 하며 동원이 세를 가르는 불공정성과 당 밖을 쳐다보는 행태에 당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우리 민주당을 지지해 주십시오. 지금 민주당은 여러 이유로 국민의 절대적인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비경선 과정에서 저는 민주당의 잘못과 실패를 철저히 반성하자고 호소했습니다. 실패하고도 반성하지 않으면 또 실패하게 됩니다. 그러나 실패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는다면, 오히려 값진 자산이 될 것입니다...”

박지사의 절규 및 그의 바램과 달리, 민주당이 과거의 잘못과 실패를 철저히 반성하지 못하고 박지사가 경고한 ‘교훈’을 귀에 담지 못한 결과는 지금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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