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손 편지쓰기 수상작] 전남도지지사 상 박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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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 편지쓰기 수상작] 전남도지지사 상 박경서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8.1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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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에서 동영상제작법을 가르치시면서 회원들에게
행복한 노후 인생을 열어주고 계시는 정융지 선생님께 드리는 감사의 글월
박경서
박경서

[목포시민신문] 코로나19 사태로 복지관이 개관을 못 해 회원들이 답답하고 우울한 집콕 생활을 참고 견뎌야 하는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한 번 찾아뵙고 인사라도 드렸어야 하는건데, 너무나 오랫동안 적조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세월은 가고 남는 건 추억뿐이라더니, 우리 회원들의 상황과 처지를 두고 한 말 같습니다.

선생님 밑에서 재미나게 수업도 들으면서 간간이 드라이브를 하면서 산과 강, 바다로 놀러 다니던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이 엊그제인 것 같은데, 왜 얼굴 한 번 마주보기가 이리도 어렵단 말입니까? 그동안 한 번도 못 만나고 전화로만 한 두 차례 통화했을 뿐, 모두들 옛날처럼 날마다 만나서 즐겁고 활기차게 어울려 지내고 싶어도 마음뿐이고 현실은 이렇게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장기간의 고립과 연락두절로 저를 포함해서 회원들이 실의와 실망에 빠져서 의기소침하고 무미건조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우리들은 젊은이들 못지 않게 즐겁고 의욕적이고 활기찬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즐겁고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지금은 그와는 정반대의 처지에 놓여 있으니, 안타깝고, 어떻게든 온 국민이 지혜와 힘을 모아 코로나 바이러스를 하루라도 빨리 퇴치시켜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심상찮은 확산세, 수도권 병상 꽉 차간다'라는 보도에 걱정과 불안에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코로나 꼼짝마" 약물 3건 임상 돌입, 연내 결과 나온다'라는 기사에 눈이 번쩍 떠지기도 합니다.

편지글.
편지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공직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명예퇴직할 당시, 갈 곳도 할 일도 없어서 몇날 며칠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에처럼 숨만 쉬고 끔찍하게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이번 코로나의 위기를 만난 이후로는 그때처럼 식물인간으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라는 자각에서 어떻게는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으로 건강과 활력을 지켜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작년 말까지만 해도 우리들은 선생님 덕분에 두 시간의 수업 중간에 간식도 먹고 회원들끼리 어울려 담소와 우정을 나누면서 즐겁고 보람찬 시간을 보냈으며, 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호연지기도 기르고 심신을 단련해 왔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구례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농장을 구입하여, 그 옆에 아담한 별장을 지으신 다음, 사모님께서는 그 입구와 주변을 아름답게 꾸며 볼 욕심으로 몇 달간 조경과 미화 작업에 매달리기도 하셨습니다. 감이 익거나 매실 수확철이 되면 선생님 내외분께서는 그곳으로 저희들을 데리고 가서 각자 자기가 딸 수 있는 만큼 과일을 따서 차에 싣고 올 수 있도록 선심과 호의를 베풀어 주시곤 하셨지요.

그래서 우리는 선생님을 수호천사니 일등 신사니 부처님 가운데 도막이니 예수님을 닮은 분이라고 추켜세우고 칭찬을 늘어놓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지요.

그 옛날 학창시절도 즐겁고 행복했지만, 노후에 다시 학생이 되어 여러 과목의 강의를 들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는것은 대단한 특권이자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교장 출신이면서도 우리들의 마치 한 가족이나 둘도 없이 다정한 친구처럼 격의 없이 대해 주셨습니다. 만일 저희들이 선생님처럼 훌륭한 인격자이자 멘토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우리가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즐겁고 신나게 노후를 즐기면서 산다는 것은 감히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선생님은 우리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팔 걷어 붙이고 나서셨고, 수업이 끝나면 집이 먼 회원들을 자가용에 태워 집에까지 모셔다 드릴정도로 친절과 봉사정신이 넘치시는 분이었습니다. 선생님만 이렇게 친절왕, 봉사왕다운 삶을 사신 게 아니라, 사모님 또한 부창부수 [夫唱婦隨]라는 말처럼 회원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셨습니다. 수업 중간에 먹을 간식거리를 손수 만들어 복지관 교실로 가져 오시기도 하고, 단체 여행을 갈 때는 당신 승용차에 차없는 분들을 태우고 다니시면서 즐겁게 하루를 보내도록 정성과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찰떡궁합'이니 '천생연분'이니 하는 말을 들으면 어김없이 선생님 내외분이 생각나곤 합니다. 선생님이 강원도 한 시골 마을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계실 적에, 산사태가 나 순식간에 마을 주민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참사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천우신조로 그날 밤 목숨을 건지셨습니다. '선생님, 교장선생님이 고스톱 치자고 지금 관사로 오시라고 하십니다.' 이 말을 전해 주려고 달려온 심부름군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수제자이자 장차 선생님의 배우자가 될 규수의 남동생이었습니다. 천사 같이 아름다운 마음씨에 좋은 일 많이 하시는 선생님의 목숨을 살려 보겠다는 하느님의 뜻이 개입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신비스럽고 기이한 일이 꿈이나 영화 속도 아니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기가 쉬운 일이었겠습니까?

역사를 거슬러올라가 보니 선생님 내외분 외에도 우리의 은인이 두 분 더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고스톱 치러 오라고 심부름을 보냈던 교장선생님과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서 직접 발걸음을 한 그 당시 수제자였던 어린 장래 처남. 그러고 보니 우리는 대나무에 연줄 걸리듯이 수없이 많은 눈에 안 보이는 크고 작은 인연들에 얽히고 설켜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하느님이 천사 같은 선생님을 살리기 위해서, 그날 밤 그런 특단의 인명 구출극을 벌이신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해 보게 됩니다.

하늘이 두 분을 부부로 맺어 주신 덕택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선생님 내외분의 사랑과 온정을 듬뿍 받으며 세상에 다시 없는 호감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연분 덕에 두 분이 일심동체가 되고 지금까지 원암처럼 금술 좋게 잘 살고 계시는 것을 보면 분명히 하늘의 조화 (造化)와 섭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의 삶과 자연현상을 보면 라이프나츠의 '예정조화설'대로 아주 오래전부터 모든 것이 이미 예정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도 됩니다. mbc'서프라이즈'에 나오는 그 많은 신비스러운 일들을 모두 우연의 소치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선생님, 밤이 깊었습니다. 이 밤이 지나가면 또 대명천지 [大明天地]밝은 세상이 찾아오듯이, 우리가 만나 다시 옛날의 즐겁고 행복하게 살 날이 영영 막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자위를 해 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그 복되고 살 맛 나는 좋은 세상이 찾아와 주었으면 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동영상반 제자 박경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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