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역사가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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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역사가 말하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2.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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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비춰 역사를 깨닫다

 

▲ 전우용작 '오늘 역사가 말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역사가들이 찾아내 말을 걸어올 때에만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므로 역사적 사실을 어떤 순서와 맥락에서 이야기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역사가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은 역사가의 전문적인 식견을 보여주는 글이라기보다는 소소한 일상과 사회의 관심거리가 되는 소재와 주제에 대해 트위터에 올린 글에다 살을 붙여 만들어진 것으로 과거의 사실들을 통해 오늘날의 세태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을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고 다룰 수 있는가가 역사책을 평가하는 전제라면, 당시의 인물 ,사회 ,문화 , 경제 등 여러 분야의 방대한 내용을 다룰 때 특히 역사가의 지식과 통찰에 의한 조화로운 조합이 요구된다.

이런 의미에서 전우용의 『오늘 역사가 말하다』는 그 조합을 이뤄냈다. 신채호와 이완용과 같이 잘 알려진 인물은 물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장돌뱅이, 만병통치약을 팔던 떠돌이 약장수와 같은 다양한 인물 군상은 물론,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춘화와 음란물, 담배꽁초 우려낸 물과 섞은 코피에 계란 노른자 띄운 ‘모닝커피’, 타향살이와 명절 귀성 전쟁,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에 이르기까지 총 30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역사 조합을 보여주고 있다.

시대를 넘나드는 역사의 통찰은 현대인의 관성과 타성을 돌아보게 하는 면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의 대부분은 연대기 편자들이 몇 세대를 거치면서 선택해 기록해 놓은 것들이다.

이에 반해 이 책의 저자는 과거와 현재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풍부한 사실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전달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역사서의 경우 이미 사라져버린 역사가에 의해 과거의 틀을 바꿔볼 여지도 없이 결정되었던 것과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사실의 드넓은 바다 속에서 자신의 목적에 맞는 의미 있는 사실만을 건져내는 것처럼, 무수히 반복되는 다양한 원인과 결과의 흐름 속에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인과의 과정만을 흥미롭고 풍부하게 건져냈다.

아울러 과거를 재현하는 다양한 이야기는 본문 구성에 있어 고유한 성격과 자기정체성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역사가 비록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하지만 대중에 의해 널리 수용될 때 의미가 있으므로, 이 저작은 작고 소소한 역사 읽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최근 트렌드를 잘 파고든 것이다.

역사적 지식이 주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은 세밀한 지식과 정보를 수확하고, 역사적 ,함축적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지평을 넓히는 것을 포괄한다고 볼 때, 이 책은 역사책의 방대한 두께와 조밀한 글씨를 보지 않고도 그러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를 내린 E. H. Carr의 명언처럼 과거에 대한 역사가의 시각이 현재의 문제에 대한 통찰을 통해 조명될 때 역사가 오늘날에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역사는 언제나 증거를 검증하기 위해 일반화를 이용한다. 그러나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것은 결코 일반적인 과정이 아니다. 과거에 비춰 현재를 배운다는 것은 동시에 현재에 비춰 과거를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과거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현재의 삶이 나아졌다고 과거의 식민 지배와 군사독재가 문명 정치나 민주주의로 바뀌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는 학창시절 연대표를 외웠을 만큼 중요하게 다뤘다. 그 무수한 역사 속에 민주주의 역사는 50여 년에 불과하다.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려면 더 많은 바람과 비를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 비, 바람 속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지는 우리들의 손에 달린 것이다.

민주주의가 자유와 평등, 정의만이 아닌 우리의 소소한 일상에서 주체성을 찾는 일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과거와 현재의 상호작용을 통해 역사를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역사 속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이면의 이야기들로 관심의 영역을 넓혀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창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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